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윤의 헬로 월드컵]홍명보호, 8주년 징크스를 깨라

수십년간 이어져 오던 월드컵 징크스가 무더기로 깨진 것이 바로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 때였다. 월드컵 사상 80년 만에 개최국인 남아공이 16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개최국이 2라운드에 오르는 징크스가 깨졌고, 유럽팀인 스페인과 독일이 결승에서 격돌하면서 ‘비유럽 개최지 남미 우승’이라는 공식도 성립하지 않게 되었다. 남미와 유럽이 교차로 우승컵을 가져가는 징크스도 1962년 칠레 월드컵 이후 48년 만에 끊어지고 말았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유럽팀인 이탈리아가 우승한 데 이어 스페인이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우승컵을 차지하면서 유럽과 남미의 교차 우승 징크스를 깬 것이다.

‘징크스’(jinx)란 ‘불길한 일 또는 사람의 힘이 미치지 않는 운명적인 일’이라는 뜻으로 승부의 세계인 스포츠에서 민감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부분이었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어서 재미로 지어낸 추측이긴 했지만 우연의 일치처럼 오랫동안 굳어져 상식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많았다. ‘펠레의 저주’가 그렇다. 월드컵이나 주요 대회에서 펠레가 우승후보로 예측한 팀은 죽을 쑨다. 신기할 정도로 어긋나는 적중률을 자랑하면서 ‘펠레의 저주’라는 표현까지 만들어졌다.

영국은 징크스 깨려 심리사까지 기용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우승한 팀은 이듬해 월드컵에서 우승한 적이 없다. 2001년 우승팀 프랑스는 2002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2005년 우승팀 독일은 2006년 4강, 2009년 우승팀 브라질은 2010년 8강에 그쳤다. 2013년 우승팀은 브라질인데, 브라질이 자국에서 열리는 이번 월드컵에서 우승하려면 이 징크스부터 넘어야 한다.

‘펠레의 저주’로 유명한 펠레가 3월 10일 프랑스 파리의 한 호텔에서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바라보고 있다. 펠레가 우승후보로 지목하는 팀들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는 게 월드컵 징크스로 굳었다. | AFP연합뉴스

축구 종가 잉글랜드에는 승부차기 징크스가 있다. 월드컵에서만 세 차례 승부차기에 나섰지만 모두 고배를 들고 말았다.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잉글랜드의 호지슨 감독은 심리치료사까지 기용했는데 과연 승부차기 악연을 끊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전 대회 4강 진출팀 중 한 팀은 다음 대회 예선에서 탈락한다는 4강 징크스도 널리 알려진 것이다. 이 징크스는 2006년 독일 월드컵까지 그대로 맞아떨어졌지만 2006년 본선 4강인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포르투갈이 모두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면서 이제 의미가 사라지고 말았다.

월드컵 본선에 8회 연속 진출한 대한민국엔 퐁당퐁당 징크스가 있다. 한 대회에서 잘하면 그 다음 대회는 죽을 쑤는 징크스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와 이탈리아를 상대로 잘 싸웠고, 불가리아와 1-1로 비겨 월드컵 첫 승점을 따내는 등 비교적 선전했다. 하지만, 4년 뒤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벨기에, 스페인, 우루과이를 만나 허무하게 3전 전패. 1994 미국 월드컵에서는 스페인과 2-2 무승부를 이끌어냈고, 독일에 2-3으로 지는 등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멕시코와의 첫 경기에서 1-3 역전패, 네덜란드와의 2차전서 0-5로 대패하고 대회 도중 차범근 감독을 경질하는 오점을 남기고 말았다. 월드컵 개최국으로 맞이한 2002년 월드컵에서 4강신화를 만들어낸 한국은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한다. 그리고 2010년 남아공에서 첫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업적을 남기며 8주년 징크스를 이어갔다.

김세윤의 헬로 월드컵

홍명보호가 브라질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8주년 징크스를 깨야 한다.

<전 2010 남아공월드컵 대표팀 분석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