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항의 동병상련 부모공부]대안학교는 새 출발점, ‘가치의 전환’ 실천을

대안학교와 대안교육이 만들어내는 문제점들은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종합해보면 결국 그 원인은 하나임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대안에 대한 오해’다. 대안은 단지 기존의 것에 대한 거부나 반대가 아니라 새로운 것을 마련하는 것이다.

한 초등 대안학교 교장과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가 그런 말을 했다. “가장 난감한 일 중 하나가 아이들이 ‘하기 싫은 것’과 ‘하지 않을 권리’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교육이라는 건 하기 싫어도 해야 할 일을 분별하는 능력과 책임감을 갖는 걸 가르치는 일이기도 한데, 자율성을 중시하는 대안학교 분위기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는 거였다. “아이에게 그걸 제대로 가르치려고 하면 바로 부모에게서 항의전화가 오는 거죠. 권위주의적인 교육 하지 않으려고 대안학교 보낸 건데 왜 그러느냐고.”

한 대안학교의 수업시간. / 경향신문 자료사진

입학함으로써 충분하다는 생각은 오해
물론 이런 문제 역시 모든 대안학교가 같지는 않지만 한국 대안학교의 일반적인 경향과 관련된 일인 건 분명하다. 어느 사회나 대안교육은 말 그대로 기존의 교육에 대한 반대나 거부에서 출발한다. 한국의 경우 그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오랜 권위주의 사회의 유산이자 잔재인 권위주의 교육이다. 대안학교나 대안교육들이 아이의 자율성에 좀 더 치중하는 경향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그 경향은 ‘교육 곤란’이라는 역편향으로 이어지기 쉽다.

어떤 학교도 다니지 않는, 탈학교는 대안교육의 가장 급진적 형태라고도 할 수 있다. 탈학교 교육을 하는, 혹은 탈학교 교육을 거친 청년들에 대한 냉소적 비판 중에 ‘입만 살아 있는 찌질이’라는 게 있다. 사회에 대해, 혹은 주류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뭔가 비판하고 지적은 잘하는데 스스로는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하려고도 하지 않는 느낌을 준다고 해서 나온 이야기다. 물론 탈학교라는 소수자 그룹에 대한 사회적 정서는 호의적이기 어렵지만, 그런 비판 역시 ‘교육 곤란’의 한 형태인 측면이 있을 것이다.

한때 대안교육 쪽에서 하고 싶은 음악을 하기 위해 용감하게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대중음악계에서 성공한 서태지가 롤모델로 떠오르기도 했다. 대중음악 부분만 아니라 어느 부분이든 자신이 가진 재능을 가지고 즐겁게 생활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고, 아예 그걸 표방하는 대안학교도 있었다. 그러나 초기 졸업생들은 졸업하고 딱히 할 일이 없어서 학교에 항의를 하는 풍경이 벌어졌고, 그 학교는 졸업생들이 다시 좀 더 구체적인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과정을 보완했다.

대안학교와 대안교육이 만들어내는 문제점들은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종합해보면 결국 그 원인은 하나임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대안에 대한 오해’다. 대안은 단지 기존의 것에 대한 거부나 반대가 아니라 새로운 것을 마련하는 것이다. 한국의 대안교육은 권위주의 교육을 포함한 기존 공교육의 문제점들에 대한 반대와 거부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부모 입장에선 그 거부만으로도 엄청난 일이 된다. 아이가 학교를 그만둔다는 건 부모 자신의 불안감과 고민은 물론이려니와 학교, 일가친척과 지인, 이웃 등 온갖 관계와의 전쟁을 치르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 보니 그걸 치르고 나면 그 자체로 대안교육을 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새로운 교육의 출발점에 선 것일 뿐이다.

부모는 대안학교에 맡김으로써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대안학교 역시 아직은 출발점에서 멀리 나아가지 못한 상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자체로 대안교육이라고 생각하는 건 ‘교육이 없는 상태’에 빠져들기 쉽다. 여기서 우리는 교육이라는 게 매우 총체적인 과정이라는 사실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아이들은 학교 체제에서만 교육을 받는 게 아니다. 24시간 아이의 삶 전부가 실은 온갖 형태의 교실이며, 수업이다. 대안교육을 공교육에 대한 대안의 맥락으로만 보는 건 문제의 일부만 보는 것이다. 대안교육은 공교육은 물론 기존의 삶의 방식에 대한 총체적 대안의 맥락에 있다. 대안교육은 실은 삶의 가치체계의 변화 혹은 전복인 것이다.

그게 이루어지지 않은 채 또렷하게 반대하는, 혹은 필요한 부분만 도려내거나 해결하려고 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 실패는 부모들의 불안감이나 일반적 욕망과 결합되어 대안교육의 현실적 절충 정도로 미화되기도 한다. 그런 미화는 다시 ‘귀족학교’ 같은 비판과 냉소로 되돌아온다. 해결책은 무엇인가. 대안교육이 기존 삶의 가치체계의 변화 혹은 전복이라는 사실을 정직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기존 삶에 대한 총체적 대안 교육
교육문제로 고민한다는 건 결국 아이가 되도록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소망과 관련한 것이다.(짚고 넘어가자면, ‘행복’은 그냥 순순히 받아들이기에는 께름칙한 개념이긴 하다. 행복은 우리가 느끼는 것과는 달리 인간의 역사에 내내 있었던, 어느 시대에나 인간이 소망하고 인생의 목표로 삼았던 게 전혀 아니다. 행복이라는 개념은 근대 이후, 즉 ‘신분이 무엇이든 제 능력과 노력으로 얼마든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표어를 내세우는 자본주의 체제가 만들어낸 개념이다. 그러니 교육의 의미와 출발점을 아이의 행복에 두는 건 그 자체로 온전한 이야기는 아니라 할 수 있다. 여기에선 그런 구체적인 논의는 일단 접고, 아이가 좋은 삶을 살기 바라는 부모의 공통적 소망의 맥락으로 사용하기로 한다) 어느 부모나 제 아이가 되도록 행복하게 살길 소망하고 바로 그 때문에 교육문제로 그렇게 고민하고 제 삶을 올인하다시피 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삶의 가치체계란 결국 ‘행복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부모는 기존의 삶의 가치체계와 새로운 삶의 가치체계 사이에서 고민하고 흔들린다. ‘이렇게 사는 게 아닌데.’ ‘이건 행복이 아닌데.’ 그러나 내 삶이 아니라 아이의 삶, 특히 내가 늙거나 세상을 떠난 후 아이의 삶에 이르면 기존의 가치체계 쪽으로 급격하게 빨려들게 된다. 그게 좀 더 안정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 차이들이 결국 교육적 대안을 찾으려는 수많은 노력들을 무망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현실을 무시할 수 없지 않느냐’는 항변 역시 그런 과정의 편린이다. 항변의 실 내용은 ‘내 아이가 불안정할 가능성이 높은 삶을 살아가게 한다는 건 옳지 않아’이다. 전혀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그건 단지 새로운 것에 대해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 가는 도정에 있다는 뜻이다.

김규항의 동병상련 부모공부

중요한 건 내 내면에서 일어나는 그런 충돌과 갈등을 스스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가치체계로 이행하는 도정에 있는 나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것이다. 그런 내면적 과정이 없다면 교육에 관한 대안이나 새로운 실천을 한다는 건 ‘올바른 교육을 위해 아이가 덜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 된다. 어떤 부모가 그런 걸 할 수 있을까. 아니, 어떤 부모도 ‘아이를 덜 행복하게 만드는 일’을 해선 안 된다.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