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흠의 눈]‘타인의 고통’이 없는 오늘의 뉴스

나는 스물일곱에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퍽 빠른 데뷔였다. 어려서 욕심도 많았고 야망도 컸다. 모두 문학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소설이 좋을 리가 없었다. 소설을 가지고 다른 무엇을 구하는 데에만 관심이 많았다. 나만 몰랐다. 청탁이 뚝 끊겼고, 몇 년 동안 한 건의 청탁도 없었다. 그렇게 3년을 보내며 서른이 되었다. 곰곰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내 소설은 뭐가 부족한가. 나는 왜 안 되는가. 그러면서도 다른 일을 할 생각은 못했다. 작가가 됐으니 그냥 글을 써야지 하는 생각뿐이었다.

자신이 하는 일에 시련이 생기면 젤 먼저 하는 일은 비슷한 상황의 다른 사람을 돌아보거나 남을 탓하는 일이다. 부질없고 모자란 짓이라는 것을 시간이 알려주었다. 모든 문제는 내 안에 있는데, 밖에서 그것을 찾으려 하니 답이 없었다. 그나마 몇 년 동안 겨우 깨달았다. 운이 좋았다. 다른 작가들 모두에게 있고 내게만 없는 것이 소설을 읽을 때마다 보였다. 내가 어렵게 답을 얻은 것은 바로 ‘진심’과 ‘절실함’이었다.

여러 궁리를 해야만 했다. 글을 쓰는 사람 모두에게 있고 내게는 없는 것이니 어떻게든 진심과 절실함을 꼭 마련해야만 했다. 그것은 굉장히 원론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주었다. 왜 쓰는가, 무엇을 쓰려는가, 너는 누구인가 같은 질문이 스스로에게 가해졌다. 힘든 시간이었고 질문이었다.

그런데 몇 년을 그러다 보니 어느새 뭔가를 터득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타인의 고통에 대해 ‘공감’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소설이라는 것이 내 얘기만 써서 되는 것이 아니고 결국 ‘남의 얘기’로 ‘남들’에게 하는 것이 맞는 것이니, 문학적 진심과 절실함은 바로 타인에 대한 공감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것은 작가로서 행운이고 정말 기쁜 일이었다. 뉴스를 꼼꼼하게 읽기 시작했다. 기사 안 행간과 행간 사이 숨겨져 있는 ‘타인의 고통’을 읽으려 애썼다.

오늘의 뉴스를 들여다본다. 개인이 겪는 어려움이나 고통에 대한 뉴스는 드물다. 朴 대통령 “에볼라 대응 아프리카로 보건인력 파견”, “갤럭시, 쏘나타도 판매 뚝”, “상하이發 김무성 개헌론” 등의 뉴스를 클릭한다. 공감해야 할 ‘타인의 고통’은 어디에도 없다. 우리의 뉴스는 거의 모든 기사가 국민을 설득하기 위한 논설문 같다.

이제 오늘의 뉴스에 밀린 기사를 찾는다. 갑자기 차가워진 날씨처럼 마음이 쓰리고 아리다. “세월호 3개 시나리오 ‘수색종료’ 최우선 보고서 입수” JTBC에서만 끊임없이 다루고 있는 오늘의 뉴스다.

백가흠의 눈

세월호가 침몰한 지 반 년이 넘었다. 그렇게 무참히 흘러갈 것같지 않은 시간은 허망하게 두 계절을 지나 겨울의 문 앞에서 또 다른 계절을 기다리고 있다. 누구의 잘못인가. 누구의 책임인가. 모르는 이 없지만 어느 구석 하나 해결은커녕, 뻔뻔한 무심함과 무관심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분노는 절대 체념으로 바뀌지 않는다. 자식을 잃은 사람은 더 잃을 게 없는 것이다. 자식을 온전히 묻어주는 일밖에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어떤 정치적 해법이나 현안에 대한 해결방법으론 아무것도 치유할 수 없다. 깊어진 상처의 골을 아물게 하려면 더 큰 시간과 노력이 있어야만 한다. 아무도, 아무것도 잊은 적 없다. 국민은 희생자와 그 가족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있다. 위로와 위안은 그들의 상처와 아픔에 공감하는 것뿐이다. 정부와 여당과 야당은 진심이 나오지 않으면 노력하길 바란다. 미디어와 뉴스는 국민에게 절실하길 부탁드린다. 진심이나 절심함이 다른 곳에 있으면 무엇을 원하든 절대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것이다.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