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여류사진작가의 감춰진 인생

제목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Finding Vivian Maier)

제작연도 2013년

제작국 미국

러닝타임 84분

장르 다큐멘터리

감독 찰리 시스켈, 존 말루프

출연 존 말루프, 비비안 마이어, 매리 앨런 마크

개봉 2015년 4월 30일

등급 전체 관람가

2007년, 한 청년이 경매시장에서 400달러를 주고 오래된 필름들이 든 박스를 구입한다. 예술가를 꿈꾸던 청년에게 필요했던 것은 자신의 창의력을 보조할 만한 옛날 사진들이었는데 막상 사들인 사진은 목적에 맞지 않아 쓸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사진 자체에 매료되기 시작한다. 급기야 이 범상치 않은 사진들을 찍어낸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했지만 작가의 이름이 ‘비비안 마이어’라는 것 외에는 어떠한 정보도 알 수 없었다. 청년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서야 검색을 통해 발견한 작은 부고 하나가 실마리를 푸는 새로운 전기가 되었고, 청년은 베일에 싸여만 있던 그녀의 인생과 과거에 조금씩 가까이 다가간다.

다큐멘터리를 선택하는 대다수 관객의 기대는 교육적·지식적 측면에 있다. 기본적으로 ‘현실’과 ‘사건’을 볼모로 한 다큐멘터리 장르는 애초 몰랐던 ‘무엇’을 발굴하거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것’의 다른 이면을 조명해내 관객들에게 새로운 정보를 접하는 지적 쾌감을 제공한다. 더불어 다른 매체보다 비교적 빠르고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으므로 고루한 학습과정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다.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역시 적어도 이런 측면에서의 성취는 분명하다. 대다수 사람들의 인생처럼 평범하게 잊혔을 한 여류 사진가의 인생이 이 한 편의 작품을 통해 대반전을 맞게 되었으니 말이다. 물론 이전부터 그녀의 존재와 작품을 알고 있던 사람들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란 매체를 통해 전달된 이야기의 파급력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많은 대중의 이목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그녀의 조용하고 초로한 삶의 발자취가 어둠 속에서 끌어내어져 역사라는 화려한 페이지의 일각에 선명히 각인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작품이 남기는 여운이란 그렇게 아름답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차라리 서글프고 안타까운 기분에 마음이 심란하다. 한 꺼풀씩 드러나는 평범하지 않은 인생사는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철저히 고립되어야만 했던 한 연약한 영혼의 외로움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삶을 견고히 통제했던 고독의 무게감이 아직 숨 쉬고 있는 우리 주변에서도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기에 더욱 그렇다. 그리고 이는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가 피할 수 없는 또 하나의 혼란스러움이자 불편함을 유발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극도로 자신을 드러내기 원치 않던 한 사람의 인생과 분신과도 같은 작품들이 적나라하게 만천하에 드러나는 현장을 목도하는 상황이 유쾌하기만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더구나 그 결과가 그녀의 인생과는 전혀 관계 없었던 철저한 타인에게 경제적 이득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현실은 더 큰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모순의 우려는 영화 속에서도 끊임없이 언급된다.

터치스크린

이 작품의 공동 연출자 중 한 명인 존 말루프는 단돈 400달러에 비비안 마이어의 작품과 그녀의 인생 전부를 사들인 천운의 그 청년이다. 다행스럽게도 오직 그녀의 존재와 재능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는 그의 하소연이 거짓으로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포착할 수 있는 다양한 지점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그녀의 행보를 뒤쫓는 것에 주력하고 있음은 이를 증명하는 요소 중 하나일 것이다. 아카데미 영화제는 이 작품을 장편다큐멘터리 상 후보로 선정함으로써 그의 편을 들어줬다. 어떻든 비비안 마이어의 존재가 빛을 발할수록 그의 인생도 풍성해질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최원균 무비가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