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호가 만난 사람]신년 정국의 최고 뉴스메이커 이재오 특임장관

“제1야당이 반대하면 개헌 못 해”

새해 운을 보려고 이재오 특임장관을 만났다. 놀랄 것 없다. 이 장관이 역술에 조예가 깊다는 얘기는 아니니까. 개인이 아닌 나라의 1년 운을 점치기에 그만한 사람이 없을 것 같아서다. 복잡한 현실정치의 풍향을 가늠하는 일 말이다.

2011년은 ‘정치의 해’가 될 게 분명하다.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한 해 앞두고 여·야 정치권과 대권을 노리는 주자군 사이에 물밑 샅바전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의 큰 틀, 게임의 구체적인 룰을 정하거나 바꾸는 과정에서 정국이 크게 요동칠 수 있다. 그 중심에는 이 장관이 자리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복심’이자 집권당 최대 계파의 ‘좌장’이며, 본인의 뜻과 상관없이 ‘차기 대권주자’의 일원으로 거명되는 그를 ‘2011년 최고의 뉴스메이커’로 꼽는 데는 별다른 고민이 필요할 것 같지 않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채소 값 걱정해서야”
토요일인 지난 12월 18일 오후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 있는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부근의 스포츠센터에서 운동 중이라는 말을 듣고 한참 기다린 끝에야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그의 다음 행선지는 단골 분식집이었다. 지역 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한 뒤에 운동까지 한 터라 몹시 시장한 듯했다. 할 수 없었다. 인터뷰는 좁고 소란한 분식집의 급조한 공간에서 이뤄졌다.

이 장관은 지난 12월 9일 아침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반도선진화재단(이사장 박세일) 주최의 한선국가전략포럼에서 2011년 상반기에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가뜩이나 국회 예산파동의 배후로 지목되는 마당에 ‘날치기’한 지 불과 14시간 만에 더 폭발력 강한 ‘개헌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이런 거침없는 행보의 배경이 우선 궁금했다.

한선재단 조찬포럼에서 사회자가 개헌 이야기는 안 하기로 참석자에게 미리 양해를 구했잖습니까. 그런데 미묘한 시기에 민감한 문제인 개헌론을 자청해서 제기한 까닭이 뭡니까.
“제목이 ‘헌법 개정과 정치 개혁’인데 피해갈 수 없잖아요. 정면돌파한 거지요. 그게 언론에 보도되면서 본격적으로 분권형 개헌의 내용이 알려진 건데, 사실은 그 전부터 생각해 왔던 겁니다. 해가 바뀌면 그걸 하자는 거지요.”

이 장관이 제기한 개헌론의 대강은 이렇다. 5년 단임제 권력구조를 채택한 지금의 헌법은 국가 예산 19조원, 1인당 GDP 3300 달러일 때 만들어졌다. 지금은 국가 예산 300조원, 1인당 GDP 2만 달러가 넘는다. 경제규모가 커졌을 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로 일원화됐다. 대통령 혼자서 내치와 외치를 다 감당하기 버거운 상황이다. 대통령이 외치를 담당하고 총리가 내치를 책임지는 분권형 권력구조로 가야 한다.

김형오 국회의장 시절 국회 헌법연구자문위원회가 제안한 바 있는 이원정부제나 4년 중임 정·부통령제와는 좀 다른 내용이군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분단상황이잖아요. 이원정부제나 내각제 등은 아직은 우리 실정에 잘 맞지 않다고 봐요. 외교·통일·국방은 그 중요성과 특수성을 감안해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이 맡아야죠. 또 5년 단임처럼 임기가 제한되면 일관성이 결여될 수 있으니까 잘하면 연임도 할 수 있게 하고요. 말하자면 한국형 분권제라고 할 수 있죠.”

개헌은 역대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의욕적으로 시도했으나 이루지 못한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였다. 현행 헌법을 시대적 요구와 여건 변화에 맞춰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정당 또는 정파의 이해가 맞물리면서 번번이 논의가 중단됐던 터다.

과연 현 정권은 개헌을 추진할 동력이 있을까. 추진력이야 이명박 대통령이나 이 장관이나 세상이 알아주는 ‘불도저’이자 ‘돌격대장’이 아닌가. 첫 번째 관건은 그 의지가 얼마나 강하냐일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8·15 경축사를 통해 “필요하다면 개헌도 국회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임기 후반의 개헌은 실현 가능성이 낮을 뿐더러 자칫 국정 추진의 집중력을 해치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 대통령의 개헌 의지는 어느 정도일까.

