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위자-공포영화의 탈을 쓴 장편 광고

/UPI 코리아

제목 위자 (Ouija)

제작연도 2014년

제작국 미국

러닝타임 89분

장르 공포, 미스터리

감독 스타일스 화이트

출연 올리비아 쿡, 더글라스 스미스, 아나 코토, 대런 카가소프

개봉 2015년 4월 16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흥망과 성쇠의 반복 속에서도 공포영화는 끊임없이 만들어진다. 위세가 꺾일 대로 꺾인 현재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유령을 소재로 등장시킨 심령물들이 어느 정도 주목받거나 흥행에 성공해 간신히 그 체면을 유지하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1998년 발표된 일본 영화 <링>과 이후 꾸준한 히트를 기록한 몇 편의 태국 영화 이후 굳어진 이 같은 경향은 좀처럼 혁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0대를 겨냥한 전형적 미국 공포영화이자 할로윈 영화인 <위자> 역시 그런 혈통 위에 탄생한 작품이다.

레인(올리비아 쿡 분)은 얼마 전 사고로 세상을 떠난 절친했던 친구 데비(셸리 헤닉 분)의 방을 둘러보다 귀신을 불러와 소통할 수 있다는 놀이판 위자보드를 발견한다. 어쩌면 이를 통해 친구의 죽음에 얽힌 의문을 풀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그녀는 다른 친구들과 여동생을 불러 강령술을 행한다. 하지만 이후 불길한 조짐들이 그날 모였던 이들의 주변에 일어나고 급기야 하나 둘 목숨을 잃기 시작한다. 다가오는 죽음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레인은 데비가 살았던 집과 위자보드에 얽힌 끔찍한 사건의 전말에 다가서지만 저주의 그림자 역시 더욱 악랄하게 그녀의 숨통을 조여 온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의문이 남는다. 미남미녀 배우들, 죽음과 미스터리를 다루는 이야기 전개, 과거의 악행과 사악한 혼령의 존재 등 갖춰야 할 재료들을 모두 수용하고 있음에도 뭔가 빠진 듯한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서양에서 유사 소재로 만들어지는 대부분의 근작들이 그렇듯 혼(魂)은 있으나 한(恨)이 없는 이유도 크겠지만, 유난히 밋밋하고 상투적인 진행은 자로 잰 듯 반듯하다.

위자보드의 기원에 대해서는 14세기 유럽의 집시 유목민에게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다수다. 어쨌든 분명한 사실은 1890년대 미국에서 게임으로 제작돼 상품으로서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름의 의미는 ‘예’를 뜻하는 프랑스어 ‘위(Oui)’ 독일어 ‘자(Ja)’의 합성어라는 주장이 지배적이지만, 그보다 앞서 행운을 뜻하는 이집트어로 오해해 사용하게 되었다는 설도 있고, 위자보드 스스로가 그 이름을 알려줬다는 주장도 있다.

위자보드는 동양인들에게도 낯설지는 않다. 규모와 도구는 다를지언정 죽은 자의 혼을 불러오는 행위는 어느 곳이나 존재해왔고, 의식이 품고 있는 서늘한 기운은 유사한 정서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에게도 익히 알려진 ‘분신사바’는 위자보드와 가장 흡사한 형태의 강령행위로 이미 오래전에 국내에서 영화화까지 되었고, 위자보드를 소재로 한 서양의 공포영화 역시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엔딩 크레딧 중에 인상적인 문구가 펼쳐진다. “해즈브로 사 게임 위자를 토대로 만든 영화입니다.” 해즈브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 국적의 완구와 보드게임 회사다. , <트랜스포머> 등의 완구나, ‘모노폴리’, ‘젠가’ 같은 유명한 보드게임들이 이곳의 명성에 일조한 대표적 상품이다. 이 중 완구의 상당수는 영화화에도 크게 성공한 소재인데, 영화화 자체가 창출하는 부가가치보다 이와 함께 동반되는 상품광고 효과가 더 큰 것 같은 느낌이다.

터치스크린

영화를 보며 들었던 의문들이 너무 쉽게 풀려버렸다. <위자>는 공포영화이기에 앞서 위자보드 자체를 부각시키는 데 궁극의 목적을 둔 작품이다. 폭력 수위를 낮추고 익숙한 전개와 결말을 따라 호기심은 유발하되 거부감을 최소화한 선택이 포섭의 대상을 확장시키는 데 유용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최원균 “무비가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