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경제]<옥자> 사용자가 비용 탓에 꺼리는 ‘4대보험’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사회적 풍자’라는 코드를 담고 있다. 인류의 위선을 비켜나가지 않고 정면에서 마주한다. 자칫 불편할 수 있는 이슈지만 웃음으로 노련하게 넘어가는 게 봉준호의 힘이다. 영화 <옥자>도 마찬가지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대량의 돼지를 만들어내 도살하는 글로벌 축산기업의 이면을 블랙코미디로 폭로한다.

영화 <옥자>는 유전자 조작으로 대량의 돼지를 만들어내 도살하는 글로벌 축산기업의 이면을 블랙코미디로 폭로한다./넷플릭스

강원도 산골소녀 미자(안서현 분)는 슈퍼돼지 옥자와 함께 산다. 지난 10년간 할아버지와 함께 산 ‘또 하나의 가족’이다. 어느 날 글로벌기업 ‘미란도’에서 미자네를 찾아온다. 알고보니 옥자는 미란도 그룹이 칠레의 한 농장에서 발견해 자연교미를 통해 번식시킨 슈퍼돼지다. 미란도는 10년 전 26마리의 슈퍼돼지를 전세계 축산농민에게 분양하고 가장 잘 키운 농민에게는 상을 수여하기로 했다. 동물학자 조니는 옥자를 최고의 슈퍼돼지로 선정하고 뉴욕에서 열리는 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옥자를 데려간다.

그런데 복면을 한 조직이 미란도의 화물차를 가로막는다. 얼떨결에 옥자를 탈취당한 미란도의 박문도 부장이 화물차 운전사에게 요구한다. “빨리 따라가!” 심드렁하던 운전사. 키를 창밖으로 던지면서 대꾸한다. “나랑 뭔 상관야. 제가요 1종면허는 있는데 4대보험이 없거든요.”

4대보험이란 국민연금, 고용보험, 건강보험, 산재보험을 말한다. 운전사가 4대보험에 가입되지 않았다면 단시간 근로자일 가능성이 크다. 단시간 근로자란 1주 동안의 소정의 근로시간이 그 사업장에서 같은 종류의 업무에 종사하는 통상 근로자보다 짧은 근로자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풀타임이 아닌 파트타임 노동자다. 법에서는 ‘소정의 근로시간’을 ‘60시간’으로 못박고 있다. 일주일간 60시간 미만 일한 노동자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산재보험은 가입해야 한다.

추가적으로 국민연금의 경우는 1개월 미만의 일용근로자나 기간제근로자도 가입 대상이 아니다. 고용보험에서는 일주일간 소정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경우도 적용에서 제외된다. 건강보험도 고용기간이 1개월 미만인 일용근로자는 가입을 하지 않아도 된다.

사업주가 단시간 근로자를 쓰는 이유는 경비를 아끼기 위해서다. 일감이 고르지 않거나 특정기간 인력수요가 몰릴 때 많이 쓴다. 하지만 이렇게 고용된 노동자의 회사에 대한 로열티(충성심)가 높을 리 없다. 옥자 납치를 시도한 조직은 동물해방조직 ALF였다. 미란도 그룹의 최고 자산인 옥자를 잃어버린 박 부장은 잘릴까봐 애가 타지만 운전사는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정체도 모르는 위험한 이들을 따라갈 이유가 없었다. ALF가 화물차 앞면을 빨간색 스프레이로 낙서해도 운전사는 운전석에서 내려다보며 씩 웃는다. 박 부장이 어이없어 하자 화물차 운전사는 쿨하게 대꾸한다. “나야 뭐 내 것도 아니고 회사 물건인데.”

사업주들이 4대보험 가입을 꺼리는 이유는 비용부담 때문이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은 사업자와 노동자가 반반씩 댄다. 예컨대 보험요율이 9%인 국민연금은 사용자와 노동자 부담이 각각 4.5%씩이다. 반면 산재보험은 사용자가 전액 낸다. 고용보험은 실업급여 부문은 사업자와 노동자가 반반씩 부담하지만 고용안정 및 직원능력개발사업 부문은 사업자가 전액 납부한다.

영화 속 경제

옥자 납치사건이 알려지자 미란도의 주가는 폭락한다. 만약 운전사가 필사적으로 ‘옥자 납치’를 막았더라면 어땠을까. 저임금 운전사를 고용한 대가는 너무나 혹독했다.

<박병률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