[클릭TV]특수목적의 ‘문화산업전문회사’

최근 방송과 관련된 기사를 읽다 보면 ‘문화산업전문회사’라는 단어를 자주 보게 됩니다. 요즘 같은 경우는 KBS2 월화극 <학교 2017>의 제작사가 ‘학교 2017 문화산업전문회사’로 표기되고요, 영화 연출자 이준익 감독의 신작 <변산>의 제작사 역시 ‘변산 문화산업전문유한회사’로 표기됩니다.

‘문화산업전문회사’를 줄여서 보통 ‘문전사’라고 합니다. 문전사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특정한 프로젝트가 기획될 때 세워져서 그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사라집니다. 유한하다는 이야기죠. 다른 특징은 상근 직원이 없는 서류상의 회사라는 점입니다.

SBS

우리나라에 문전사의 개념이 처음 생겨나기 시작한 건 2010년대 초반이었습니다. 당시 방송됐던 드라마 중에서 KBS2의 <추노>와 SBS의 <시크릿 가든>이 각각 문전사를 운용했습니다. 요즘은 대형 프로젝트 드라마에서 문전사 형태의 시스템이 쓰이고 있으며, 영화나 공연 등 다른 플랫폼에도 문전사 형태의 조직이 쓰이고 있습니다.

문전사는 문화산업분야의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설립되는 특수목적회사, 영어로는 ‘Special Purpose Company’라고 표기됩니다. 해당 프로젝트만을 수행하도록 별도로 설립된 회사라 자금과 회계를 직접 관리하거나 운영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업무 영역별로 사업관리자, 자산관리자, 제작사 및 배급사, 투자자 등을 선정해서 이들과 업무 위탁계약 등을 체결해 프로젝트가 진행됩니다.

과거 많은 드라마들은 방송사가 직접 제작을 하는 ‘일원화’ 체제에 있었습니다. 방송사 내 PD를 ‘인 하우스(In-House) PD’라고 하는데 지금처럼 외주 제작이 활성화되지 않았을 때 이들이 방송사의 예산 지원을 받아 제작에 나섰습니다. 따라서 당연히 판권은 방송사가 갖고 드라마가 만들어진 후 해외나 국내 다른 방송사에 판매할 때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됐죠.

KBS

하지만 갈수록 커지는 드라마 제작 규모는 방송사의 예산만으로는 감당하기 쉽지 않아졌습니다. 컴퓨터그래픽이나 다양한 해외 로케이션 촬영 등 단순 촬영과 다른 부대 비용이 발생하고 있고, 출연배우들의 몸값 역시 높아졌습니다. 그래서 방송사는 외주제작사와 손 잡고 드라마를 제작하는데, 이 제작사 역시 자금이 충분치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존재가 절실합니다. 물론 전제는 프로젝트 사업의 총괄관리나 운영, 자금조달과 관리, 사업비의 집행, 그리고 드라마로 수익이 났다면 이를 분배하는 과정에서 독립성과 안정성, 투명성이 담보돼야 합니다. 문전사는 바로 이 지점에서 다른 제작 주체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투명하고 공정한 관리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합법적으로 투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제작비를 미리 끌어 쓰고 나중에 다양한 수익사업을 전개해 이를 갚거나 투자자에게 분배할 수 있죠.

결국 문화도 하나의 산업입니다. 자금의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성장은커녕 유지도 힘들 수 있죠. 이를 위해 투명한 관리를 담보로 외부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수단으로 문전사가 쓰이는 겁니다.

클릭TV

특히 요즘에는 KBS가 관련 회사를 많이 세우고 운영해 이를 선도하고 있기도 합니다. 결국 문전사의 존재는 한국 대중문화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든든한 담보가 되는 겁니다.

<하경헌 스포츠경향 엔터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