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경제]현재냐? 과거냐? 그것이 문제로다

‘그때 그랬어야 했어….’ 살다보면 지난 판단에 대해 후회하는 일들이 많다. 만약 판단을 할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더 좋은 결과를 가질 수 있을까.

리차드 커티스 감독의 <어바웃 타임>은 결정적인 순간, 과거로 되돌아가 인생을 바꿔보는 영화다. 타임머신 영화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과거로 돌아가 미래를 바꾸는 것이고, 또 하나는 아무리 해도 미래는 바뀌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는 전자다.

팀(돔놀 글리슨 분)은 어두운 곳에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을 생각하며 주먹을 꽉 쥐면 그때로 돌아가는 능력이 있다. 다만 자기가 기억하는 생애로만 시간여행이 가능하다. 히틀러를 죽이거나 여신과 잠자리를 할 수는 없다. 팀은 키스에 실패했던 송년파티를 떠올린다. 우물쭈물하다가 기회를 놓쳤던 그때로 돌아가 이번에는 멋지게 키스에 성공.

팀은 런던에서 메리(레이첼 맥이덤스 분)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연극 상영작을 망쳐 고민하는 극작가를 위해 과거로 돌아가 그의 성공을 돕는다. 아뿔싸, 그런데 그 시간은 메리와 첫 대면을 해야 했던 시간. 메리를 다시 잡기 위해 또 시간여행을 떠난다. 메리와의 화끈한 시간들, 변호인으로서의 일들 등 일상이 꼬일 때마다 과거로 돌아가 능수능란하게 일을 매조지한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아이가 태어날 시점에 과거로 가버리면 그 아이가 태어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니까 아이가 태어나기 전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아내가 둘째 아이를 가지려 한다. 팀은 고민에 빠진다. 죽은 아버지가 보고 싶을 때면 과거로 가고 싶은데, 과거로 가면 둘째 아이가 달라진다.

팀의 이런 고민을 심리학에서는 ‘접근-회피 갈등’이라고 부른다. 접근-회피 갈등이란 하나는 좋지만 또 하나는 좋지 않아서 고민하는 것을 말한다.

심리학자인 닐 밀러는 쥐 한 마리를 기다랗고 좁은 복도 한쪽에 놓고 반대쪽에 먹이를 두는 실험을 했다.

먹이가 놓인 곳에는 강한 전기충격기가 설치돼 있다. 음식을 먹으려다 한 번 전기충격을 받은 쥐는 두 번째 실험에서 먹이를 향해 달려가다가 어느 지점에서 서버렸다. 먹고 싶은 욕구와 전기충격기의 두려움이 균형을 이룬 지점이다.

‘접근-접근 갈등’도 있다. 둘 다 좋지만 하나를 골라야 해서 선택을 할 수 없는 경우다. 싱글인 여성이 이 남자도 좋고, 저 남자도 좋다며 고민에 빠지는 때다. 자동차도 사고 싶고 아파트도 사고 싶은 것도 마찬가지다. 마케터는 “아파트를 먼저 사고 자동차는 무이자 할부로 사라”고 유도할 수 있다.

‘회피-회피 갈등’도 있다. 목은 마른데 콜라는 너무 달아서 싫고, 커피는 카페인이 많아서 싫은 경우다.

‘이중 접근-회피 갈등’도 있다. 두 개의 대상들이 장단점을 갖고 있어서 선택하기 어려운 경우다. 직업 A는 돈은 많이 벌지만 일이 고되고, 직업 B는 일은 재밌지만 벌이가 시원찮은 경우다. A씨는 부자이지만 성격이 괴팍하고, B씨는 성격이 참 좋지만 가난해서 배우자로 선택하기가 곤란한 것도 해당된다.

영화 속 경제

팀은 매번 과거로 가 하루를 두 번 살아보기로 한다. 매 선택을 최상으로 바꾸면 최선의 삶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느날 깨닫는다. 사랑하는 사람과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 최고라는 것을. 갈등의 순간마다 최선의 선택을 하려 노력하고, 그 결과가 나오면 결과대로 또 다른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 최고의 삶이다. 우리 인생이란 그렇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