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경제]<극장판 도라에몽:진구의 우주영웅기-스페이스 히어로즈>우주해적의 유혹에 넘어간 ‘호감편향’

‘도라에몽’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이번에는 어떤 도구가 나올까’ 궁금해진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기상천외한 도구들은 오오스기 요시히로 감독의 <극장판 도라에몽:진구의 우주영웅기-스페이스 히어로즈>에서도 마찬가지다.

퉁퉁이와 비실이, 이슬이는 ‘미라클 은하방위대’라는 히어로 영화를 찍고 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진구는 도라에몽과 함께 진짜 같은 영화 찍기에 들어간다. 도라에몽이 데려온 버거 감독의 지휘 아래 영화를 찍던 도라에몽과 친구들은 외계행성 포클별에서 온 보안관 아론을 우연히 만난다. 아론은 도라에몽과 친구들을 진짜 영웅으로 생각하고, 우주해적단에게 파괴당할 위기에 놓인 포클별을 도와줄 것을 요청한다. 영화로 생각한 도라에몽과 친구들은 기꺼이 포클별로 떠난다.

도라에몽이 처음 주머니에서 내보이는 도구는 ‘업그레이드 라이트’다. 라이트 빛을 받으면 어떤 것이든 진짜처럼 된다. 우주로 나간 친구들이 무중력에 적응하지 못하자 도라에몽은 ‘우주캡슐’을 준다. 우주 어디서든 편안히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묘약이다. 포클별에 도착해 숨을 곳이 마땅하지 않자 ‘비밀기지나무’를 꺼낸다. 새싹에 물을 주면 나무가 자라는데, 굵은 그루터기 안에 친구들이 숨을 수 있다. 친구들이 배고파하자 도라에몽은 ‘음식이 나오는 식탁보’를 펼친다. 돈가스 덮밥 7인분이 튀어나온다. 진구와 친구들이 지하에 감금됐다는 것을 안 도라에몽은 ‘두더지 장갑’을 끼고 땅을 파기 시작한다. 굴착기보다 더 빠르다.

[영화 속 경제]<극장판 도라에몽:진구의 우주영웅기-스페이스 히어로즈>우주해적의 유혹에 넘어간 ‘호감편향’

우주해적들은 포클별을 무력으로 점령하지 않는다. 이들은 스페이스파트너라는 회사로 위장해 투자를 제안한다. 놀이공원인 포클랜드를 세워 전 우주의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거다. 포클랜드 중간에는 초고층 건물인 스페이스타워를 세운다. 포클별 사람들은 뜻하지 않은 대형투자에 환호한다. 이런 대형투자를 아무 대가 없이 할 리가 있을까. 아론은 의심하지만 사람들은 무시한다. 아론은 도라에몽과 친구들에게 하소연을 한다. “우주해적들이 달콤한 말과 미소로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았어요. 너무 그들을 믿은 나머지 내 말은 듣지 않아요”라고.

사람은 누군가가 좋아지면 그를 돕고 이해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호감편향’(Linking bias)이라고 부른다. 사랑받고 싶어서 때로는 비이성적으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속칭 ‘사랑에 눈이 먼’ 사람들인데, ‘호감편향’의 영향이다. 롤프 도벨리는 저서 <스마트한 생각들>에서 누군가에게 호감이 생기는 세 가지 경우를 설명하고 있다. 먼저 외모가 매력적인 경우다. 두 번째는 출신이나 인품, 관심사가 비슷한 경우다. 마지막으로 상대가 먼저 호감을 보인 경우다. 누군가가 호의를 갖고 접근하면 바로 티가 난다. 그런데도 물리치기 힘들다. 도벨리는 “호감편향은 분별하기 가장 쉽다”며 “그러나 이상하게도 우리는 매번 그 함정에 빠진다”고 밝혔다.

보험설계사나 자동차 딜러 등 영업맨 중에서는 유독 고객의 생일이나 기념일을 챙기는 사람들이 있다. 고객의 호감을 얻게 되면 상품을 팔기가 한층 쉬워진다. 광고기획자들이 광고에 잘생긴 남녀를 기용하는 것도 소비자의 호감을 얻기 위해서다. 길 안내를 경상도 사투리 혹은 전라도 사투리로 해주는 내비게이션이 있다. 영호남 지역 소비자에게 동질감을 줘 호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호감편향은 투자결정 때도 영향을 미친다. 주요 투자를 유치할 때 일부러 투자자의 동향이나 동문 브로커를 투입할 때가 종종 있다. 은행 부산지점에는 부산 출신이, 광주지점에는 광주 출신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영화 속 경제

포클랜드 개장 당일, 약속했던 우주관광선이 나타나지 않고 귀빈석이 텅텅 빈다. 포클별 사람들은 그제야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지만, “그래도 이유가 있겠지”라며 기다린다. 호감편향은 생각 이상으로 사람을 비합리적으로 만든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