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싱크탱크 이번엔 제대로 해 봅시다

국회의원 22명 출자한 더미래연구소 출범… 재정 독립성 확보 등 성공 여부는 미지수

기자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3월 11일 국회 의원회관. 더미래연구소 창립식 및 창립기념 토론회 행사장. 오후 3시에 시작해 6시 무렵 끝날 때까지 기념행사 전체를 취재하는 기자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더미래연구소의 창립에는 꼬박 1년이 걸렸다. 2014년 2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초·재선의원 22명이 모여 ‘더좋은미래’라는 의견그룹을 만든 것이 출발점이다. 7월 연구소 설립이 제안되었다. 참여한 의원들이 1000만원씩 갹출해 연구소를 만들자는 제안이 나왔다. 재단법인 등록(11월)과 창립이사회 개최(2015년 1월 26)를 거쳐 이날 창립식을 연 것이다. 더미래연구소에는 ‘국내 1호 국회의원 출자 싱크탱크’ 등의 수식어가 붙었지만 정작 언론은 안철수, 박원순, 안희정 등 야권의 주요 대권주자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사실에만 주목했다. 이날 행사에서 ‘더미래’의 운영위원장을 맡은 김기식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2008년 미국 워싱턴에 갔을 때 K스트리트를 방문했다. 싱크탱크가 몰려 있는 거리다. 이들처럼 우리나라도 국가 미래를 연구하고, 보고서를 내고, 풍성한 논의가 이뤄지는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K스트리트처럼 싱크탱크가 넘쳐나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3월 11일 국회 의원 회관에서 열린 더미래연구소 창립식 및 창립 기념토론회에서 안희정 충남지사(왼쪽부터),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이 축사를 듣고 박수를 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유명 정치인 ‘막후’의 정책 생산자들
‘제5의 권부(權府)’, ‘학생 없는 대학’. 싱크탱크의 별칭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선거를 통해 권력이 선출된다. 하지만 ‘막후’에서 집권을 위한 전략을 제시하고, 또 통치에 필요한 정책을 내놓는 곳이 바로 싱크탱크다. 헤리티지, 브루킹스, 카토, 미국기업연구소 등이 대표적인 싱크탱크다. 신문지상에는 오바마나 조지 부시, 데이비드 캐머런, 앙겔라 메르켈… 등 각국 정상들의 발언이나 정책 등만 소개되지만 그 밑바탕에 존재하는 큰 그림과 정책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그룹이 막후에 존재한다. 그렇다고 프리메이슨과 같은 세계 정치·경제를 좌우하는 ‘음모집단’처럼 생각하면 곤란하다. 이들의 정책이나 행사, 보고서 등은 대부분 공개돼 있다.

중요성에 비해 막후의 싱크탱크 움직임을 주시하고 이들의 활동과 실태를 연구한 경우는 의외로 눈에 띄지 않는다. ‘더미래’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홍일표 박사(김기식 의원 보좌관)가 국회에 들어가기 전인 지난 2008년 펴낸 <세계를 이끄는 생각-미국 싱크탱크의 전략> 등 몇 권의 단행본만 눈에 띌 뿐이다. “미국 싱크탱크가 주최하는 토론회에 가면 사람들이 많다. 처음에는 다 백수들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거의 대부분이 백악관 주변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었다. A라는 주제로 토론을 하면 주변에 있는 관료나 연구자들이 참석한다. 회의시간도 우리처럼 2~3시간 하는 것이 아니라 점심시간을 이용해 1시간 정도 진행하니 이야기를 듣고 가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홍일표 처장의 ‘목격담’이다.

실제 앞에 언급한 브루킹스, 헤리티지, 카토연구소 등은 워싱턴 DC의 매사추세츠 노스웨스트 거리 한 블록 건너에 위치하고 있다. 백악관에서는 도보로 약 20분 거리다. 큰 싱크탱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전역에 소재한 싱크탱크는 약 1500개. 그 중 300여개가 워싱턴 DC에 자리 잡고 있다. 그들 중 또 상당수는 김 의원이 언급한 워싱턴 DC의 ‘K스트리트’를 포함한 ‘듀퐁서클’ 안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국가 정책 결정 막후에서 싱크탱크가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은 미국만이 아니다. 3월 11일 창립식에 참석한 안철수 의원은 독일 사례를 거론했다. “독일을 지난 2월에 방문해 막스플랑크 연구소 소장을 만났다. 소장이 하는 일은 1년에 한 번 ‘독일이 어떻게 하면 혁신할 수 있을까’ 보고서를 쓰는 것이다. 발표 자리에는 메르켈 총리가 직접 참석해서 경청한다. 보고서도 비서를 통해 받는 것이 아니라 직접 건네받는다. 그리고 그 연구서를 품에 안고 기념사진을 찍는다. 상징적이면서도, 참 부러운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정원빌딩 9층에 자리잡은 더미래연구소 사무실. / 정용인 기자

