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죽음을 바라보는 의사의 고백

어떻게 죽을 것인가
아툴 가완디 지음·김희정 옮김·부키·1만6500원

사람들에게 죽음을 어찌 생각하는지, 죽음이 두렵지 않은지 물으면 대부분은 죽는 건 무섭지 않다고, 다만 죽기 전에 고통을 겪는 게 두렵다고 한다. 의학의 발달로 죽어가는 과정이 전보다 훨씬 길어진 데다 죽음은 미지(未知)의 추상이지만 죽어가는 과정은 기지(旣知)의 현실이니 죽음보다 죽어가는 과정이 두려운 건 당연한지 모른다. 더구나 예전에는 익숙한 공간에서 가족들과 함께 했던 과정을, 이제는 병원이나 요양원 같은 낯선 시설에 유폐된 채 홀로 겪어야 한다. 육체적 고통에 배제와 고독이란 심리적 고통까지 더해진 셈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열심히 운동하고 돈을 모은다. 그러면 죽을 때까지 건강하게 제 뜻대로 살 수 있을 거라 믿으면서.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노인병 전문가의 말처럼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그저 허물어질 뿐”이며, “언젠가는 독립이라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때가 온다.” 늙기 전에 죽지 않는 한 아무리 건강하고 돈이 많아도 이 자연스런 과정을 피할 수 없다.

문제는 이 과정이 자연이고 필연이라 해서 그에 따른 고독과 고통까지 자연스러운 건 아니란 것, 오히려 지금처럼 나만은 피할 수 있다고 ‘부인’하는 한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과정만 당연해질 뿐이란 사실이다. 정말 죽어가는 과정이 두렵다면 좀 덜 무섭고 좀 더 견딜 만하게 바꿔야 하리라. 한데 과연 그게 가능할까?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읽기 전까진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하버드 의대 교수이며 베스트셀러 작가인 아툴 가완디가 담백하고 섬세한 문장으로 전하는 다양한 경험과 전문지식, 생생한 증거들은 그것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외과의사인 가완디는 책의 서문에서 과학의 발전으로 “나이 들어 죽어가는 과정이 의학적 경험이 되고 의료인의 손에 맡겨야 하는 문제”가 되었지만 의학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적절히 답하지도 못했다고 말한다. 전작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에서 ‘우리는 얼마나 모르는가’라며 의학의 한계를 인정했던 것처럼, 이 책에서도 그는 노화와 죽음 앞에 의학은 무지하고 무력함을 고백한다. 의사로서 부끄럽고 자칫 직무유기로 비칠 수도 있는 얘기를 하는 이유는, 불가피한 운명을 마치 피할 수 있는 듯 여기는 의료계의 관행 때문에 많은 이들이 삶의 마지막 나날을 헛된 치료와 고통 속에서 외롭게 죽어가는 까닭이다.

책에서 삶의 주도권을 잃고 무너지는 노화의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는 것도 그래서다. 건강하고 독립적이던 노인들이 결국 허물어지는 과정을 읽다 보면 이것이 같은 인간인 나의 미래이고 운명임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나 절망은 이르다. 가완디가 발품을 팔아 찾은 희망의 증거들이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처럼 편안함과 독립성을 누리면서도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요양원들, 다가올 운명을 인정하고 보살핌을 제공하는 노인병 전문가들을 통해 사람들은 마지막 시간을 덜 고통스럽고 더 충만하게 보낸다. 가완디는 “세상에는 우리가 가진 상상의 틀 자체를 바꾸는 사람들이 있고” 이들이 이런 변화를 만들어냈다고 전한다.

북리뷰

늙고 병들고 죽는 운명은 피할 수 없으나 그에 따르는 고통과 공포는 바꿀 수도 있다. 생각을 바꾸고 행동한다면. 하긴 늙고 죽는 것만이 그러랴, 세상사 무엇이든 생각을 바꾸고 행동해야 나아지게 마련이다.

<김이경 소설가/독서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