“다시 야당 돼도 예산 발목 안 잡아”
이 대통령과 개헌 문제 갖고 이야기해본 적 있습니까.
“내용에 대한 깊은 이야기는 없었고, 어차피 행정구역이나 선거구제 개편 등을 하려면 개헌을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말하자면 정치의 틀을 좀 바꿨으면 하는 거죠. 사실 본인도 분권형 하에서 대통령을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해요. G20을 유치하는 등 나라 밖에서 큰 성과를 거두다가도 국내에 들어오면 뭐가 됩니까.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채소 값 걱정하고 재래시장 가고… 그런 건 내각에 맡겨도 되거든요.”

개헌도 좋지만 현행 헌법 아래서도 운영의 묘를 살릴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 않습니까.
“다음에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진짜 나라를 생각한다면 분권형 하자고 해야 됩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같은 경우 현행 제도를 갖고서도 그렇게 (운영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법이 안 돼 있는데 어떻게 그럽니까. 대통령한테 있는 국무총리·장관 임면권을 어떻게 나눠요. 그냥 막 현재 대통령제 그대로 해도 대통령이 권한을 나눠주면 된다? 법적으로 못 나눠주게 돼 있는데 어떻게 그걸 나눕니까. 운영을 잘하면 된다고요? 법과 제도가 정해져 있는데 어떻게 운영을 잘합니까.”

업무상 특임장관은 대통령을 자주 만날 텐데, 일주일에 몇 번꼴로 만납니까.
“회의가 많은 때는 일주일에 서너 번, 그렇지 않더라도 최하 두 번은 만나죠. 정부조직법에 대통령의 명을 받아 업무를 행하게 돼 있으니까 대통령의 명을 받으려면 대통령이 말하는 자리에 있어야 하잖아요.”

장관에 취임해서 100여일 동안 받은 특명 중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게 무엇입니까.
“아무래도 국회 관계를 원활하게 하고 헌법 기일 안에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것이었죠. 우리가 야당일 때도 그런 게 터졌지만은 내가 정부에 있어 보니까 예산 갖고 발목 잡는 건 진짜 무모한 짓이더라고요. 헌법에 12월 2일까지 (국회에서 의결을) 해야 된다고 한 이유가 있어요. 예산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각 부처가 예산 집행 계획을 세울 수 있는데, 그게 돼야 1월 1일부터 상반기에 60% 집행할 예산을 만들 수 있어요. 예전처럼 12월 31일까지 가면 대개 3월까지 업무보고를 받으니까 4월이 돼서야 새해 예산이 집행되기 시작해요. 이미 한 분기가 다 지나가버리는 거죠. 국가 살림이 제대로 되겠어요? 다시 우리가 야당이 된다고 해도 예산 갖고 발목을 잡으면 안 돼요.”

야당이 이 장관을 지목해 ‘날치기 배후’라는데….
“허허.(웃음) 날치기는 아니지 뭐. 본회의장 아니라 딴 데서 방망이를 두드린 것도 아니고… 이번에 딴 당은 다 들어왔잖아요. 자유선진당도 들어왔지, 창조한국당도 이용경 의원이 반대표 던졌지, 무소속도 들어왔지… 법적으로 말하면 민주당과 민노당만 안 들어온 거죠.”

예산파동 이야기는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 장관은 다른 인터뷰에서 템플스테이 지원이나 복지 부문 등의 항목이 ‘날치기’ 과정에서 졸속 처리된 데 대해 “그야말로 사무착오”라며 “보전해줄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시 개헌 문제로 화제를 돌렸다.

지금까지는 강연이나 인터뷰를 통해서 개헌 문제를 언급했는데,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공론화할 생각입니까.
“한나라당에서 대표나 원내내표가 예산안 처리가 끝나면 개헌 문제를 공론화하겠다고 했으니까 1월부터 당내에서 공론화되겠지요. 당 밖에서도 개헌추진기구 같은 것이 구성이 될 것이고요.”

