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윤의 헬로 월드컵]아름다운 축구보다 승리를 택한 브라질

브라질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루이즈 필리페 스콜라리 감독은 가장 비브라질적인 감독일지도 모른다. 선수 시절 유명 클럽에서 뛴 적이 없는 평범한 수비수였고, 거친 파울을 서슴지 않는 걸로 유명했다. 감독이 되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화려한 기술을 자랑하는 브라질은 축구를 ‘아름다운 축구’ 경지까지 끌어올렸지만 스콜라리는 ‘아름다운 축구’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는 ‘아름다운 축구’를 철없는 아이들이 꿈꾸는 이상 정도로 여긴다. 그의 철학은 다음과 같은 말에서 잘 드러난다.

“승리는 개인과 천재성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조화와 단결이다. 아름다운 플레이는 목적이 될 수 없다. 경기에 지고도 행복이나 즐거움을 이야기하는 것은 위선이다.”

루이즈 필리페 스콜라리 브라질 감독이 2013년 10월 12일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의 친선경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석우 기자

공격보다 수비에 중점을 둔 최종엔트리
스콜라리는 브라질 축구를 아름다운 경지에서 끌어내렸다. 하지만 그는 그 대가를 찾을 줄 아는 감독이었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브라질을 통산 다섯 번째 우승으로 이끈 것이다. 지금의 포메이션과 달리 3백을 기본으로 브라질의 화려함에 밸런스라는 실리를 더하면서 거칠고 힘이 넘치는 선수들을 선호하는 편이었다. 여기에 호나우지뉴, 히바우두, 호나우두의 삼각편대가 공격에서 탁월한 기량을 선보였고, 특히 호나우두는 8골을 넣어 대회 득점왕과 실버볼을 수상하며 우승의 일등공신이 되었다.

스콜라리는 지역예선에서 흔들리며 위기라는 평가를 받았던 브라질을 맡아 단숨에 월드컵 정상으로 이끄는 수완을 보여줬다.

스콜라리 감독은 2002년 월드컵 우승 이후 포르투갈 대표팀을 맡아 유로 2004 준우승으로 이끌었고, 2006 독일 월드컵에서는 4강으로 끌어올리며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내용보다 결과를 중시하고, 화려함보다 내실을 중시하는 그의 철학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우승컵이지 아름다움이나 페어플레이가 아니다.

지난 5월 7일 발표된 브라질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서도 그의 색깔이 드러났다. 공격과 수비를 겸비한 선수들이 중용된 것이다. 페르난지뉴(맨체스터 시티), 에르나네스(인터밀란), 구스타보(볼프스부르크), 파울리뉴(토트넘), 하미레스(첼시) 등은 강한 수비력과 더불어 안정적인 공수 조율 능력을 갖춘 미드필더들이다.

수비라인도 다비드 루이즈(첼시)와 티아고 실바(PSG), 단테(바이에른 뮌헨)와 엔리케(나폴리) 등 강력한 수비력을 갖춘 선수들 일색이다. 골키퍼도 훌리오 세자르(토론토FC)와 제퍼슨(보타포고), 빅토르(아틀레티코MG)를 선발해 소속 클럽의 지명도를 따지지 않고 기량과 경험을 중시해 안정감을 높였다.

상대적으로 네이마르(바르셀로나)가 이끄는 공격라인은 호나우두나 호마리우 시절에 비해 화려함이 떨어진다. 역대 가장 수비적인 브라질 대표팀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호나우두 같은 확실한 골잡이가 없는 상황에서 무리한 공격을 하기보다는 수비에 바탕을 둔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통해 상대를 무너뜨리겠다는 스콜라리 감독의 의중을 읽을 수 있다.

스콜라리 감독의 축구는 결코 아름답지 않다. 선수와 축구팬들, 언론 등 어디에서도 사랑받지 못하는 이유다. 그는 구름 위를 걸어다니는 감독이 아니다. 가장 높은 곳까지 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그 길을 흔들림없이 가는 사람이다.

김세윤의 헬로 월드컵

이 고집 센 감독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이번 월드컵의 숨겨진 묘미가 될 것이다.

<전 2010 남아공월드컵 대표팀 분석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