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프리뷰]언니-실종된 여동생 찾는 언니, 분노의 여정

그녀의 힘겹지만 분노에 찬 여정은 현대사회에 대한 신랄한 고발로 평가될 수도, 관객의 관음적 욕구를 자극하는 상업주의로 보일 수도 있다.

제목 언니

제작연도 2018년

제작국 한국

러닝타임 94분

장르 액션

감독 임경택

출연 이시영, 박세완, 이준혁, 최진호

개봉 2019년 1월 1일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제이앤씨미디어그룹/필름에이픽쳐스

뛰어난 무술실력을 가진 경호원이었던 ‘인애’(이시영 분)는 과잉 경호 논란에 휘말려 억울한 옥살이를 마치고 출소한다.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게 된 그녀에게는 이제 유일한 혈육인 여동생 ‘은혜’(박세완 분)와의 소박한 미래를 꿈꾸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 된다. 하지만 지체장애를 앓고 있는 은혜는 언니에게 말하지 못한 비밀이 있었고 결국 흔적도 없이 실종되고 만다. 소극적인 경찰의 대응에 실망해 스스로 동생을 찾아 나선 인애는 서서히 드러나는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하며 분노하게 되고 직접 응징하기로 결심한다.

영화 <언니>는 포스터부터 무엇을 위한 영화인지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헝클어진 머리에 붉은 원피스, 붉은 하이힐을 신고 해머를 질질 끌고 있는 이시영의 상처 난 얼굴은 작품 안에서 묘사될 폭력성을 어느 정도 짐작케 한다. 어떤 이들은 선정성을 상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상업적 측면에서 이 영화의 기획 포인트는 분명하다. 액션 장르의 주관객층이라 할 수 있는 남성 관객을 겨냥해 철저히 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겠다는 게 목적이다.

실제 영화 속에서 인애는 납치된 동생을 찾기 위해 외면하고 싶은 작태들이 넘쳐나는 사회의 어두운 구석구석을 헤맨다. 그녀의 힘겹지만 분노에 찬 여정은 현대사회에 대한 신랄한 고발로 평가될 수도, 관객의 관음적 욕구를 자극하는 상업주의로 보일 수도 있다. 문제는 영화의 진위를 떠나 안착한 그 지점이 현재로서는 매우 위험한 영역이라는 것이다.

달라진 시대의 시선과 잣대

실제로 시사회가 끝나고 마련된 짧은 기자간담회에서 질의문답이 시작되자 여성 기자들의 공격적 질문이 쏟아졌다. 선정적인 의상을 입은 여주인공과 폭력의 상관관계는 무엇인가? 전개상 끊임없이 등장하는 여성의 상품화와 범죄현장의 자극적 묘사가 꼭 필요한 것이었나?

감독은 여성의 성적 매력을 부각시키는 붉은 복식과 외모가 이야기의 진행과 주제에 맞춰 점차 처절함과 슬픔의 이미지로 변화되어 읽히길 의도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진위에 대한 의심이 계속 이어졌던 것을 보면 감독의 의도가 충분히 실현되지는 않았나 보다.

과거 유사한 형태로 여인의 잔인한 복수를 그렸던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2005)만 해도 작품 속에 넘쳐나는 폭력의 수위나 양태에 대해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시선은 없었다. 애초 작품 스스로가 분명한 판타지임을 천명하고 있기도 했고 거기에 걸맞은 형식과 완성도를 이뤄낸 작품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영화가 추구하는 본질을 평가받기 전에 사회적 정당성을 인정받아야만 한다. 얼마 전까지 불붙었던 미투 운동이나 여전히 진행 중인 젠더 대결 양상은 이런 경향에 더 큰 불을 지폈다.

당분간 ‘도덕적 올바름’이라는 이름의 잣대는 사회 전반의 다양한 영역에서 꾸준히 출몰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영화가 도덕적 의심과 책임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매끈한 만듦새다. 그러나 영화 <언니>는 아쉽게도 시기뿐 아니라 완성도 면에서도 논란에서 자유로울 만큼 뛰어난 작품으로 완성되진 못했다.

배우 복서 이시영의 새로운 연기 도전

최근 한국영화 투자의 양극화는 신계급주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택받은 몇몇 작품을 제외한 나머지 대다수의 영화들은 상업영화, 독립영화를 불문하고 열악한 제작환경의 한계를 극복하기에도 급급하다. <언니>에서도 이런 자본적 한계가 극명하게 드러나지만 이를 상쇄하는 것은 몸을 던져서라도 빈틈을 메워보려는 사람들의 열정이다.

복싱선수로도 알려져 더 큰 유명세를 얻은 배우 이시영은 오래간만에 모습을 비춘 이 작품에서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다. 캐스팅 당시부터 강한 액션을 요구받았다는 그녀는 평소 주특기라 할 수 있었던 주짓수, 복싱 등 다양한 격투기 기술을 직접 연기해 현실감을 높였다. 더구나 전개상 주변 인물들 대부분이 잠시 등장했다가 스쳐가는 정도의 비중으로 등장하고 있어 그녀의 존재감은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이시영의 연기 중 최고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자신의 몫은 충분히 해냈다. 적어도 이 작품의 문제를 지적받는다면 그녀의 연기 탓은 아닐 것이다.

2019년 첫날 한국영화의 시작을 여는 액션영화 <언니>는 어쩌면 영화 자체보다 주변에서 발발한 다양한 논쟁과 화제들로 인해 한국 사회의 현재와 상업영화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작품으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평범해 보였던 이웃들의 분노

<테이큰>(Taken·2008)과 <아저씨>(2010)의 상업적 성공 이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영웅으로 활약하는 작품들이 액션 장르의 하위에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아내를 살해한 강도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밤거리로 나서는 건축설계사의 이중생활을 다룬 <데스 위시>(Death Wish·1974)는 이런 계열의 대선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클 위너의 수준급 연출과 찰스 브론슨의 매력적인 모습으로 지지를 얻은 이 작품은 20년에 걸쳐 5편의 속편으로 이어졌고, 올해에는 브루스 윌리스 주연으로 새롭게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안톤 후쿠아 감독이 2014년 연출한 <더 이퀄라이저>(The Equalizer)에서는 지적인 흑인배우의 대명사 덴젤 워싱턴이 러시아 갱단의 볼모가 되어 윤락을 강요당하는 한 소녀를 구출하기 위해 나서는, 과거가 의심스런 마트 직원을 연기한다.

한국에서도 유사형태의 영화들이 꾸준히 공개되었다. 독립영화의 영역에서 작품활동을 이어온 이서 감독이 2016년 연출한 <그랜드 파더>는 아들의 의문사를 뒤쫓는 늙은 아버지의 고군분투를 다룬다. 사회의식을 담보로 한 이야기가 세련미는 덜하지만 원로배우 박근형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은 이 작품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올 하반기 배우 한지민의 재발견이란 찬사와 함께 의외의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미쓰 백>은 학대를 당하는 이웃 아동과의 만남으로 인해 자신의 아픈 과거를 떠올리고 결국 아이를 구출하기로 작정하는 젊은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다. 얼마 전 개봉해 긍정적 평가를 이끌어낸 마동석 주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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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황소> 역시 착하게 살던 전직 폭력배가 아내를 납치당한 후 과거의 기술을 되살려 악을 응징한다는 내용이다.

<최원균 무비가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