인수위 시작과 동시에 보고서 제출
한국은 어떨까. 대선이 끝나면 당선자를 중심으로 인수위가 구성된다. 인수위에서 논의되는 내용은 일부만 기자들에게 공개된다. 이때를 전후로 국정개혁 방향에 대한 여러 문건이 인수위 주변에 넘쳐난다. 그 중 일부는 기자들에게 흘러나와 보도되기도 한다. 이런 문건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무기명이다. 작성 주체를 알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소문’만 무성하다. 대통령의 의견이나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룹에 대한 설도 끈질기게 나돈다. 이른바 7인회나 영포회와 같은 ‘비선(秘線)’ 논란이다. 홍 사무처장은 “외국의 경우 싱크탱크들이 인수위 시작에 맞춰 관련 보고서를 제출한다. 그게 하나의 전통이다”라고 말한다. 헤리티지 재단이 유명세를 얻은 것은 1980년 당선 직후 레이건 대통령에게 제출한 <리더십에 대한 요구, 보수적 행정부의 정책관리> 보고서 덕분이다. 싱크탱크 보고서의 전형을 만든 기념비적 보고서로 평가된다.

2008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주목을 받은 것은 막후에서 역할을 한 싱크탱크 미국진보센터였다. 미국진보센터(Center for American Progressive·CAP) 역시 대선이 끝나자마자 <미국을 위한 변화(Change for America) 44대 미국 대통령을 위한 진보적 청사진>이라는 600페이지짜리 보고서를 발간했다. 2003년 만들어진 미국진보센터는 ‘진보판 헤리티지’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철저히 벤치마킹해 만들어진 싱크탱크다. 오바마의 재선 시기에는 다시 커먼윌 연구소라는 샌프란시스코 소재의 작은 싱크탱크가 일종의 간사 역할을 해 미국진보센터를 비롯한 진보적 성격의 싱크탱크들을 결집, 정책자료집 <크게 생각하기(Thinking Big)>를 인수위에 제출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보자. 따지고 보면 싱크탱크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우선 1971년 설립된 한국개발연구원(KDI)을 필두로 국책연구소들이 있다. 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는 26개 국책연구기관이 있다. 여기에 각 광역지자체도 자체적인 정책 싱크탱크를 운영하고 있다. 정당 부설 싱크탱크도 있다. 새누리당의 여의도연구소와 새정치민주연합의 민주정책연구원이 대표적이다. 정당법상 정당 국고보조금의 30%는 의무적으로 정책 연구에 사용하게 되어 있다. 여의도연구소와 민주정책연구원에 투입되는 예산은 연간 100억원에서 45억원 수준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게다가 기업 싱크탱크도 있다. 1986년 창립된 삼성경제연구소(SERI)가 대표적이다.

정당 부설(affiliated) 싱크탱크가 아닌 민간 독립 싱크탱크에 대한 요구가 나온 것은 참여정부 시기다. 2005년 코리아연구원을 필두로 2006년 희망제작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경제개혁연대 등의 민간 독립 싱크탱크가 만들어졌다.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은 “국책 싱크탱크나 기업 싱크탱크는 재무구조 등에서 소관부서나 기업에 의존적이기 때문에 이해관계에서 독립적이지 못했고, 정당 부설 싱크탱크는 중장기적 정책연구보다 정당의 단기적 전략 수립 업무가 주된 활동이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민간 독립 싱크탱크들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없지 않았지만, 대형 의제를 기획하고 정파를 넘은 컨센서스를 만들어 실행에 이르기까지 메커니즘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라고 말했다.

사실 민간 독립 싱크탱크의 역할을 해오던 것은 시민단체였다. 특히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환경운동연합 같은 ‘빅3 시민단체’는 각각 참여사회연구소, 경제정의연구소, 시민환경연구소와 같은 싱크탱크를 부설로 두고 각종 프로젝트 수행에서부터 대형 의제 제시 등의 작업을 수행했다. 참여연대 사무처장 출신으로 국회에 입성한 김기식 의원은 참여연대의 활동모델에 대해 “시민운동가, 학자, 변호사의 삼각 모델로 효율적인 정책대안 생산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싱크탱크는 김 의원에 앞서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역임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만들어냈다. 그게 희망제작소다. 박 시장은 시민운동가 시절, 전국을 돌며 공개·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자신의 ‘구상’을 밝히고 희망제작소에 참여할 시민사회의 ‘두뇌’를 차출했다. 현재까지 가장 성공한 민간 독립 싱크탱크 모델로 평가되는 ‘희망제작소’는 MB 정부 시절 위기를 겪었다. 지자체 등과 추진하던 사업에서 ‘석연찮게’ 배제됐다. 사업의 절반 이상을 정리하고 표류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맡고 있던 박 시장은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하게 된다.

