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혁신 경제의 활로는 교육이다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에게 ‘혁신’이란 ‘사랑’만큼이나 낭만적인 단어다. 우리는 흔히 혁신은 변화를 만들고, 변화는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든다고 믿는다.

그러나 인생의 모든 것들이 다 빛과 그림자가 있듯, 혁신 역시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기는 하지만 그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 예로 산업화 이후 농업 고용 인구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생각해보면 된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미국의 농업 종사자는 인구의 약 30%를 차지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농업 인구는 전체의 2%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어느 한 부분의 희생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혁신을 긍정하는 것은 결국 혁신이 가져다주는 득이 실보다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산업혁명의 원조 국가인 영국을 생각해보자. 기원 후부터 1570년까지, 약 1500년 동안 영국의 평균 소득은 2배밖에 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산업혁명이 발발하자 300년 동안 평균 소득은 3배 성장했고, 그 후 100년 동안 다시 그 3배가 더 성장했다.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자동화 로봇이 좌석부분을 조립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이렇게 혁신을 통해 파이가 커지면 소비가 늘어나고, 소비가 늘어나면 다시 고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혁신은 아프지만 끝은 아름답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런 혁신의 마법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이제 더 이상 알 수 없는 시기가 오고 있다. 산업혁명이 만들어낸 신흥 계층이자,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존속하게 한 근간인 중산층이 여기저기서 소리 없이 몰락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혁명이 애플의 스티브 잡스, MS의 빌 게이츠,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과 레리 페이지,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등 새로운 기업가들과 부호들을 탄생시킨 것도 사실이지만, 그동안 미국 평균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40년째 정체된 상태다.

이런 현실은 영국과 독일도 비슷해 거의 10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혁신과 고용을 이어주는 다리에 생긴 금이 커져가고 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인간의 생산성이 증가하는 속도보다 기계의 생산성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증가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결과 기계와 같이 일하는 엔지니어 등 일부 직종의 임금은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나머지 직종은 그와 같은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지가 상승으로 인해 피해를 본 시위대들이 구글의 통근버스를 멈추는 등 소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이와 같은 긴박한 상황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이런 패턴이 변할 기미도 보이지 않으니, 정책적 간섭이 없이는 기술 혁신의 소득 분배상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사회 내부의 격차가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디지털 혁명 이후의 산업구조 재편을 내다보면서 최우선 순위를 두고 준비해야 할 것은 교육이다.

특히 이미 주어진 사실을 반복해서 암기하는 방식의 교육이나, 뒤떨어진 컴퓨터 등의 기기를 만드는 교육은 그 효용이 급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이미 기계의 생산성 향상이 인간의 생산성 향상 속도보다 더 빠르니, 기계와 경쟁하는 것은 무용할 뿐 아니라 무리인 것이다.

기계가 더 잘 하는 건 기계가, 인간이 더 잘 하는 건 인간이 맡는 게 전체적인 생산성을 증가시키는 데 가장 유리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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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교육의 방향을 ‘지식의 소비’보다는 ‘지식의 생산’으로 틀어, 자기 주도적으로 생각해 그 아이디어를 현실에 적용할 수 있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 혁신 경제가 가져오는 어두운 그림자, 그에 대한 활로는 교육의 재구성에 있다.

김재연 <누가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죽이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