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郵政)이야기]등기우편 배달현황 알려드립니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에겐 특별한 습관이 있었다. 감사편지 쓰기가 그것이었다. 처칠은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엽서로 감사인사를 전했다. 누구에겐가 사소한 도움이라도 받았을 때도 그랬다. 그는 하루도 편지 쓰기를 거르지 않았다고 한다. 필자는 학창시절 처칠을 흉내냈다. 몇몇 선생님에게 강의 내용을 언급하면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곤 했다. “김경은의 편지가 없으면 강의를 잘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어떤 선생님의 얘기를 전해준 친구가 있었다. 쑥스럽기도 하고 선생님께 부담을 드리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 일을 그만뒀다.

아마도 정보기술의 혜택을 맘껏 누리는 요즘 젊은이들은 편지쓰기를 거추장스럽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메일, 카카오톡, 트위터, 페이스북 등 편리한 방법으로 수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일상생활을 전할 방법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IT산업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종전의 위세를 능가하는 통신수단이 있다. 등기우편이다.

등기우편물을 보낸 발송인이 스마트폰을 통해 우편물이 수신인에게 배달 예정임을 알리는 문자를 확인하고 있다. / 우정사업본부제공

등기우편은 우편물의 취급 과정과 배달 경로 기록을 남기는 우편물 특수취급제도이다. 접수부터 배달까지 전 송달과정을 기록하므로 송달사고가 거의 없는 게 특징이다. 등기우편이 지금까지 유용한 우편수단이 되는 이유다. 법률적 증거로 활용되는 중요한 우편물이 주로 다뤄진다. 뭐니뭐니 해도 책임소재를 확실히 가릴 수 있다는 게 등기우편의 장점이다. 예를 들어 계약과 관련한 서류를 보내는 경우 발송인에게 배달 결과가 통지된다. 물론 예정된 시간 안에 배달을 보장받는다. 이 때문에 책임을 둘러싼 시비가 발생할 여지가 전혀 없다.

문제는 등기우편 발신인이 우체국에 전화를 걸거나 우체국 홈페이지에 인터넷 접속을 해야만 송달과정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희 국내우편과장 사무관은 “흔하지는 않지만 발신인이 등기우편의 송달과정을 확인하는 전화를 우체국에 걸곤 한다”면서 “이 같은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4월 1일부터 등기우편의 배달 결과 알림 서비스를 확대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송인이 등기우편물을 접수하면서 휴대전화로 등기우편물의 배달 진행상황(배달 완료, 재배달, 보관, 반송)을 받기를 희망하면 추가요금 없이 SMS나 스마트폰 앱(우체국 앱)을 통해 받아볼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발송인이 배달 완료 메시지만 받을 수 있었다. 전체 등기우편 이용고객의 2% 정도만 서비스를 사용하는 등 서비스에 대한 인지도도 부족했다.

이처럼 발전한 등기우편 제도는 1841년 영국에서 시작됐다. 등기우편물이 녹색 봉투에 담겨 보내지면 수신자는 내용물을 수령하고 녹색봉투를 우체국에 반납했다. 녹색봉투가 등기우표 역할을 한 셈이다. 녹색봉투는 녹색 실크 리본, 녹색 리넨 테이프 등의 단계를 거쳐 녹색 끈으로 대체됐다. 녹색 끈은 우편엽서나 규격봉투가 등장할 때까지 사용됐다. 우편엽서나 봉투 표면에 청색 줄무늬 도장을 찍어 등기우편임을 표시했다. 이 방법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등기우편이 국내에 도입된 시기는 우정총국이 개국했던 18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정총국 개국 당시 만든 ‘대조선국 우정규칙’ 4조에 이미 등기우편 요금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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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기우편도 진화하고 있다. 보증성에 속도성이 가미되고 있다. 등기속달 우편으로는 빠른등기-익일특급-당일특급 등이 있다. 또 약속된 시간에 우표물을 배달하는 계약등기도 있다. 여기에 등기와 IT기술을 접목한 등기이메일, 일명 ‘#메일’도 있다. 이메일에서 본인 및 송수신 확인이 보장되는 공인전자주소, 이른바 등기이메일 제도가 2012년 도입됐다. 등기이메일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관련 국제특허도 획득했다.

<김경은 편집위원 jj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