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경제]세 마리 토끼 잡기, 결코 쉬운 일이 아니야

“결혼 힘들어요. 결혼하면 사랑, 가족, 섹스, 이 세 가지가 짠하고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여러분도 아시잖아요. 이 세 가지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알면서도 ‘평생 단 한 사람으로 이 세 가지를 해결해’라고 하는 것 말이 됩니까.”

웨딩플래너인 이라는 정작 자신의 결혼에 대해 이렇게 회의적이다. 결혼을 이틀 앞둔 상황,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과거에 대한 미련이 교차한다. 이른바 매리지블루(Marriage Blue)다.

홍지영 감독의 <결혼전야>는 결혼 일주일을 앞두고 매리지블루를 겪는 4쌍에 대한 이야기다. 4개의 각기 다른 에피소드가 하나의 스토리를 이룬다. 하지만 따로 떨어져 노는 것이 아니고 서로 간 관계를 따라 에피소드와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야구코치 태규와 비뇨기과 의사 주영은 한 번 헤어졌다 다시 만났다. 헤어질 땐 끔찍했지만 다시 만난 것은 심상찮은 인연이니 이번에는 결혼에 도전한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엄청난 비밀이 숨어 있다.

주영의 병원에서 근무하는 대복은 나이트에서 이라를 만난다. 둘은 서로의 춤솜씨에 반해 커플이 됐다. 이라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것을 안 대복은 이라와 결혼하기로 하지만 종교를 둘러싸고 집안갈등이 겹치면서 힘들어한다.

이라가 다니는 웨딩회사를 통해 결혼을 준비 중인 네일 아티스트 소미와 셰프 원철은 7년 사귄 ‘오래된 연인’이다. 사랑에 대한 열정은 없지만 오래 사귄 의무감으로 결혼하기로 한다.

소미는 결혼을 앞두고 제주 여행을 떠난다. 원철의 가게에 꽃배달을 하러 간 꽃집 노총각 건호는 결혼을 앞둔 피앙세 비카가 원철과 함께 있는 것을 본다. 비카는 건호보다 18살이나 어린 우크라이나 여성이다. 가뜩이나 결혼을 앞두고 몸의 이상을 느꼈던 건호는 그녀가 떠날까 불안하던 차였다. 건호는 주영의 비뇨기과를 찾아간다.

웨딩플래너 이라는 결혼이 ‘트릴레마’라고 말한다. “사랑하는데 섹스를 참아야 할 때가 있고, 섹스는 괜찮은데 가족이 생기는 게 너무 싫을 때가 있고, 또 가족이 생겼는데 사랑이 식을까 겁날 때가 있잖아요.”

트릴레마란 세 가지 문제가 얽혀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 진퇴양난의 상황을 말한다. ‘삼중딜레마’, ‘삼각딜레마’라 하기도 한다. 트릴레마는 그리스어로 숫자 3을 가리키는 ‘트리’(tri)와 딜레마의 합성어다. 경제에도 트릴레마가 있다.

저성장, 고물가, 재정적자 상태가 대표적인 트릴레마다. 성장률을 높이려고 유동성 지원을 하면 재정적자가 더 심해질 수 있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렸더니 시중에 돈이 줄어들어 경기침체가 심해질 수 있다.

즉 물가안정과 경기부양, 국제수지 개선 등 세 마리 토끼는 동시에 잡기 어렵다는 얘기다. 금융위기 당시 우리 경제는 실물경제 침체에 따른 저성장과 원자재 및 원유가격 상승에 따른 고물가, 민간에 재정지원을 늘리면서 고조된 재정적자 우려 등 3중고에 시달렸다.

‘경제-에너지-환경’ 간에도 트릴레마가 있다. 경제가 잘 돌아가려면 생산량이 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에너지를 많이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환경이 나빠질 수 있다. 환경을 살리기 위해 에너지 사용을 자제하다 보면 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

결혼은 확실히 트릴레마다. ‘연애-결혼-일’ 세 가지를 다 잡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설레며 육아를 잘할 수 있지만 이때는 싱글 때처럼 회사일에 많은 시간을 내기 힘들고, 가족부양에 대한 부담 때문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서 할 수도 없다.

육아도 자기업무도 다 챙길 수 있지만 일이 너무 많다 보면 연인 때처럼 알콩달콩한 설렘을 유지하기 힘들다. 일도 열심히, 연애 기분도 만끽하면서 살 수 있지만 그러려면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

영화 속 경제

<결혼전야>는 로맨스코미디다. 마니아들은 이를 줄여 ‘로코’라 부르기도 한다. <내 아내의 모든 것> <김종욱 찾기>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이 대표적이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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