‘한국판 헤리티지’ 안 나오는 이유는
“버티고 있는 것 자체가 하나의 경험이고 자산 아니겠는가.”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의 진남영 부원장의 말이다. 희망제작소와 같은 해에 출범한 새사연은 다소 독특한 모델로 출발했다. 연구자나 시민단체 부설 형태가 아닌 생활인 100명의 펀딩으로 출발해 현재 1000명의 정회원과 1만여명에 이르는 일반회원의 참여로 이뤄지고 있다. 9명의 상근·반상근 연구원이 지속적으로 보고서와 정책연구자료를 꾸준히 내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정도의 양질의 연구성과와 인력을 유지한 것 자체가 하나의 기적”(진 부원장)이라고 할 만큼, 아직 규모는 영세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더미래연구소’의 창립을 두고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시선이 엇갈린다. 창립에 관여한 22명의 국회의원들은 1000만원씩 종잣돈을 갹출한 것 이외에도 월 20만원씩의 운영회비를 낸다. 그래봤자 모인 돈은 400여만원 수준이다. 1~2명의 인건비 규모밖에 안 된다. 사무처의 인력은 인턴을 포함해 현재까지 4명에 불과하다. 연구 프로젝트도 진행하겠지만, 후원회원 모집도 국회의원들이 중심이 된 싱크탱크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독일의 싱크탱크> 책을 낸 박명준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필요성은 당연히 인정하지만 솔직히 성공할지 여부는 회의적이다”라고 말한다. 박 위원은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새로운 실험이라는 측면에서 의미는 있겠지만, 싱크탱크가 해야 할 작업은 정치평론이나 선언문을 내는 것이 아니라 진중한 담론을 구축해내는 것인데, 단시일 내에 가능한 작업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절박하게 필요하다는 사회적 흐름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런 문제의식이 전 사회적으로 공유되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게다가 출자자 22명의 ‘운명’은 2016년 총선에서 갈리게 된다. 이들 중 얼마나 다음 총선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근본적인 의문은 이것이다. “한국에서도 브루킹스, 헤리티지와 같은 싱크탱크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처음 나온 것은 2000년대 중반이다. 햇수로 따지면 10년도 넘었다. 그런데 왜 아직까지 ‘제대로 된, 성공을 거둔 싱크탱크’가 나오진 않은 걸까.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은 가장 핵심적인 것이 ‘재정 독립성 확보의 어려움’이라고 말한다. “미국의 록펠러, 포드재단이나 독일의 아데나워, 에버트재단처럼 연구 및 사업 실행에 독립적인 지원금을 주는 역할을 누가 할 것인가가 첫 번째 문제다. 전업 연구기관에 터무니없이 불리한 연구용역 위탁구조도 문제다. 정부나 지자체의 위탁연구 단가는 기획재정부 기준의 절반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터무니없이 낮다. 대학교수처럼 고정급여를 받으며 연구 프로젝트를 부업으로 하는 연구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민간 독립 싱크탱크가 제 역할을 하려면 독립적 연구자금을 주는 재단 역할을 할 곳을 찾고, 전문 연구용역 단가를 현실화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정치·사회적 환경이 다르다고 하지만 미국 싱크탱크로부터 벤치마킹해야 할 부분은 아직도 많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헤리티지의 경우 연구원이 새로 입사하면 방송 인터뷰 교육부터 받는다. 언론기고 활동은 싱크탱크 내에서도 반드시 챙겨야 할 중요한 업적으로 취급한다. CNN과 같은 방송에서 코멘터의 직함을 보면 대학교수라는 타이틀은 잘 나오지 않는다. 혹 나오더라도 뉴스 주제와 관련한 책의 저자,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소개된다. 코멘터 선정 기준은 현안을 폴로하고 있느냐다. 싱크탱크 연구자들은 대부분 현안을 폴로하고 있는, 말하자면 준비된 코멘터, 기고자들이다. 예를 들어 중동에서 IS 문제에 대해 묻는다면 즉각적으로 아이디어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싱크탱크 내에서 일상적으로 진행되는 치열한 토론을 통해 재미 없는 아이디어는 도태된다. 그런데 우리 종편을 보라. 교수나 변호사, 어디 경찰서 강력팀장이라는 사람이 매번 나와서 이야기를 하는데 그 사람들 이야기가 얼마나 영양가가 있을지는….” 홍일표 사무처장의 말이다. 한 번쯤 곱씹어봐야 할 지적이다.

