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명상에 빠진 실리콘밸리

구글·인텔·이베이 등 실리콘밸리 기업에서 명상은 이제 단순히 유행을 넘어서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구글, 인텔, 페이스북, 트위터, 이베이, 링크드인….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기업들이다. 이 기업들이 직원의 업무 몰입과 정신건강을 위해서 제공하는 것들은 다양하다.

화려한 공짜 뷔페 점심이나 마사지 서비스, 혹은 우리나라 호텔 피트니스 센터 못지않은 회사 내 운동시설 등이 떠오른다면 여전히 하드웨어만 생각하는 것이다.

요즘 소프트웨어의 강자인 실리콘밸리는 직원들에게 가장 실리콘밸리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바로 ‘명상’이다. 실리콘밸리에서 명상은 이제 단순히 ‘유행’을 넘어서 실리콘밸리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구글의 대표적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명상 프로그램을 개발한 차드 맹 탄. | 유정은 대표 제공

2007년 구글은 자체적으로 ‘Search Inside Yourself’(내면검색)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지금까지 매해 약 400명의 대기자 명단이 있을 정도로 구글의 대표적 교육 프로그램이 됐다. 매년 2월 열리는 ‘Wisdom2.0’은 실리콘밸리에서 명상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는 행사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드인, 시스코, 포드 등의 후원 아래 실리콘밸리의 중역진과 엔지니어, 명상 지도자, 뇌과학자, 그리고 스타트업 기업가 170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서 ‘첨단 IT기술을 어떻게 명상과 마음챙김에 접목하여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것인가’를 논의한다. Wisdom2.0은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소통의 장으로 자리매김하는 콘퍼런스로 자리잡았다.

첨단기업들이 명상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구글의 ‘Search Inside Yourself’ 프로그램을 개발한 차드 맹 탄은 말한다. “명상은 신비로운 것이거나 우리의 생활과 동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명상은 늘 정신 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몰입하는 법을 알려주며 나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보게 하고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해력을 높입니다. ‘Search Inside Yourself’ 프로그램은 명상을 통해 회사생활에 꼭 필요한 정서지능을 계발하여 리더들이 긍정적인 리더십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실제로 구글 명상 프로그램을 도입한 Plantronics사의 경우 7주의 수업에 참가했던 직원들에게서 정서지능과 정서 조절능력의 향상 효과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감소효과도 눈에 띄게 나타났다.

인텔의 ‘Awake@work’(깨어서 일하기)라는 8주의 명상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한 엔지니어는 “명상 수업 이후 동료들과 마음챙김 회의를 한 결과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해 왔던 문제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명상의 효과를 보여주는 논문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명상을 여전히 ‘힐링’이라는 개념에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실리콘밸리가 푹 빠진 명상은 수동적인 행위가 아니라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조직·인사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느낀 것은 한국 기업에서 조직의 문제는 곧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공동체 의식이 강한 한국 직장인은 업무보다 사람 때문에 괴로워한다. 이런 스트레스로 몸이나 정신에 이상징후가 나타나고, 조직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명상은 매년 OECD 국가들 중 직장인의 스트레스와 업무 피로감에서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한국 직장인에게 꼭 필요한 삶의 방식이다. 뿐만 아니라 기업이 조직원의 창의성과 업무 몰입도를 키우기 위해 고민한다면 명상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명상은 실제로 그런 효과를 가져다 준다. 필자가 한국 기업에 구글 명상프로그램을 전파하려는 이유다.

<유정은 한국내면검색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