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이야기]새 정부 조직개편 공약 잘 지킬까

공수처 신설·안전관련 부처 조정 우선순위… 보수정부서 ‘퇴행’한 기관들 운명은

“결론적으로 이번 정부는 당장 조직개편을 하기 어렵다.”

김병섭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의 말이다. “조기 대선으로 취임 전 인수위가 없는 정부다. 가장 큰 변수는 내년 지방선거 때로 예정된 개헌이다. 당장 선거 이후 5월부터 개편 논의를 시작하더라도 내년 개헌 일정까지 염두에 둔다면 그 논의만 해도 시간이 다 간다. 개헌 후 다시 만들어질 정부의 상에 따라 다시 재개편해야 하는데, 생각이 있는 정부라면 당장 바꾸지 않는 것이 맞다.”

이전까지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조직개편은 늘 있어 왔다. 대한민국은 1948년 정부 수립 후, 70년 동안 총 62회의 정부 조직개편이 이뤄져 왔다. 거의 1년 2개월마다 정부 조직개편이 이뤄져 온 셈이다. 특히 1987년 5년 단임제 대통령제 개헌이 이뤄지면서, 새 정권 출범에 따라 기존 조직이 재편되는 것은 관례화되어 왔다.

혁신, 녹색성장, 창조경제. 각각 참여정부,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정부 조직개편에서 내세운 핵심 키워드이자 어젠다였다. 그에 따라 정부 부처는 재조직됐다. 새 정부는 어떤 키워드를 핵심 구호로 내세우게 될까.

‘힌트’는 공약집이다. 부분별로 쪼개져 있지만 자신이 집권하면 정부 부처는 이런 방향으로 개편될 것이라는 대략적인 상이 언급돼 있다. 예를 들어 지난 4월 20일 발표된 더불어민주당의 대선공약집을 보자. 다음과 같은 부분이 눈에 띈다. “▲국가청렴위원회 신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국정원은 해외안보정보원으로 개편 ▲범정부 차원의 을지로위원회 설립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해체 ▲중소기업 벤처부 설립 ▲시·도지사 자치국무회의 제도 도입 ▲소방청·해양경찰청 독립 ▲여성가족부 기능 강화와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설치로 병합.” 하지만 이런 공약들이 언제 실현될지, 다 지켜질지 공약집에서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4월 18일 오후, 광주시민들이 광주 충장로에서 열린 한 대선후보의 유세를 지켜보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새 정부 키워드와 어젠다에 따라 재편

일반적인 경우, 대선운동 과정에서 나온 이런 공약들은 인수위에서 다시 집중 검토돼 ‘지킬 수 없는 공약’을 걸러내게 된다. 지난 5월 초, 김 교수가 발표한 ‘차기 정부 100일 국정운영’ 논문을 보면 참여정부의 경우 대선과정에서 제시된 총 공약수는 1336건이었다. 선언적인 공약과 중복된 공약까지 포함했을 때는 1800여건이었다. 참여정부 출범을 앞두고 열린 인수위에서 점검한 결과, 이 중 법률 재개정이 필요한 건수는 435건이었다. 다시 100일 이내 즉시 시행 가능한 공약은 520건이었고, 최소 1년 이상 일정기간 준비한 후 시행가능한 공약은 426건으로 분류됐다. 임기 내에 시행할 수 있는 공약은 289건이 분류됐고, 시행 불가능한 공약은 101건으로 분류됐다.

인수위는 정부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는 첫단추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 ‘경제민주화’나 ‘증세 없는 복지’ 등의 공약을 내걸고 당선되었지만 대부분의 대선공약이 인수위원회 이후 논의에서 사라졌다. 첫단추를 잘못 꿴 것이 결국 정권의 실패로 이어진 것이다.

새 정부는 어떨까. 일단 취임 전 인수위가 없다. 대선 다음 날인 5월 10일부터 바로 임기가 시작된다. “대선 이전에 국회에 정부조직개편특위를 설치하고 각 정당이 참여해 정부 조직개편에 대한 협의와 합의를 미리 진행하자. 대통령 당선자는 국회 차원에서 마련한 정부조직개편안을 기본적으로 수용하되, 자신의 공약과 직결된 일부 내용을 변경·추가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시 국회에 제출하면 된다.” 지난 1월, 싱크탱크 더미래연구소와 민주당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가 공동주최한 ‘차기정부 조직개편’ 토론회에서 홍일표 사무처장의 제안이다. 인수위가 없는 조건에서 국회 차원에서 미리 준비해 당선인과 협의하자는 것이다.

