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프리뷰]빠삐용-전설의 감옥 탈출기, 현대적 재해석

대부분의 리메이크 작품들은 작품의 독립적 완성도와 별개로 원작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것이 숙명이다. 이는 기본적인 인지도를 가져가는 만큼 큰 기대를 충족시켜야 하는 양날의 검이 된다.

제목 빠삐용 (Papillon)

제작연도 2017

제작국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몰타, 미국

러닝타임 133분

장르 드라마

감독 마이클 노어

출연 찰리 허냄, 라미 말렉, 요릭 밴 와게닌젠, 롤랜드 묄러

개봉 2019년 2월 27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주)풍경소리

원작소설이나 고전영화를 보지 않았다 해도 ‘빠삐용’이라는 제목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1990년대 중반 국내 가요 중에도 ‘하모하모’라는 남성 2인조가 발표한 ‘빠삐용’이라는 노래가 있을 정도였으니. 원래 프랑스어로 ‘나비’란 뜻인 이 단어는 언제부턴가 ‘탈옥’이나 ‘자유를 향한 강인한 투지’의 대명사처럼 인식되고 있다. 지금의 이미지가 굳어진 데는 1973년 ‘프랭클린 J. 샤프너’ 감독이 연출하고 스티브 맥퀸, 더스틴 호프만이 주연을 맡았던 영화의 몫이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국내에서만 두 차례의 정식 극장 개봉이 있었고, 그보다는 수십 차례에 걸쳐 다양한 채널을 통해 반복된 TV 방영을 통해 많은 관객들에게 명작으로 기억되고 있다.

원작은 프랑스인 앙리 샤리에르(1906~1973)의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된 자전적 소설이다. 1969년 발표된 이 소설은 17개 국어로 번역 출판됐고 전세계적으로는 1300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로 지금까지도 꾸준히 읽히고 있는 작품이다.

금고털이범 ‘빠삐’(찰리 허냄 분)는 살인누명을 쓰고 종신형을 선고받은 후 지옥 같은 기아나 교도소로 이송된다. 애초부터 자유에 대한 욕망과 복수에 집착하던 빠삐는 수감자 일행 중 국채위조범이자 백만장자인 ‘드가’(라미 말렉 분)에게 접근해 탈출자금을 대가로 그를 보호해주겠다고 제안한다. 이렇게 맺어진 두 사람의 인연은 생각보다 긴 시간 동안 이어지지만 자유를 찾는 여정은 길기만 하다.

원작의 명성을 벗어난 새로운 해석

대부분의 리메이크 작품은 작품의 독립적 완성도와 별개로 원작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숙명을 안고 있다. 이는 기본적인 인지도를 가져가는 만큼 큰 기대를 충족시켜야 하는 양날의 검이 된다. 대부분의 경우 확률적으로 전작의 명성을 뛰어넘기란 쉽지 않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번 리메이크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덴마크 출신 감독 마이클 노어는 정작 앞서 1973년 만들어진 원작영화를 보지 않았다고 고백하고 있다는 점이다. <생존 게임>(2010), <노스웨스트>(2013) 등 사회성 강한 범죄 스릴러물을 통해 할리우드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그는 현대에도 많은 범죄자들이 여전히 열악한 환경 속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있으며, 외형적으로는 최첨단 시설로 발전한 교도소 시스템에 있어서도 내면적으로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제작진들은 앞서 만들어진 과거 작품의 장점과 명성을 뒤로하고 원작소설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데 주안점을 두기로 합의했다.

이 같은 목표를 위해 원작소설의 새로운 각색에 드니 빌뇌브 감독의 <프리즈너스>(2013)를 통해 재능을 인정받은 각본가 아론 구지코프스키가 투입됐다. 그가 해석한 현대적 관점의 빠삐용은 이전에 비해 좀 더 명확하고 함축적이며 역동적인 이야기로 변화되었다. 영화 속에는 확실히 빠른 사건 전개와 강렬한 액션 신들이 인상적으로 눈에 띈다. 이런 요소들이 요즘의 관객들에게 한층 익숙하고 환영받을 만한 변화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매력적인 젊은 배우들의 혼신의 연기

하지만 아쉽게도 악몽 같은 현실을 관통하는 기나긴 여정을 통해 응축되어 말미에 휘몰아치던 먹먹한 정서는 확실히 휘발된 느낌이다. 이는 새로운 각색의 이유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이 이야기를 이끄는 2명의 중요인물인 ‘빠삐’와 ‘드가’를 연기한 배우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연기력의 차이라기보다 과거 스티브 맥퀸과 더스틴 호프만이란 두 명배우로 각인된 캐릭터의 이미지가 그만큼 강렬했다는 뜻이다.

<퍼시픽 림>, <킹 아서: 제왕의 검> 등의 작품을 통해 국내에서 익숙한 찰리 허냄은 ‘빠삐’란 인물 자체에 대한 부담으로 초기엔 캐스팅 제의를 고사했다고 한다. 하지만 감독의 집요한 설득 끝에 출연을 결심했고 촬영 중에는 인물에 몰입하기 위해 18㎏ 이상 감량을 감행하는 정성을 쏟았다. 또 영화 중반 독방 감금 장면을 실감나게 연기하기 위해 실제 5일 동안 침묵과 생수 2병에 의지해 금식을 하며 홀로 지냈다고 한다.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프레디 머큐리 역을 맡아 일약 슈퍼스타의 반열에 오른 라미 말렉 역시 이 영화 제작 당시 빡빡한 일정으로 출연할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고 한다. 원작소설뿐 아니라 영화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기억한다고 말하는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분위기로 나약하지만 현실적인 재력가 드가를 인상적으로 연기해낸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최고수혜자 ‘라미 말렉’

지난 2월 24일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있었다. 이번 시상식 역시 예년과 다름없이 정치적·상업적 포석이 노골적으로 읽히는 트로피 나눠주기와 전문가들의 예상을 벗어난 뜻밖의 수상 결과가 눈에 띄는 행사였다. 가장 큰 논란과 이슈는 <그린 북>의 작품상 수상일 것이다. 작품의 진심에 있어서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좋은 영화였지만 과연 작품상을 받을 정도의 완성도를 지닌 영화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더불어 남녀주연상과 관련해서도 적잖은 논란의 목소리들이 있다. 특히 이번에 <더 와이프>를 통해 7번째 아카데미 도전을 했지만 결국 수상에 실패한 글렌 클로즈의 경우는 많은 이들의 아쉬움을 사고 있다. 반면 남녀주연상 수상자 모두 이번에 처음 후보로 도전해 트로피를 거머쥐었다는 공통점도 화제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를 통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올리비아 콜맨의 연기와 성취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반면 <보헤미안 랩소디>의 라미 말렉이 수상한 남우주연상의 경우는 프레디 머큐리의 생전을 감쪽같이 재연한 그의 재능이야 인정하지만 과연 다른 쟁쟁한 배우들의 진중함을 제압할 정도의 연기였느냐는 의문의 시선들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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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커다란 흥행 성적과 사회적 이슈가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어떻든 시상식은 끝났지만 이제 그의 손에 쥐어진 것이 단순한 오스카의 트로피뿐만은 아니다. 적어도 그의 이름이 적절한 시기 국내에 공개되는 리메이크 <빠삐용>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만은 분명하다.

<최원균 무비가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