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정보쓰레기에 ‘충동 클릭’ 이제 그만

정보가 폭주하는 시대다. 넘치는 정보에 매몰되어 자신의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보 소비에 대한 자신만의 방법론이 필요할 정도다. 정보 소비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 가치 있는 정보를 통해 업무 또는 학업을 향상시켜 자신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반면에, 쓸모 없거나 잘못된 정보를 소비함으로써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낭비할 수도 있다. 심지어는 최악의 의사 결정을 하게 돼 큰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

사람들의 정보 소비활동은 크게 취득, 해석의 두 가지 단계로 구분된다. 취득 단계는 그 속성에 따라 의도적 취득과 우연적 취득으로 나눌 수 있다. 의도적 취득은 당면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정보를 검색해서 취득하는 것을 뜻한다. 필요하다면 당연히 해야 하고 효과적으로 해야 할 작업이다. 반면에 우연적 취득은 사용자가 의도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보를 취득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인과 잡담을 나누는 과정에서 정보를 취득하거나 또는 특별한 목적성 없이 게시판의 글을 보는 과정에서 정보를 취득할 수도 있다. 정보 과잉 시대를 맞이해 앞으로 사용자가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역량은 취득과 해석 단계에서 정보쓰레기(infosludge)를 걸러내는 기술이다.

서울의 한 공공도서관 이용자들이 책과 컴퓨터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찾고 있다. | 이상훈 선임기자

인터넷의 웹사이트들은 사용자를 어떻게든 더 오래 머물게 하기 위해 온갖 화장술을 동원해 사용자를 현혹한다. 아마 독자 여러분 중 상당수는 포털에 필요한 정보를 찾으러 들어갔다가 원래의 목적을 까먹고는 자극적인 제목의 글들에 이끌린 나머지, 보지 않아도 인생에 하등의 지장이 없는 뭔가를 계속 클릭하고 있는 자기자신을 발견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인터넷에 접속을 한다는 건 모든 상인들이 호객행위에 나선 쇼핑몰에 발을 들이는 것과도 같다. 상인들은 나와 같은 평범한 보통의 사람들을 하루에도 수백만명씩 상대하는 전문가이고 나는 아마추어다. 내가 한 걸음 한 걸음 움직일 때마다 각각의 가게에서 웃는 얼굴로 튀어나온 상인이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내게 정보를 판다. 그런데 가격은 공짜라고 한다. 원한다면 뭐든지 공짜로 가져가라는 것이다. 하지만 공짜가 공짜가 아니다.

공짜 정보를 제공하는 대신에 인터넷 업체들은 광고로 수익을 얻거나 또는 사용자를 교묘히 상거래, 게임 등으로 유도함으로써 수익을 얻는다. 인터넷의 정보들은 대부분 무료이기에 우리는 부담 없이 정보를 소비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가 정보를 소비하는 동안 업체는 우리를 담보로 실시간으로 돈을 벌고 있다.

정보쓰레기는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를 원한다. 우리는 유한한 삶을 살고 있기에 시간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내 월급이면 이 정도의 물건은 살 수 있잖아?라는 생각에 소비한 물건들의 총합이 내 월급을 강탈하듯이, ‘이 정도의 시간은 써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에 소비한 시간들의 총합이 내 인생을 갉아먹는다. 더불어 에너지까지 소진하게 만들어 보다 가치 있는 일에 헌신하지 못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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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라고 생각하지만 무료가 아니며, 내가 선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 PC, 스마트폰, 태블릿 등의 기기를 사용해 인터넷에 접속할 때는 항상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자신이 왜 인터넷에 접속하는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도움이 된다면, 마트에서 장을 볼 때처럼 필요한 정보를 메모해 놓고 접속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원하는 것을 얻으면 지체 없이 전원 또는 화면을 끄자. 적게 접속할수록 삶의 시간이 연장되는 놀라운 마법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류한석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