언론들이 이날 토론회에서 주목한 것은 ‘기획재정부의 분리, 미래창조과학부 해체’ 등 토론회에서 나온 몇몇 구상이었다. 더미래연구소가 민주당 계열의 주요 싱크탱크로 알려졌기 때문에 차기정부 조직개편과 관련한 더불어민주당 측의 ‘사실상 밑그림’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더미래연구소가 당시 제안했던 국회 정부조직개편특위 설치 등은 실현되지 않았다. 당연히 그에 따른 국회 차원의 정부조직개편안은 마련되지 않았다. 5월 3일 통화에서 홍 사무처장은 “조직개편 이슈는 결국 집권 이후의 인사·조직·예산을 어떻게 준비하고 어디에 쓸 것인가라는 문제인데, 정부 출범 이후에도 국회가 정부 조직개편과 관련해서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이 조기 대선이지만, 국정운영 비전을 선언하고 국제외교 마당이 된다는 점에서 일정한 시차를 두고 취임식은 별도로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사진은 2013년 2월, 국회 앞에 마련된 18대 대통령 취임식장. / 사진공동취재단

홍 사무처장은 ‘정치 변수’가 조직개편 논의에도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5월 16일 전후로 새 원내지도부가 구성되는 것으로 예정돼 있는데, 청와대발로 정부조직개편안이 나오더라도 실제적인 협상과 법안의 통과는 국회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 야당 쪽의 지도부나 협조 여부도 중요하지만 여당 원내지도부가 어떻게 구성되느냐도 중요한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번 대선과정에서 내년 6월 지방선거와 개헌논의가 연계되었다. 감사원을 비롯해 헌법과 연관되는 기관은 개헌이 된다면 위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내년 6월 이전에 이들 기관을 포함한 대폭적인 정부 편제 개편은 사실상 힘들다고 할 수 있다. 현실적인 정부 일정도 있다. 통상 5월이면 기재부가 정부 예산안을 총합한다. 취임 100일에 해당하는 6월과 7월, 8월까지의 시기와 겹친다. 정치권 일각에서 정부 조직개편은 내년 6월 이후 국회 하반기 원 구성 시기에 맞춰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까닭이다. 홍 처장은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결국 촛불로 인해 대통령선거를 빨리 치르게 되었고, 뭔가 많이 바뀔 것으로 기대했는데 막상 보면 정부 조직 하나 제대로 못 바꾼 채 임기 전반기 1~2년을 보내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그가 정부 조직개편에 있어서 차기 정부의 정치력과 국회에서의 협상과정이 중요하다고 보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편이 예상되는 조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의 신설은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뿐 아니라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도 내건 공약이다. 국가청렴위원회산하기관으로 할지 등의 논의는 남아있지만 87년 개헌 이후 그동안 대선시기 때마다 필요성이 주장돼 오던 조직이다.

새 정부 국회 협상 정치력, 주요 변수

“우리나라 검찰조직이 차관급이 몇 명이나 되는지 아는가. 51명이다. 세상에 그런 조직이 어디 있나. 차관급인 경찰청장이 일개 검사만도 못한 것이 현재의 문제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의 말이다. ‘경찰청장이 일개 검사가 가지고 있는 권한도 못 가지고 있다’는 주장의 예로 이 교수는 ‘수사 종결권’을 들었다. “수사를 종결하라는 명령을 경찰청장은 못 내리는 반면, 검사는 할 수 있다. 그래서 검사가 무서운 것이다. 견제 없는 권력은 괴물이 될 수밖에 없다.” 공수처의 신설은 공수처로 끝나지 않는다.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로 이어진다. 검찰뿐 아니라 경찰이나 국정원과 같은 권력기관의 기능 조정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쉽지 않다. 지난 10여년간 공수처 논의가 쳇바퀴를 돈 이유다. 반면 “박근혜 국정농단에서 드러나듯, 대통령과 대통령 친인척, 고위공직자에 의한 국정농단에 대한 공감대라는 명분이 있는 만큼, 정권 초기에 제기할 수 있는 동력은 충분하다”는 낙관적 전망도 있다.

