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양극화와 중산층의 붕괴, 청년실업, 고령화사회, 저출산, 비정규직 노동자, 포스트휴먼사회, 갑과 을의 문화…. 현재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화두’들이다. 화두란 본래 불교용어다. 불교에서 참선 수행자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끝없이 꼬리를 이어가는 자문자답이다. 요즘 사용하는 ‘화두’는 사회화된 용어다. 풀어야 할 과제라는 의미로 통용된다. 개인, 조직, 사회, 국가 등에 두루 쓰인다. 풀어야 할 과제란 곧 개인이든, 기업이든, 정부든 각자가 안고 있는 취약성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특히 사회적 화두는 꽤 오랫동안 지속되어 오는 게 보통이다. 앞으로 상당 기간 계속될 가능성도 높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병리현상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심각성 측면에서 최고지만 새삼스럽기 짝이 없는 화두가 있다. 안전과 평화다. 삼풍백화점와 성수대교 붕괴사고, 그리고 서해 페리호 침몰, 세월호 사건 등 수많은 참사가 벌어졌다. 하지만 안전은 아직도 강력한 시대적 화두로 남아 있다. 평화는 우리 근대사를 지배하고 있는 말머리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남북분단과 대치에서 비롯된 것이다.
‘2015 대한민국 우표디자인 공모대전’ 수상으로 제작된 기념우표들. 공모대전에서 부문별 대상과 금상 수상작을 담은 이들 우표는 3월 24일 8종 총 120만장이 발행됐다. / 우정사업본부 제공
이처럼 무겁고 묵은 화두가 유쾌한 변신을 했다. 우표디자인을 통해서다. 3월 24일 발행한 우표는 ‘2015 대한민국 우표디자인 공모대전’ 수상작품이었다. 공모대전의 주제가 평화와 안전이었다. 공모대전에 모두 2931점이 출품됐다. 수상작은 19편이다. 이 중 평화와 안전에서 각각 4점이 우표로 제작됐다. 이들 작품은 하나같이 비극적이고 불행한 상황을 반전시키는 위트로 역설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게 특징이다.
‘평화 우표’는 청소년 부문 ‘평화를 가져다 주는 새(대상·김에녹·인천청학초)’와 ‘평화의 비둘기(금상·이주혁·고촌초)’, 일반 부문 ‘평화를 함께 그려요(대상·한주엽)’와 ‘평화의 바람(금상·김은정)’ 등 4점이다. ‘평화를 가져다 주는 새’는 보기만 해도 온 세상에 평화가 가득한 듯한 느낌을 준다. 행복을 상징하는 무지개 위를 나는 새가 평화의 상징인 올리브 나뭇가지를 전달하는 디자인을 통해 평화를 갈망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또 다른 작품 ‘평화의 비둘기’는 ‘지구의 배’를 탄 사람들이 ‘평화의 새, 비둘기’에게 환호하는 모습을 통해 평화에 대한 열망과 소중함을 그렸다. 순수함이 가득한 동심의 세계를 느낄 수 있다. ‘평화를 함께 그려요’는 온 가족이 비둘기 벽화를 그리는 디자인을 통해 우리 사회의 간절한 바람을 형상화했다. ‘평화의 바람’은 평화가 이뤄진 뒤의 황홀한 세상을 기하학적으로 묘사했다.
‘안전’ 주제 우표는 청소년 부문 ‘지켜줄게요(대상·이민지·서울디자인고)’와 ‘안전모 배(금상·조은영·가재울고)’, 일반 부문 ‘스마일 안전벨트(대상·서은경)’, ‘Embrace our world(금상·창윙퉁)’ 등 4점이다. ‘지켜줄게요’는 엄마의 그늘(왼팔) 아래 있는 아이를 통해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무방비로 노출된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안전모 배’는 이중 삼중의 안전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안전모 속에 구조원으로 표현한 수작이다. ‘스마일 안전벨트’는 안전벨트를 매는 것만으로 큰 교통사고의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스마일 모양으로 처리한 안전벨트와 웃는 아빠의 모습으로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다. ‘Embrace our world’는 홍콩인의 작품이다. 동그란 새싹지구, 그리고 지구를 싼 팔을 통해 안전사고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김경은 편집위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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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채 상병 의혹
‘이채양명주’ 의제로 올려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