대권후보들과 부침 거듭해온 싱크탱크

지난 2013년 6월 9일, 서울 도화동 성우빌딩에서 열린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 사무실 개소식에서 참석자들이 자리에 앉고 있다. 당시 안철수 의원은 무소속이었다. 왼쪽부터 최상용 후원회장, 안 의원, 촤장집 당시 내일 이사장, 장하성 당시 내일 소장. / 정지윤 기자

“아무래도 그때보다는 관심이나 참여가 줄어든 것은 맞다.” 정책네트워크 내일 관계자의 말이다. 정책네트워크 내일은 2013년 6월 만들어졌다. 기자가 물어본 것은 지난 대선 시기 SNS를 매개로 존재했던 정책네트워크에 대한 것이었다. 그때도 이름은 ‘내일’이었다. 당시 개설된 SNS 페이지는 현재 폐쇄되었다. 그때 만들어진 ‘새정치’ 인터넷 사이트도 현재는 리뉴얼되었다.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현 소장은 정연호 변호사다. 2013년 6월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최장집 이사장·장하성 소장 체제였다. “이사로 참여하고 있지만 안철수의 ‘행보’로 읽혔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안 의원 개인만이 아닌 우리 사회의 정책대안을 내보기 위해 모인 것이었는데 여러 가지 내외 사정이 겹치면서 소장과 이사장이 물러나며 우여곡절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정책 생산작업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 편이다. “공평동 대선캠프 사무실이 있을 때 9층에 모였던 학자 중심의 그룹은 느슨하게 계속 연결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 하나 지역별 정치활동 중심의 포럼이나 정책 관련 포럼은 모두 이쪽으로 계승되지 못했다. 시민들이 정책을 올리면 전문가들이 코멘트하고 다시 정책으로 만드는 애초의 구상은 지금 홈페이지에서도 구현되지 않은 것은 아닌데,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의 경우, 담쟁이포럼이라는 싱크탱크가 2012년 6월 30일 개설되었다. 그런데 개설만 뚜렷할 뿐, ‘그 후’에 대한 생각은 당시 참여자들 사이에서도 엇갈렸다. 운영위원으로 참여했던 A씨는 “당시 민주당 후보로 결정되면서 해산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말한 반면, 담쟁이포럼 명의로 개설된 트위터의 활동은 대선 직전인 12월까지 간헐적이지만 이뤄지고 있었다. 지난해 11월, 문 대표를 중심으로 담쟁이포럼을 뛰어넘는 규모의 싱크탱크가 준비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문 의원 측은 즉각 “오보”라고 부인했다. 문 대표 관계자는 “당시 문 대표 주변에서 싱크탱크가 필요하다는 사람도 있었고, 필요하지 않다는 사람도 있었는데, 일부의 의견을 바탕으로 과장 확대되어 나온 보도”라고 말했다. “사실 당의 자산이 될 수 있었는데 아쉬운 것은 사실”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대선 당시 만들어진 담쟁이포럼은 당시 야권으로서 확보할 수 있는 최대치의 역량을 끌어들인 싱크탱크로 평가받았다. 담쟁이포럼은 후보 결정 후 만들어진 세 캠프 중 미래캠프에 흡수되는 형식으로 해소되었다. 하지만 대선 평가과정에서 ‘자기 발로 걸어들어온 사람들’을 다 쳐내는 오류를 범했다는 것이다.

지리멸렬한 상태에 머물고 있는 야권에 비해 보수 쪽 ‘민간 독립’ 싱크탱크는 상대적으로 자생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에는 왜 브루킹스나 헤리티지와 같은 민간의 독립적인 종합 싱크탱크가 없을까.” 국가미래연구원 홈페이지에 게재되어 있는 질문이다. 지난 2010년 결성된 국가미래연구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싱크탱크다. 최근에는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이 박근혜 정부의 경제개혁 실패에 대해 잇단 쓴소리를 하면서 민간 독립 싱크탱크로서 ‘명분’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여기서 의문. ‘전직 대통령 시절 잘나갔던’ 싱크탱크는 어떻게 되었을까. 부국환경포럼은 이명박 정부 당시 ‘4대강 사업’에 대해 적극 옹호활동을 펼친 단체다. 현재 이 단체의 홈페이지는 폐쇄되었다. 사무실 전화로 전화해도 받는 사람이 없다. 창립 당시 공동대표를 역임한 이화여대 박석순 교수는 “현재 나는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현 대표의 연락처를 알려줬다. 전화를 받은 이강평 대표는 “바쁘다. 다시 통화하자”고 했으나 이후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