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정부가 아줌마를 투사로 만든다”

이미경 환경재단 사무총장 검찰수사 부당성 지적

“개인적으로 학교다닐 때 운동도 안 했다. 특별히 사회의식도 없었다. 서초동에 살고 남편은 대학교수다. 말하자면 그냥 중산층에 밥 먹고 사는 아줌마였다.”

이미경 환경재단 사무총장은 자신을 ‘일반 기업체 다니다가 뒤늦게 애를 낳고, 밥은 먹으니 뭔가 뜻있는 일을 하려고 7년 전 환경재단 공채1기로 들어온’ 평범한 아줌마였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이 정부는 그런 아줌마를 투사로 만든다.”

이 총장은 최열 환경재단 대표의 수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다. 먼지털이식, 모욕주기식 수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만 당한 것이 아니다. 기자는 6월 24일, 환경재단에서 그를 만났다. ‘환경연합 횡령의혹사건’ 재판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왜 검찰 수사를 비열하다고 말하나.
“참고인만 87명이다. 환경연합 사람뿐 아니라 환경재단 직원, 돈꿔준 지인들까지. 지인 중에는 환경재단이나 환경연합에 재정적 도움을 준 기업체 간부도 있다. 이건 도저히 특수부 수사방식이라고 볼 수 없다.”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수사가 진행되었나.
“이를테면 ‘ㅇ회사에서 최열의 계좌로 90만 원 갔는데, 그건 왜 갔느냐’는 식이다. 강사비였다고 답하면 또 다른 계좌를 들이밀며 ‘이 40만 원은 왜 최열 개인계좌로 갔느냐’는 식이다. 최열 대표에게 돈을 꿔준 한 중소기업이 있었다. 그 기업이 중요한 인·허가를 앞두고 있었는데, 인·허가를 중단시키면서 최열에게 정치자금을 줬다고 하면 인·허가를 내주겠다고 했다. 이 기업가가 양심선언을 하려고 하니 일요일 아침에 이유없이 체포되었다. 결국 이 사람은 기소도 안 됐다. 그 과정을 낱낱이 기록해뒀다.”

환경영화제 지원금 문제로 서울시·환경부와 갈등을 빚었다. 정보기관의 개입을 폭로했는데.
“앞에 말한 것처럼 내가 아무 것도 모르니까 말한 것이다. 사실인데, 어떻게 하겠는가. 정보기관 개입 같은 건 70년대 유신정권이나 군사정부 시절에나 있었던 일인 것 같다. 정말 촌스럽다. 이런 촌스러운 상황이 나 스스로 견딜 수 없다. 9살짜리 아들이 있다. 핏덩이 같은 아이를 두고 일하러 나올 때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겠다는 건데, 이런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해야하니….”

인터뷰 도중 이 총장의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정보기관 개입을 거론했다는 서울시 모 과장에게 걸려온 전화다. 그는 “나는 거론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과장이 전화를 끊은 뒤 그의 상관인 본부장에게 연락이 왔다. 주장은 비슷했다. “(압력 때문에) 힘들다”는 이야기는 했지만 정보기관을 거론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시 측은 어쨌든 해명자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6월 26일 현재, 서울시 언론홍보담당은 “아직 자료가 나오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명박 대통령이나 오세훈 시장 모두 과거 환경재단에 기여한 인사가 아닌가. 그래서 환경재단 수사가 납득가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다.
“누군가 세 개의 괘씸죄가 있다고 전해줬다. 첫째는 최열 대표가 대운하 반대의 괴수라는 것이다. 둘째는 MB가 출마할 당시 도와주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부역’했다는 것이다. 셋째는 촛불의 배후에 우리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 셋째 항목은 우리도 이해 안 된다. 촛불을 보고 우리도 위기감을 느꼈다. 이제 시민들이 NGO라는 중간매개를 필요로 하지 않는구나. 시민들이 직접 자유롭게 의견을 표출할 때가 온 거구나 하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사실 많은 국내 기업이 떨어져 나갔지만 다국적 기업 참여는 오히려 늘었다.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지만 지원 액수를 늘린 기업도 있다. 검찰 조사 받으면서 왜 기업 돈을 받나, 눈먼 돈 아니냐는 비아냥을 많이 받았다. 굉장히 시대착오다. 기부금은 돈 있는 사람이 내야 한다. 돈 있는 사람이 잉여자산을 내고 NGO는 사회적 이슈를 발굴해나가 푸는 것이 ‘협치’(거버넌스)다. 그런데 검찰은 마치 기업체 협박해서 돈을 뜯은 것처럼 말한다. 나는 진보냐 보수냐는 것에 관심 없다. 정부가 하면 훨씬 비싸게 비능률적인 부분이 있다. 그 부분을 NGO가 맡는 것이다. 여기에 안정적인 지원이 있으면 사업이 꾸준히 계속될 텐데 ‘눈먼 돈’ 식으로 생각해 정권이 바뀌었으니 우리가 먹을 차례 식으로 하는 사람도 안타깝다. 결국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생각해야 한다.”

<글·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