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프리즘]‘경찰발전협의회’ 명단 공개하자

‘버닝썬’의 투자자가 경찰발전위원으로 위촉되었다는 기사를 통해 ‘경찰발전위원회’라는 조직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그리고 그 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경찰서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개인정보라는 점과 공개될 경우 공정한 업무 수행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볼 수 있다.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통일로의 경찰청 전경./김정근 선임기자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줄여서 ‘정보공개법’은 공공기관이 가지고 있는 정보는 몇 가지 비공개 사유를 제외하고는 공개하도록 돼 있다. 비공개 사유 중 한 가지가 ‘개인정보로서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다. 그런데 개인정보라고 무조건 비공개는 아니다. 예를 들어 공공기관이 작성하거나 취득한 정보로서 공개하는 것이 공익이나 개인의 권리 구제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개인정보라도 공개를 하도록 돼 있다. 나는 경찰발전위원회 위원 명단은 경찰서가 규칙에 따라 위원 자격을 심사해 작성한 것으로, 공익을 위해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위원들에게 사건, 업무 청탁이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오히려 공익에 반한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바로 유착의 우려이다. 하지만 유착의 우려가 명단을 비공개해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일까? 신분을 숨기는 암행어사가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알음알음’ 명단을 알아내 청탁을 하는 것이 더욱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변호사인 내가 경찰발전위원으로 위촉되면 나는 위촉식에 가서 위촉장을 받고 사진도 찍고, 분기별로 정기회의에 참여하게 된다. 나는 위촉장을 우리 사무실에 게시해두어 여러 사람에게 내가 위원임을 알릴 수 있고, 약력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경찰서 홈페이지이나 지역언론에 내가 회의에 참여하는 사진이 실리기도 한다.

누군가 마음만 먹으면, 내가 경찰발전위원이라는 것을 알아내어 청탁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청탁 내용을 적절한 기회에 회의를 통해서 또는 그 전후로 경찰에 전달하더라도 외부에서는 알 수가 없다. 명단도 비공개이고, 경찰발전위원회의 회의록도 작성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 9월 경찰발전위원회는 ‘경찰발전협의회’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리고 운영규칙을 개정해 임기를 제한하고 신규위원의 적격성 승인을 받도록 했으며, 구성 현황을 경찰관서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규정을 만들었다. 그런데 게시되는 명단은 ‘김OO’으로만 기재하도록 하였다. 결국 규칙으로 명단을 비공개하도록 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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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사회는 무엇일까? 감시가 필요 없는 사회가 아니라 감시가 가능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물론 여기서의 감시는 시민들이 감시자가 되어 정부를 감시하는 것이다. ‘버닝썬’ 사건을 계기로 이름도 바꾸고, 자격요건도 강화했다는데, 여전히 경찰발전협의회의 구성은 깜깜이다. 누가 어떤 협의를 하는지 시민들이 알 수 있어야 경찰조직은 더 신뢰를 받을 수 있고, 우리 사회는 더 투명해질 것이다.

<이주언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