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병에서 알림음이 울리고 주황색 불빛이 깜박거린다. 처방 받아온 약을 복용할 시간이다. 복약 시간이 지났는데도 약을 먹지 않으면 약병이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내준다.
이렇게 약을 복용한 정보는 보고서 형태로 기록돼 일주일에 한 번 이메일로 받을 수 있고, 본인뿐 아니라 가족, 주치의에게도 보낼 수 있다.
처방 받은 약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도 약병은 문자로 알려준다. 이때도 약병 뚜껑을 뒤집어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미리 전화번호를 저장해둔 약사와 통화해 약을 추가로 처방 받을 수 있다.
이 똑똑한 약병은 미국의 바이탈리티(Vitality)가 개발한 ‘글로우캡’(GlowCap)이다. 이 제품은 의약 체인점 CVS와 같은 곳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무선 네트워크는 AT&T에서 맡는다.
약을 처방 받은 사람 가운데 절반가량이 정확한 시간에 약을 복용하지 못하는 반면, 글로우캡 사용자의 복약 이행률은 98%에 달한다고 한다.
사물인터넷을 이용해 복약 시간과 복용 내역 등을 알려주는 스마트한 약병 ‘글로우캡’ / 바이탈리티 제공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에 인터넷과 센서를 넣어 만든 스마트 단말이 사람들의 삶을 보다 낫게 만든 성공적인 사례다. 이것이 바로 올해 가장 주목 받는 기술인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이다.
사물인터넷은 사물에 센서와 유무선인터넷 기능을 넣어 사물간 교류할 수 있도록 한 지능형 네트워크다. 2004년 프록터앤갬블(P&G)의 한 브랜드 매니저가 처음 이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해, 지금까지는 주로 기업용 서비스나 공공 서비스 영역에 적용되어 왔다.
그리고 최근 몇년 새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사물인터넷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서 올해 주목해야 할 ICT 10대 이슈 중 하나로 사물인터넷을 꼽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사물인터넷이 확산되면 우리가 살면서 느꼈던 불편함이나 사회적 문제점들이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개발 중이거나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제품으로는 상황을 감지해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자동차부터 실내온도를 조절해 에너지 절감을 도와주는 온도조절장치, 고장 여부를 자동으로 점검해 관리자에게 실시간으로 결과를 전송하는 보안등까지 범위도 다양하다.
결국 사물인터넷은 우리 삶의 질 향상을 막는 걸림돌들을 제거하는 하나의 해법이다. 그리고 그 해법이 올바르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우리 삶에 대한 깊은 이해, 근본적으로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글로우캡 역시 단순한 제품 같지만 복약 시간을 자주 잊는 사람들의 공통된 행동을 이해한 덕분에 성공적인 사물인터넷 사례로 주목 받을 수 있었다.
미국 네트워크 회사 시스코(Cisco)는 2020년에는 5G가 상용화되고 인터넷에 연결되는 스마트 단말의 수가 최대 500억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때가 되면 사물인터넷 시대를 맞기 위한 기술적인 장벽은 사라진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사물인터넷이 언제쯤 전환점에 도달해 본격적인 확산기를 맞을 수 있을지에 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지만, 하나 분명해 보이는 것은 비용과 편익을 고려한 셈법을 하는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때가 바로 그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국내 한 자동차 기업의 신차 개발 담당자의 이야기다. 그는 겨울에 운전하는 아내가 손이 시려 핸들을 쥐기 힘들어 한다는 점에 착안해 핸들에 열선을 넣었다. 또 스커트를 입고 차를 타고 내리기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동차 좌석의 높이도 조정했다.
이 개발자의 이야기처럼 사람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기술이야말로 사물인터넷의 지향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소비자 시장으로 넘어오는 사물인터넷의 출발점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유태열 KT경제경영연구소 소장>
![[오늘을 생각한다]](http://img.khan.co.kr/spko/ranking/weekly/140098/20240424110300_14009801.jpg)
그럼, 국민이 바뀌란 소리냐?
대통령 말씀에 또 답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