안전 관련 정부 부처 재배치도 우선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고심 끝에 해경을 해체하기로 했다.” 2014년 5월 19일, 세월호 사건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발언이다. ‘고심 끝’이라고 했지만 결국 그해 11월 해체돼 국민안전처 산하 해양경비안전본부가 된 해경의 조직 구성을 두고 말이 많았다. 고심의 흔적은 보이지 않고 세월호 구조 실패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조치라는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처 단위 기능은 참모기능이다. 반면 소방 및 해경조직은 지휘통솔 역할까지 맡게 돼 있다. 구조와 실무가 이원화되어 책임소재가 불명확해지는 것은 이미 예견된 문제였다. 거기다가 국민안전처 본부 조직은 일반직과 기술직인데, 소방이나 해경은 특정직이다. 이런 사람들이 한 군데에 근무하면 어떻게 화학적으로 융합이 되겠나.” 이창원 교수의 말이다.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국민안전처에 소속된 소방상황센터와 해양경비안전상황센터는 차관실 소속의 중앙재난종합상황실의 통제를 받는데, 각각을 관할하는 중앙소방본부와 해양경비안전본부가 수평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연계성을 확보하기 위한 한 단계 이상의 보고체계를 더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하나의 조직개편이 도미노처럼 다른 조직의 개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단 손을 대면 소폭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 조직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만만치 않은 전쟁’을 치러야 한다.

촛불과 탄핵이 이끌어낸 이번 대선은 예정에 없던 조기 대선이기 때문에 선거 이튿날인 5월 10일부터 임기가 시작돼 ‘취임 전 인수위원회’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진은 2013년 2월, 삼청동 대통령 인수위가 임무를 마치고 집기를 정리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지난 정부 각종 위원회도 ‘수술’ 불가피

대선과정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학분쟁조정위원회와 같은 합의제 기관의 폐지나 역할 조정에 대한 안도 흘러나왔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아래에서 자격미달 인사를 위원으로 임명, 파행을 달렸던 조직이다. 국민의정부 때 만들어졌던 독립기관 인권위원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는 “방심위나 인권위의 경우는 제도의 문제라기보다 두 보수정권에서 자격미달·편향된 인물로 채우는 인사에서 비롯된 운영의 문제에 가까웠다면, 사학분쟁조정위 같은 경우는 ‘사학분쟁조장위’라는 별명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제도의 문제와 운영의 문제가 동시에 나타났다”고 말했다. 관련 위원회가 만들어질 당시, 학교 문제도 법원에 맡기자고 하던 당시 한나라당 측 안과 로스쿨법을 바꾸다보니, 대법원장이 일방적으로 영향력을 관찰시킬 수 있는 기형적인 제도가 문제의 원인이 되었다는 지적이다. 그러다보니 현직 부장판사나 대형로펌 대표 변호사들이 위원을 맡고, 다시 대형로펌이 비리 사학재단 측에서 고액의 사건을 수임해 돈을 챙기는 통로로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이용되었다는 것이다. 애초의 입법취지를 실현할 수 없는 조직이기 때문에 새 정부에서 수술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흔히들 말하는데, 엄밀하게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단 대(對) 정치권을 보면 대통령과 정당이나 국회와의 관계는 선출직(대통령)과 선출직(국회의원)의 관계다. 이 부분에서는 이미 제왕적 관계가 아니다. 법을 만들려고 하더라도 국회가 동의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 김병섭 교수의 말이다. 대통령의 제왕적 힘이 미치는 쪽은 대공무원, 또는 공공기관이다.

‘제왕적 권력’의 핵심은 헌법 78조에 보장되어 있는 대통령의 인사권이다. 인사권은 임면권이다. 임명과 면직을 다 할 수 있다. 김 교수는 “대통령이 어떤 것을 바꾸려고 한다면 조직보다는 인사를 통해 이룰 수 있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 임명자의 임기를 보장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행 대통령제의 문제를 임기 전반 3년을 제왕적, 후반 2년을 레임덕으로 나눈다면 실제 마지막 2년에는 좋은 인재를 등용할 수 없다. 그런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라도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임명자의 임기를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

“적응속도가 놀랍다. 정권이 교체될 것 같으니까 말 싹 바꾸고 갈아타는 모습이….” 관가에서는 참여정부 말 정도부터 유행한 말이 있다. 어공과 늘공. 어공은 ‘어쩌다 공무원’의 줄임말이고 ‘늘공’은 ‘늘 공무원’이다. 어공은 정치인 출신 대통령·집권여당을 통해 들어오거나 개방직 출신의 공무원들을 말한다. ‘어공’ 중 청와대나 공공기관장이나 감사 등 고위직은 보통 정권과 운명을 같이한다. 개방직으로 들어온 공무원 역시 정권의 풍향계에 따라 부침을 거듭한다. 반면 ‘늘공’은 행시나 공무원시험 출신으로 정권의 운명과 무관하게 특별한 비위를 저지르지 않는 한, 부처와 보직을 넘나들며 순탄하게 정년까지 일을 할 수 있다.

