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이 세상에 공짜 점심은 원래 없다

인도의 전기통신규제국은 2월 초 데이터에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규칙을 발표했다. 페이스북이 제공하려 했던 무료 서비스 프리 베이직(Free Basics)의 꿈이 좌절되는 순간이었다.

페이스북은 그간 internet.org라는 도메인으로 제3세계에 무료 인터넷을 보급하려는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그 도메인 이름과는 달리 페이스북이 보급하려는 것은 무료 인터넷이 아니었다. 무료 페이스북이었다. 검색엔진 Bing이나 BBC 등 몇몇 제휴 사이트를 제외하면 다른 인터넷은 쓸 수 없다. 보편적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문자 기반의 경량 서비스만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현실적 타협에서 시작되었을지는 모르나, 어쨌거나 페이스북이 만든 모바일용 PC통신인 셈이었다. 이 internet.org의 제휴사에는 삼성이나 퀄컴 등도 있는 것으로 봐서, 21세기의 거대한 PC통신 운용 집단이 가능하리라 모두 정말 믿었을 수도 있다.

프리 베이직은 인도에서도 시작했지만 작년 말에 일시 서비스 정지를 당하고 만다. 망중립성 위반이 이유였다. 타당한 반론이다. 정말 세계를 연결하고 싶다는 소박한 선의에서 시작했을지 모르지만, 프리 베이직이 제공하는 가치란 페이스북에게는 무료, 경쟁사에게는 유료의 통신망이었던 것이다. 갑자기 구휼의 대상이 되어 버린 인도인들도 언짢아졌다. 인도는 그런 도움 없어도 점점 인터넷 인구가 늘어나는 중이었고, 자부심도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구하자’라는 표어를 내건 반대운동이 시작된다. 페이스북은 대대적인 홍보와 광고로 응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9월 24일, 페이스북은 internet.org의 프리 베이직 서비스를 통해 1억명 이상의 아시아와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사람들이 무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보급하려는 것은 ‘무료인터넷’이 아니라 ‘무료페이스북’이었다.

페이스북의 이사이자 넷스케이프 창업자인 마크 앤드리슨이 이에 발끈한다. 반식민주의 정서는 수십 년간 인도 국민에게 경제적으로 재앙을 가져오지 않았느냐며, 트위터에 답글을 날렸다. 그러나 한낱 답글이라도 여파는 엄청났다. 이는 한국이 일제시대의 경제적 혜택을 인정하지 않으면 되겠느냐며 답글을 남기고 간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 갑자기 페이스북이 인도 토착민을 회유하던 동인도회사로 보이게 만들어버렸다.

상장한 상업 기업의 조바심은 이런 것이다. 목표가 어긋났을 때 이해당사자의 조급한 마음은 무심결에 해프닝을 벌인다. 하지만 그렇게 이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점, 특히 인터넷에서의 공짜는 절대 공짜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난다.

인터넷은 늘 후불제의 세상이다. 공짜 관람이지만 충분한 관객이 모이면 돈은 어떻게든 벌리게 되어 있다. 소셜미디어도 포털도 모두 이를 알기에 가두리 양식장을 만든다. 그렇게 사용자는 야생을 잃고 양식된다. 좋았던 시절의 웹, 시민들의 이상적 웹은 정말 짧은 한순간이었다. 이제 HTML을 스스로 짜지 않아도 엄지손가락만으로 포스팅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 대가로 나의 취향과 관계와 역사를 적극적으로 헌납한다. 내가 누른 ‘좋아요’에 따라 내 뉴스피드는 달라진다. 이제 눈을 크게 뜨고 경계하지 않으면, 내가 무엇을 볼지마저 선정해주는 시스템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 이 편안함에 사용자가 녹아들었다고 자신하기에, 경쟁사마저 배제하고 훼손된 망중립성을 인터넷(.org)이라 부른다. 이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통제권과 데이터를 나에게 두는 것이다. 소셜에서 멀어지며 의도적으로 불편해지는 것이다. 이 안락함을 적극적으로 털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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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렇게 유난 떨며 불편하게 사냐며, 설마 그렇게 지능적인 분석은 이뤄질 리 없다고 현존 기술을 얕보는 것은 좋다. 그러나 지금 쌓이고 있는 데이터를 다가올 미래가 어떻게 활용할지는 지금은 알 수 없다. 인터넷은 늘 후불제다. 첨단기업들이 대규모 마케팅 비용을 투하하며 자신의 양식장 안으로 우리를 초청하는 이유다.

<김국현 IT칼럼니스트·에디토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