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검찰 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

이국운 한동대 법학과 교수, 검찰개혁 반드시 추진 강조

“5%의 지지를 받는 정권을, 어쩌면 그보다 더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현 상황을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저서 <법률가의 탄생>에서 검찰조직을 세밀하게 분석했던 이국운 한동대 법학과 교수는 이번 최순실 게이트 검찰 수사를 바라보는 국민들 의 불신을 이렇게 설명했다. 과거에도 비정상적인 검찰권력이 문제로 지적돼 왔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그 비정상성은 극에 달했다. 이 교수는 그 원인을 박 대통령의 통치방식에서 찾았다. 검찰 안에 끈이 닿는 일부를 등용해 검찰을 통치한 박 대통령의 방식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대통령의 비서로서 검찰을 통치하고, 동시에 검찰의 대표로서 대통령과의 관계를 형성해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자리매김하게 해주었다. 이 교수는 지금 국민들의 검찰에 대한 불신은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판단하겠다는 민심의 표현인 만큼, 검찰은 증거가 나오는 대로 제대로 수사해야 하며, 국회는 최순실 게이트를 수습하는 과정으로 검찰개혁을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박송이 기자

피의자 신분인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웃음을 머금고 팔짱을 끼고 있고, 후배 검사들이 이를 깍듯이 예우하는 듯한 보도사진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상당히 상징적인 자리에서 변명할 수 없는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우리나라 검찰권력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준 꼴이 됐다. 검찰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 것이고 국민을 위해서 행사돼야 한다. 그러나 이 당연한 명제가 지금의 사실들 안에서 확인되지 않고 있다.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이미 수사의 정당성이 없는 것처럼 되어버린 상황은 검찰이 지금의 민심과 동떨어져 그들만의 세계에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5%의 지지를 받는 대통령을 어쩌면 그보다도 더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상황을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검찰은 우리 사회의 공적 권력 중에서 민주주의의 통제를 받지 않는 최후의 영역이나 다름없다. 검찰은 제도적으로 수사권, 기소권, 기소하지 않을 권리, 공소유지권, 법집행 권 등 형사사법상의 모든 권력을 틀어쥐고 있다. 어떤 의미로 검찰은 그 제도적인 틀 안에 안주하다가 민주화된 세상에 적응할 기회를 잃은 것 같다. 검찰권이 국민으로부터 나왔고 국민을 위해서 행사되어야 한다는 대명제를 전제로 검찰개혁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검찰 문제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지적돼 왔는데도 유독 박근혜 정부에서 더 부각됐으며, 이에 따라 검찰에 대한 불신도 더 깊어진 것 같다.

“2014년 채동욱 검찰총장이 박근혜 정권에서 찍혀져 나갔을 때 의아했다. 검찰이 ‘박근 혜 검찰화’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해서 감찰을 지시하고, 대검찰청 김윤상 검사는 거기에 맞서 차라리 채동욱 총장의 호위무사가 되겠다고 하며 사의를 표명했다. 그간 검찰이 검찰조직 내외의 위기에 대처하면서 발전시킨 패턴으로 볼 때 그런 경우라면 채동욱 검찰총장도 물러나고 황교안 법무부 장관도 물러났어야 한다. 그게 검찰조직의 내부 화합을 깨뜨리지 않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채동욱 검찰총장만 물러났고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남아서 승승장 구했다. 정권이 채 총장을 찍어냈을 때 거기에 맞서는 게 검찰 내부의 주된 흐름이 아니었다. 정권이 검찰을 흔들 때 수뇌부가 거기 맞서서 자기 자리를 내놓고 그 자리를 후배들이 이어 받는 방식으로 검찰은 지금까지 조직을 지켜 왔다고 볼 수 있는데, 이번 정부에서는 그것조차 안 됐다. 그 뒤로 3년 가까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에 대해 검찰은 아무런 수사권 행사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 내사도 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가 검찰권력을 완전히 틀어쥐고 통치하고 있었다는 것인가.

“그렇게 볼 수만은 없고 오히려 대통령이 검찰을 다루는 아이디어가 없어서 검찰을 제 대로 통치하지 못했다고 보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박 대통령은 검찰 안에 끈이 닿는 일 부를 등용해 검찰을 통치했다. 주요 언론들은 우 전 수석이 대통령의 비서로서 검찰을 통치했다고 본다. 그렇지만 거꾸로 우 전 수석이 검찰 전체의 대표로서 대통령과의 관계 를 형성해 왔다고 볼 수는 없을까? 우 전 수석이 검찰의 대표인 한, 대통령은 그를 쉽게 내치지 못한다. 사실 민정수석은 비서다. 비서는 이름도 없고 얼굴도 없어야 하는데 비 서가 국정을 쥐락펴락했다는 것이 아닌가. 그가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대표가 아니라면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우 전 수석의 권력이 비대해진 것은 박 대통령이 검찰을 제 대로 통치하지 못했다는 방증일 수 있다.”