이미 다음 대권경쟁이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당내 논의도 순조롭지 않을 텐데요.
“(다음 대통령 선거가) 한 2년 남았기 때문에 아직은 경쟁이라고 하기 어렵죠. 각 당에서 당내 평가도 해야 되고, 개헌이 되면 개헌이 되는 데 따라서 정치를 개혁하는 부분도 여러 가지가 있지 않겠어요? 본격적으로 대권 레이스가 시작되는 건 2011년 정기국회 끝내놓고 나서가 될 겁니다. 중요한 건 2011년 상반기까지 (개헌을) 끝내야 한다는 거예요. 그때까지 안 되면 손 털어야죠. 더 이상 끌고 갈 수 없어요.”

“물리적 숫자만 갖고 개헌 못 해”
굉장히 빠르게 논의를 진행해야 하겠군요.
“이미 개헌의 내용들은 조목조목 연구돼서 다 나와 있기 때문에 논의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은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아요. 개헌을 하느냐, 안 하느냐는 합의가 중요한 거죠. 개헌을 하기 위해 90일이 필요한데, 여·야가 합의하면 발의 후 60일까지 굳이 끌 것 없이 30일 안에 의결하고, 다시 30일 안에 국민투표를 실시하면 되니까 60일 안에 끝낼 수도 있거든요.”

야당이 장외투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대화하기조차 어렵게 됐지 않습니까.
“1월부터 예산이 집행되는데, 집행되는 예산을 두고 다시 편성하라는 건 말이 안 되죠. 결국 국면전환을 해야 하는데 무슨 카드가 있겠어요. 장내로 들어올 수 있는 유일한 출구가 개헌 아니겠어요. 총선 1년 앞두고 선거법 개정도 하고 선거구제 협상도 해야 하는데 계속 투쟁만 하고 있어서야 되겠습니까.”

수적으로는 민주당이 반대하더라도 선거법 개정은 물론 개헌까지도 가능하다지만 제1야당을 배제하고 정치를 해서야 되겠습니까.
“그럼요. 수적으로 가능하더라도 그러면 그게 독재죠. 설사 한나라당과 다른 야당이 동의해서 3분의 2가 넘는다 하더라도 제1야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개헌은 못 합니다.”

제1야당뿐 아니라 한나라당 내에도 박근혜 전 대표 측과 같이 다른 입장을 가진 세력이 실재하잖습니까.
“그쪽도 동의 안 하면 못 하죠. 야당이 동의하고 야당의 일부와 여당의 일부가 반대를 하더라도 개헌은 할 수가 있어요. 그러나 물리적인 숫자만 갖고 개헌을 할 수는 없어요. 새로운 헌법 질서는 모든 정치세력이 참여해서 충분히 대화를 해서 만드는 데 의미가 있는 겁니다. 정치인 개인의 반대는 그냥 반대의견으로 들으면 되지만 숫자가 많든 적든 당내 중요한 정치세력이 반대한다면 설득을 해서 동의하게 만들어야지 무시하고 갈 수는 없는 거예요.”
이 장관은 개헌 추진 의지를 강하게 밝히면서도 민주당이나 한나라당 내 친박계가 반대하는 개헌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렇다면 야당과 시민사회,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다른 경우인가. 4대강 사업은 이번 예산안 단독 처리와도 맞물린 사안이다.

현 정부가 소통을 강조하고 있지만 4대강 사업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반대가 많습니다.
“그게 바로 대통령 5년 단임제의 폐해 가운데 하나예요. 5년 단임제 하에서는 이기는 쪽이 5년 동안 모든 권한을 다 갖잖아요. 잃는 사람은 다 잃어버리잖아요. 참여의 기회도 없잖아요. 그러니까 반대하는 사람은 5년 후에 자기네가 정권 잡을 때까지 싸워야 돼요. 옳고 그르고 간에, 맞고 틀리고 간에 무조건 반대하는 거죠. 반대를 통해 국민 다수를 모으면 정권을 잡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정권을 잃는 거니까요.”

그래도 대화를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물론 그렇지만 모든 것을 다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예산 문제나 4대강 사업과 같은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국책사업이 그런 거죠. 그렇지만 정치에 관한 일반적인 사항들은 가급적이면 대화를 해서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고 합의해서 끌어나가야 합니다. 우리가 야당 때 10년 내내 날치기당하고 본회의장에서 농성하는 일을 반복했잖아요. 우리가 여당이 돼서 옛날 야당 할 때 당했으니까 당신네도 당해보라는 식으로 하면 안 되죠.”

