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윤의 헬로 월드컵]미드필더 역할의 ‘분업화’

경기장의 중앙지역에서 플레이하며, 상대 공격을 차단하고 볼을 배급하거나 직접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는 임무를 가진 선수를 보통 ‘미드필더’라고 부른다. 여러 가지 역할이 부여되는 만큼 분류도 다양하지만, 특정 형태의 미드필더로 부르기도 애매한 스타일의 선수들이 많아지고 있다. 좌우 미드필더를 제외하고 중앙지역에서 플레이하는 미드필더는 크게 수비형 미드필더와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뉜다. 이 중 수비형 미드필더는 전형적인 수비형 미드필더, 중앙 미드필더, 박스투박스형 미드필더, 홀딩, 앵커 등 여러 가지로 불리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면 월드컵을 더욱 즐겁게 시청할 수 있을 것이다.

공격형 미드필더는 이탈리아어로 ‘트레콰르티스타’라고 불리며 팀에서 공격적인 패스와 공격에 직접 가담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 포지션은 능숙한 볼터치, 슈팅 능력, 침투 패스, 기본 패스 능력에 덧붙여 창조성과 천재성을 두루 겸비해야 한다. 직접적인 공격에 주로 가담하게 되면 섀도 스트라이커라고도 불리며, 패스를 중심으로 경기를 지배하는 경우에는 ‘플레이메이커’라고도 불린다.

첼시 시절 클로드 마켈렐레(오른쪽)가 에스턴 빌라의 스티브 데이비스와 거친 몸싸움을 펼치고 있다. | AP연합뉴스

대표적인 선수로 디에고 마라도나, 지네딘 지단, 후안 리켈메 등이 있었으며 최근 다비드 실바, 후안 마타, 마리오 괴체, 메수트 외질 등이 널리 알려진 공격형 미드필더로 꼽힌다.

수비형에는 ‘박스투박스’ ‘앵커’ 등등
이렇게 공격적인 성향의 미드필더를 배치하게 되면 수비부담이 커지므로 다른 미드필더들이 수비적인 희생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들을 수비형 미드필더 중에서도 홀딩 미드필더라고 하는데, 수비수 앞에 배치되어 상대 공격을 방해하고, 공을 빼앗거나 상대 공격을 지연시키는 임무를 맡는다. 포르투갈어로는 ‘볼란치’(volante)라고 한다. 수비형 미드필더 중에서 패스 연결이나 공격의 시발점이 되는 선수를 ‘앵커’라고 부른다. 요즘에는 홀딩과 앵커의 역할이 나눠지는 게 아니라 거의 한 묶음으로 돼 있다. 가장 전형적인 선수는 클로드 마켈렐레를 들 수 있는데 레알 마드리드, 첼시, 프랑스 대표팀에 소속되었을 때 상대 공격을 적절히 차단하면서 뛰어난 태클로 볼을 탈취하는 능력을 보여주었고, 실수가 없는 짧은 패스로 공격의 시발점 역할까지 훌륭하게 수행했다.

갈락티코 1기의 레알 마드리드에서 델 보스케 감독은 마켈렐레를 첼시로 보내고 공격적인 미드필더로만 중원을 조합하였는데 이것이 장기간 팀의 부진으로 이어지는 원인이 되었다.

수비형 미드필더 중에 특별히 볼배급과 경기조율에 뛰어난 선수들을 딥라잉 플레이메이커, 또는 레지스타라고 부른다. 사비 알론소, 안드레아 피를로가 대표적이며 최근 리버풀에서 스티븐 제라드가 이 포지션으로 변경하여 성공적인 경기력을 보여준 바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에 포함되지만 공격이나 수비에 역할이 한정되지 않고 팀의 전술적인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역할을 수행하는 미드필더도 있다. 팀의 경기를 주도하는 사령관으로 동적인 플레이를 하며, 패스 능력, 드리블 능력과 더불어 강한 수비력을 갖추어야 한다. 강인한 체력과 기동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여 직접 득점을 올리기도 하며, 주로 자기 편 ‘박스’로부터 상대 편 ‘박스’까지 뛰기 때문에 박스투박스(box-to-box)로 불린다. 최근 맨체스터 시티의 우승을 이끈 야야 투레(코트디부아르)가 대표적이다.

김세윤의 헬로 월드컵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미드필더들의 역할과 활약을 눈여겨보면 훨씬 재미있게 월드컵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전 2010 남아공월드컵 대표팀 분석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