우병우 전 수석이 대통령과 검찰을 잇는 통로였 다면 검찰이 우 전 수석을 수사할 수 있을까.

“검찰 내부의 친소관계 혹은 심리적 판단기 준을 짚어봐야 한다. 지난번 대통령의 인사에서 제일 주목되는 지점은 최재경 전 중수부장을 민정수석으로 임명한 것이다. 대통령의 뜻 을 검찰에 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검찰의 뜻 을 대통령에게 전하는 통로가 우 전 수석에서 최 수석으로 바뀐 것이다. 검찰에는 최 수석과 연결되는 그룹이 있고, 우 전수석과 연결되는 그룹도 있다. 그 양자의 관계가 무엇이냐, 거기에 핵심이 있다. 언론을 통해 비치는 바로는 관계가 썩 좋지는 않은 것 같다. 또 다른 지점은 우 전 수석이 지난 8~9월 동안 이 석수 특별감찰관에게 취했던 일련의 조치들에 대한 검찰 내부의 평가다. 이 감찰관은 우 전 수석의 서울 법대·사시 선배이고 경주지청 에서 함께 근무한 이력이 있다. 우 전 수석이 이 감찰관을 내쫓고 팀도 없애버리고 고발까지 했다. 검찰 내부에 이런 행동들에 대한 얼마간의 공분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나라를 뒤흔든 사건에 대한 수사에서 검찰 내부의 친소관계, 파벌 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

“검찰의 인사시스템 때문이다. 법원은 인사를 성적으로 한다. 연수원 성적이나 사법 시험 성적이 거의 끝까지 간다. 그러나 검찰은 그렇지가 않다. 검찰 내부의 이른바 인사평가를 통해 한다. 또 검찰 고위직은 정치적인 풍향을 많이 따른다. 검찰 내부에서 누가 끌어주고 어느 줄에 서느냐에 따라서 ‘패밀리’가 갈릴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검찰 내 부의 경쟁 그룹들은 서로를 강하게 견제한다. 이 또한 일종의 병리적인 현상이다.”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제대로 될까.

“호랑이 등에 올라타면 어쩔 수 없다. 증거가 나오는 데 따라가야 한다. 대통령이 재벌 회장들을 따로 만났다는 증언이 나왔다. 재벌 회장들이 자신들이 처벌받지 않으려면 이 야기를 해야 한다. 지금 대통령 주위에 누가 있어서 재벌 회장들의 입을 막으려고 한다 면 혹시 모르겠는데, 대통령이 스스로 인정한 부분도 상당히 있는 마당에 막아줄 사람 이 누가 있겠나. 지금 검찰이 대통령 눈치를 볼 이유가 있나.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 은 검찰이 결과를 어떻게 내놓는지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민심의 표현이다. 증거가 나오는 대로 제대로 수사를 해서 내놔야 한다. 만약 이렇게 내놓은 결과가 다음에 특검이 내놓은 결과에 의해 완전히 뒤집힌다면 검찰로서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검찰개혁의 구체적인 방향은?

“대통령,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으로 이어지는 현재의 검찰 지배구조를 바 꿔야 한다. 우선 검찰권력을 검증할 수 있도록 시스템 개혁이 필요하다. 검사장 직선제 다. 지방검사장만큼은 주민들의 선거로 선출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동일한 권한이 부여된 각 지방검찰청 사이에 상호견제가 가능 하고, 차기 선거에서 재신임을 얻기 위해서 는 주민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시민의 통제가 가능해진다. 검사장 직선제를 전제로 검찰위원회와 같은 독립된 위원회를 설치하는 방법도 있다. 검찰위원회에서 검찰의 인사·기획·행정 등을 담당하고, 검사는 수사· 기소·공소유지 등의 업무만 담당한다. 검찰 개혁의 주체는 입법권을 가진 국회일 수밖에 없다. 친박은 수사대상이 될 수도 있으니 일단 제외하고 정치세력 전체는 한마음으로 특검도 하고 검찰개혁도 제대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 앞에서 무슨 낯으로 수습을 했다고 하겠나. 단순히 주장하고 외치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로 검찰을 이렇게 개혁해야 한다는 안, 그것을 관철시켜낼 수 있는 정치적인 역량과 의지, 용기가 필요하다. 정치인들은 현재의 검찰과 어떻게든 잘 지내는 게 본인들의 권력을 확대하고 유지하는 데 보탬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검찰개혁은 더 이상 미루기 어려운 과제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