“한 번도 민중 등진 적 없어”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돼온 것 아닙니까.
“지금 야당들은 야당 안에 당권이나 차기 경쟁을 둘러싸고 서로 선명성 경쟁을 해야 되니까 의견을 모아서 쉽게 국회를 꾸려가기 어려운 점이 있어요. 그래서 (이런 문제를 푸는 길은) 개헌밖에 없다는 겁니다.”
주문해서 나온 라면과 떡볶이, 순대, 어묵 등이 이미 식어 있었다. 이 장관의 라면 그릇도 그 사이에 텅 비어 있었다. 다소 껄끄러운 질문을 당하면서도 전혀 입맛을 잃지 않는 대범함이라든가 서민적 풍모를 그 빈 그릇이 말해주는 듯했다. 박종렬 가천의과대학 교수가 한 신문 칼럼에서 지적했듯이 지하철 출근이나 자전거 타기와 같은 그의 ‘서민 행보’는 정치속물들의 위장된 허영심이 아니라 진정성이 느껴지는, 또 다른 장면이 아닐까 싶다.

민주당이나 현 정권의 반대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시민사회 쪽 인사와는 옛날 동지적 관계였던 분이 많지 않습니까. 그들은 이 장관이 변절했다고 하지 않습니까.
“다 정치적으로 하는 소리니까… 김대중씨 당이나 김영삼씨 당이나 같은 보수당인데 김영삼씨 당에서 영입 제의가 와서 들어왔던 거죠. 내가 신한국당에 들어와서 오늘날까지 오면서 국민을 결정적으로 배신하는 편에 서지 않았잖아요. 어떻게든 당을 개혁하고 당을 민주화하고 야성을 강화시켜서 정권을 잡고, 뭐 그런 일을 한 것이지… 재야 시절에 말했던 민중을 등지는 일에 내가 서지를 않았잖아요.”

이 대목에서 이 장관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변절자’ ‘배신자’라는 단어에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이 장관은 이름자[在五]에 붙은 살(煞) 때문인지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5번 투옥됐다. 선고 형량은 13년 6개월, 복역 기간은 약 8년이다. 재야 시절 가장 치열하게 싸운 투사 가운데 한 명임은 자타가 공인하는 바다.

“야당 10년 하는 동안 권력의 부정부패와 싸웠지 개인의 이득을 위해 싸운 일이 없잖아요. 구체적으로 어떤 걸 갖고 내가 배신했느냐는 거죠. 변절은 정치인으로서 자기 가치관을 버리고 다른 가치관을 택하는 것인데, 내 가치관이 변한 게 뭡니까. 장관이 됐든 국회의원이 됐든, 초선이 됐든 4선이 됐든 그 전에 살던 집에 그대로 살지, 지하철로 출퇴근하지… 구체적으로 내 삶에서 반민중적인 삶이 어디 있습니까.”

여기서 잠깐 과거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정치적 가치관과 관련해 민중당 사무총장 시절의 이 장관을 인터뷰한 적 있다. 당시 그는 ‘민중주체 민주주의’를 주창하면서 “경제적으로 시장 부분과 사적 소유를 인정하고 다만 그 바탕 위에 운영의 묘를 살려 국가 통제를 가미, 모순을 시정해 나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기하게도 지금의 정치적 가치관인 ‘공동체 자유민주주의’와 크게 어긋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개인사에 대해서는 박종렬 교수도 지적했듯이 ‘좋은 스토리텔링의 소재’가 될 만하다. 그는 부인 추영례씨가 한복 가게를 운영해서 1980년대 초에 장만한 서울 은평구 구산동의 옹색한 단독주택에 지금껏 살고 있다. 담배는 아예 배우지 않았고, 술은 불가피할 때 물에 탄 소주를 한 잔 마시는 정도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매일 일기를 쓰고 있는 것도 놀랍다. 지역구 관리 못지않게 자기 관리에 철저하고 서민적 삶이 체질화돼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지난 보궐선거를 통해 유명해진 그의 90도 인사도 그리 어색하지 않게 보인다.

