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물 전성시대]스켈리튼 키-여러 명의 사이코패스가 죽고 죽이는 스릴러

작가 미치오 슈스케는 그간 호러와 미스터리부터 인간 내면에 집중한 순문학 스타일의 소설, 심지어 이와는 전혀 다른 밝은 분위기의 엔터테인먼트 소설 등 여러 타입의 장르소설을 집필한 작가다.

미치오 슈스케의 <스켈리튼 키> 한국어판 표지 / 검은숲

얼마 전 두 번째 시즌을 공개한 넷플릭스 드라마 <마인드 헌터>는 ‘연쇄살인범(serial killer)’이라는 말을 처음 만들고 프로파일링 기법을 도입한 미 연방수사국(FBI) 행동과학부의 연구 및 수사 과정을 그린다. 배경이 1970년대인 만큼 여러 살인범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의 행동방식을 이해하려는 행동과학부의 시도는 굉장히 급진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우선 이들은 거의 매번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본질적인 편견과 맞닥뜨리곤 한다. 그저 미치광이가 벌인 짓인데 도대체 무엇을 이해하겠다며 그 인간 이하의 것들을 상대하느냐는 것이다.

말 그대로 사이코패스는 여전히 미지의 존재다. 그럼에도 우리는 뉴스와 여러 창작물을 통해 너무나도 빈번히 맞닥뜨린 탓에 때때로 그들을 전부 안다고 착각하곤 한다. <스켈리튼 키>는 사이코패스에 대한 이러한 편견과 그간의 연구를 정밀하게 직조해 ‘상상 속의 괴물’을 현현한다. 물론 이 작품 역시 ‘그들’에 대한 면밀한 탐구서라고는 할 수 없을지 모른다.

이는 사이코패스 성향이 유전된다는 가정(혹은 사실)에 기반해 여러 명의 사이코패스들이 악다구니를 벌이는 이야기가 결국 가공의 액션 스릴러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실제 연구결과를 동원해 그려낸 사이코패스 캐릭터의 갈등은 탁월한 드라마를 이루며 인물과 이야기에 깊이를 더한다. 사실 작품 후반부의 서로 죽고 죽이는 클라이맥스보다도 이 부분이 훨씬 흥미롭게 다가온다.

사카키 조야는 특종을 쫓는 기자를 도와 유명인을 미행해 사진 찍는 일로 먹고사는 19세 청년이다. 어릴 적 고아원에서 생활할 때부터 종종 또래와는 다른 이상행동을 보이던 그는 자신이 사이코패스임을 일찌감치 인지하고 있다. 쉽사리 남에게 공감하지 못하며, 공포를 느끼는 빈도 또한 낮다. 특히 보통 사람보다 심박수가 현저히 낮은데 긴장하거나 흥분했을 때조차 심박수는 거의 증가하지 않는다. 조야는 어릴 적 자신을 임신한 어머니가 괴한에게 총을 맞아 사망했을 때 몸에 박힌 총알의 납 성분이 태아의 정신에 영향을 끼친 게 아닌지 등을 의심하면서 끊임없이 자신에 대해 고민한다.

그러나 이러한 고민이 무색하게 그는 계속해서 살인을 벌인다. 어머니를 죽인 이에 대한 복수로 시작해 그가 살인범임을 알게 된 이를 차례로 제거하면서 이야기는 사이코패스에 대한 독자의 선입견을 부러 부추긴다. 그리고 살인의 진상은 작품 중반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면서 완전히 뒤바뀐다. 마치 전반부가 조야의 성장 과정과 내면에 할애한 사이코패스 탐구였다면, 중반부터는 각각의 사이코패스들이 각자의 이해관계와 불가해한 감정에 근거해 대적하는 액션 장르로 완전히 전치된 느낌마저 받을 법하다.

장르물 전성시대

작가 미치오 슈스케는 그간 호러와 미스터리부터 인간 내면에 집중한 순문학 스타일의 소설, 심지어 이와는 전혀 다른 밝은 분위기의 엔터테인먼트 소설 등 여러 타입의 장르소설을 집필한 작가다. 그런 의미에서 <스켈리튼 키>는 작가의 장기가 복합적으로 뒤섞인 작품으로 읽힐 만하다. 사이코패스를 선천적인 괴물로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러한 성향을 제어하는 인물과 마침내 이를 반전의 트릭으로까지 활용한 면면이 재미와 의미를 모두 아우른다.

<강상준 대중문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