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중독에서 벗어나는 가장 빠른 비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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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0일 인터넷커뮤니티 루리웹 괴담 게시판에 ‘이해하면 무서운 사진’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특별한 설명은 없다. ‘20代 익명게시판’이라는 곳에 올라온 한 장의 사진뿐이다. 

사진은 어느 지하철역이다. 스크린도어에 다음과 같은 광고문구가 적혀 있다. ‘도박중독에서 벗어나는/가장 빠른 비상구.’ 사진에 대한 반응은 이렇다. “저거 진짜 이상한 게 아무리 봐도 중독에서 벗어나고 싶으면 선로로 뛰어들라는 걸로밖에 안 보이네요.”

인터넷게시판을 검색해보면, 이 사진이 처음으로 퍼진 것은 올해 5월 무렵. 루리웹에 옮겨진 사진 이외에 다른 스크린도어에서 찍은 사진도 눈에 띈다. 게다가 찍힌 사진들을 보면 다 다른 스크린도어를 찍은 사진이지만, 광고가 게재된 곳은 딱 한 곳, 서울 지하철 강변역이다.

‘도박중독에서 벗어나는 가장 빠른 비상구’라는 지하철역 구내 스크린도어 광고. 원래의 전체 광고는 바로 양옆 라이트박스에 도박중독센터 정보 안내가 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 루리웹

‘도박중독에서 벗어나는 가장 빠른 비상구’라는 지하철역 구내 스크린도어 광고. 원래의 전체 광고는 바로 양옆 라이트박스에 도박중독센터 정보 안내가 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 루리웹

물어봤다. 강변역을 통과하는 2호선은 서울메트로 관할이다. 기자의 문의를 듣고 처음 알게 되었다는 서울메트로 홍보팀 관계자로부터 돌아온 답. “(광고가 이상하다는) 연락을 받았으면, 당연히 이야기가 오고 갔을 텐데 여기서 그 내용을 모르고 있는 것을 보면 그 부분은 모니터링되지 않았나 봅니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이 광고가 강변역에 게재된 것은 올해 4월 16일부터 8월 5일까지. 8월 6일자로 광고내용은 바뀌었다. 즉, 현재는 ‘가장 빠른 비상구’ 광고는 없다.

광고 주체는 강원랜드 중독관리센터다. “트위터에 누가 올렸더라고요. 저도 다른 직원이 메일로 알려줘서 알게 되었습니다.” 강원랜드 중독관리센터 광고담당 관계자의 말이다. 그게 8월 초다. 그런 식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바로 광고를 내렸다는 것이다.

“원래 우리 센터의 로고가 비상구 그림입니다. 스크린도어 말고 바로 옆에 있는 라이트박스에 우리 센터를 소개하는 광고가 있는데, 스크린도어에 게재된 문구만 딱 떼어서 사진을 찍으면서 전혀 다르게 읽혔던 것이죠.” 이 관계자는 “도박중독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주기 위한 공익캠페인인데, 일부 문구만 강조해 사진을 찍다보니 퍼진 오해”라고 덧붙였다.

강변역에만 광고한 것은 강변역 고속터미널에서 강원랜드를 오가는 버스노선이 있기 때문에 광고효과를 고려한 결정이었다는 설명이다. “아마 누군가는 그것만 찍어놓고 재미있는 사진이라고 올려놨겠죠. 그래도 실제 지하철역에 오가는 사람들은 라이트박스 광고까지 같이 보게 되니 문제는 적지 않았을까요.”

10월 31일 이 관계자는 강변역에서 진행되었던 광고 전체를 보여주는 사진을 보내왔다. ‘이해하면 무서운 사진’의 실제 스토리는 따지고 들어가보면 사실 그리 무서운 이야기는 아니었다. 물론, 일면만 떼어놓고 보면 그렇게 읽힐 수 있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잘못은 없지 않겠지만 말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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