정권의 2인자이자 실세로서 4대강 사업과 같이 시민사회가 가장 반대하는 사안에 총대를 메고 있으니까 공격의 표적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총대를 멨다기보다 내 가치관과 일치되는 거니까 하는 겁니다. 그게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길이라고 판단하는 거죠. 15대 국회 때, 그러니까 1996년부터 이 대통령이 대운하를 구상할 때부터 공감하고 같이 해왔으니까 그게 하루이틀이 아니잖아요. 그렇다면 그건 하나의 철학적 판단으로 봐야지 그걸 무슨 정권의 2인자이기 때문에 총대를 멘다는, 그런 차원이 아니잖아요.”

“대권? 난 딴 사람하고 다르다”
반대진영과의 소통이나 국민 통합 노력은 특임장관실의 역할이기도 한데, 현 정부 들어 소원해진 시민사회와 관계 개선에 나설 의향은 없습니까.
“취임해서 4개월 동안은 국회·정당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주력했죠. 당과 국회를 우위에 올리고 정부는 더 낮은 자세로 임하는 폼은 이제 거의 만들어졌어요. 장관들이 국회 가서 직접 보고를 한다든지, 법안 협조를 위해서 직접 의원들 만난다든지 함으로써 옛날식 권위주의에서 많이 탈피를 했다고 봅니다. 시민사회는 그동안 정부와 대화 통로가 부족했죠. 지난 정권에 도움을 받았거나 지난 정권을 지지했던 단체들이 현 정권을 반대하고 있잖아요. 그들의 생각을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는 건 정책적 판단의 문제지만 그런 생각 자체를 용인하지 않는 건 안 된다고 봅니다. 그런 차원에서 진보적 시민사회단체와도 꾸준히 대화를 해야지요.”

그동안 그런 부분에 소홀했다는 건 인정하십니까.
“그럼요. 거의 대화가 없었다고 봐야 안 되겠어요?”

앞으로 그런 쪽에 역할을 하겠다는 건가요.
“앞으로 그런 쪽에도 역할을 좀 더 해야 안 되겠습니까. 보수적 정권이라고 해서 진보적 생각을 무조건 배척할 일은 아니잖아요.”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도 여전히 관계 회복이 안 된 것 같습니다. 서로 뜻이 별로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허허.(웃음) 뜻이 없다기보다… 결판날 때까지는 뜻이 같다고 보고 노력을 해봐야죠. 정치라는 게 속단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지금 한나라당의 가장 강력한 주자라고 할 수 있는 게 박 전 대표 아닙니까. 거기에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의욕을 불태우는 모습인데….
“그건 아무 의미가 없어요. 박 전 대표가 됐든 누가 됐든 지난 일을 회상해보면 알잖아요. 이회창 총재는 7년 동안 1등만 했잖아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리라고 누가 생각했어요? 선거가 2년이나 남은 지금, 누가 가장 강력한 후보라고 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거예요. 지난 대통령 선거 2년 전에 이 대통령 지지도를 보니까 5.4%더라고요. 실질적으로 선거 국면에 들어가서 경제문제라든가 남북문제라든가 여러 가지를 감안해서 그 시대에 맞는 지도자가 누구인지 국민이 판단하는 겁니다. 지금 너무 과욕을 갖고서 조급하게 서두르는 것은 본인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국민들 눈에는 별로 가슴에 안 와 닿아요. 더구나 지방선거를 한 지 1년도 안 됐잖아요. 임기 4년의 1년도 안 지났는데 벌써 딴 생각을 한다면 그건 자기를 뽑아준 사람들에 대한 배신행위죠.”

신동호가 만난 사람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 장관 역시 대권주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거명되지 않습니까.
“허허허.(웃음) 그거야 제3자가 이재오도 다음에 출마 꼭 할 거야, 이런 생각들이야 하는 사람도 있고 안 하는 사람도 있고…. 뭐 난 그런 데 너무 연연하지 않아요. 지금 내게 제일 중요한 건 2년 동안 이 정부가 성공하는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다음에 정치를 또 하기 어렵잖아요. 딴 사람하고 난 또 다르잖아요. 명색이 이명박 정권의 일등공신이라는 사람이 자기가 참여해서 만든 정권이 실패했는데 또 정치를 하겠다?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다음에 뭘 할 거냐가 아니라 이 정권을 어떻게 성공시키느냐, 이게 제일 중요한 거죠.”

<글·신동호 선임기자 hudy@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