앞의 한탄은 ‘어공’이 바라보는 ‘2017년 5월 대선을 앞둔 관가 늘공의 모습’이다. 늘공이라도 국장, 본부장급이 되면 다르다. 정년을 앞둔 사실상의 정무직이다. 대통령 임기는 5년이다. 정권교체는 최소 앞으로 5년 동안은 그간 9년과는 전혀 다른 기조의 정책이 펼쳐질 것을 의미한다. 좋으나 싫으나 ‘바뀐 정권의 사람’으로 공무원 생활을 마감해야 한다. 말하자면, 앞으로 5년 동안 이어질 정권 쪽과 ‘한 배를 타야 하는 운명’이다. 홍 사무처장은 “이런 저런 정부조직개편안을 내놔도 직제나 정원 등의 디테일을 만드는 것은 현재 행정자치부의 조직담당 부서”라며 “간판은 그럴싸하게 바뀌었지만 속내는 안 바뀌는 것이 많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딱 하나만 덧붙인다면 5월 10일 바로 대통령에 취임하더라도 시간을 갖고 취임식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5년 집권기간 중 국정운영 목표와 우선순위를 선언하는 자리일 뿐 아니라 외빈 초청과 참석을 통해 국제외교의 마당이 되기 때문이며, 특히 최근 안보이슈와 관련해서 사드나 북한 핵문제 등을 논의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 때문”이라며 “한 달 정도 시차를 두고 준비해서 중요한 기념일, 예를 들어 6월 15일이라면 평화통일 의지를 상징할 수 있고, 7월 17일 제헌절이라면 헌법적 가치의 중요성을 역설할 수 있는 날이기 때문에 그날에 맞춰 열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5월 10일 출범하게 될 새 정부가 참고할만한 주장이다.

해경을 해수부 산하로? 대선막바지 불거진 해수부 개편 논란

“제가 후보와 대화도 했고, 인재 중앙위 정책팀에서 움직이는 것을 볼 때 해양수산부 기능을 획기적으로 보강하겠다고 몇 차례에 걸쳐 약속한 바가 있습니다.”

대선 막판 논란이 되었던 오거돈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의 말이다. 지난 4월 17일 부산에서 열린 ‘차기정부 해양수산기후부 신설과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 정책 토론회’에서 한 발언이다. 이날 오 위원장은 수산 관련 차관 신설, 해수부 산하에 다시 만들어질 해양경찰청을 두는 것, 거기다가 기후 관련 부처와 조선산업 관련 부처를 해수부 아래에 가져오는 것이 “긍정적으로 논의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발언했다. 기후나 조선산업 관련은 기존 환경부나 국토부, 산업부가 관장하던 영역이다. 말하자면 해수부가 매머드 부처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치권에서 이슈가 되었던 SBS 세월호 인양 지연 보도 논란과는 별도로 이 주장은 사실일까.

더불어민주당이 오 위원장의 ‘부산 발언’ 사흘 뒤인 4월 20일 발간한 공약집에는 위 주장을 뒷받침할 내용은 없다. ‘국민안전처 소속 해양경비안전본부를 해양경찰청으로 독립’시키겠다는 대목은 있지만 외청으로 독립할 해양경찰청을 어느 조직체계 산하에 둔다는 계획은 밝히지 않고 있다. 해경본부를 어디에 둘 것인가를 두고는 유치전이 치열하다. 가장 유치에 열심인 쪽은 인천이다. 유정복 인천시장을 비롯, 인천지역 시민·어민·경제단체들은 비용절감 차원에서 과거 해경본청이 있었던 송도국제도시 건물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천 송도에 있던 해경본부는 지난해 8월 국민안전처가 세종시로 이전함에 따라 세종시로 떠났었다. 반면, 부산은 해경의 전신인 해양경찰대가 1953년 창립된 곳이고, 1979년 인천으로 옮기기 전까지는 부산에 있었다는 것을 주요 근거로 들고 있다. 앞의 오거돈 위원장의 발언도 이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논란에 대해 문재인 캠프 관계자는 “조직개편과 관련해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도 “세월호 사건 등에서 잘못을 거듭한 해수부가 왜 힘이 세질 필요가 있느냐는 국민정서도 감안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해수부 기능을 획기적으로 보강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아직까지 보강할 내용은 공백으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