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문·안 단일화]强대强 협상팀 치열한 기싸움이 보인다

‘매파’ 문측 박영선, 안측 조광희 협상 주도… ‘비둘기파’ 김기식 양측 갈등 조율형

11월 14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협상에 이상기류가 흘렀다. 안철수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안철수 양보론’이 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에서 거론되는 데 유감을 표명하며 “민주당의 여러 행동에 대해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 대변인의 성명이 발표되자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조짐이 좋지 않다. 새누리당은 계속해서 단일화 과정을 공격할 텐데, 과정이 아름답지 못하면 하나마나한 단일화가 될 수 있다”며 “단일화가 성사될 때까지는 양측 다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양측 협상팀이 대부분 강경한 ‘매파’로 구성돼서 부딪힐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11월 14일 오후 단일화 협상은 안철수 후보 측이 중단을 선언하면서 하루만에 파행이 됐다.

안측 이태규 놓고 민주당 불만 목소리
양측 협상팀 인선이 발표될 때부터 단일화 협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각 캠프의 ‘강경파’들로 협상팀이 구성됐기 때문이다. 문재인 후보 캠프 측은 박영선 공동선대위원장,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 김기식 미래캠프 운영지원단장이다. 안철수 캠프 측은 조광희 비서실장, 금태섭 상황실장, 이태규 미래기획실장이다.

11월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류가헌 갤러리에서 문재인, 안철수 대선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열리는 가운데 본격적인 협상에 앞서 안철수 후보 측 조광희 비서실장(왼쪽 세 번째)과 문재인 후보 측 박영선 공동선대위원장(왼쪽 네 번째) 등 협상팀이 손을 맞잡고 있다. | 김창길 기자

문재인 후보 캠프 측의 박영선 위원장은 작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민주당 후보로 나서 박원순 당시 후보와 단일화 경쟁을 벌였다. 특유의 강한 돌파력으로 단일화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갈 것으로 전망됐다. 평화민주당 시절부터 정치를 시작해 정치경험이 많은 윤호중 사무총장은 6·2 지방선거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연대를 추진했다. 참여연대 사무처장 출신인 김기식 단장은 박원순 당시 후보 측 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 특별보좌관으로 활동했다.

안철수 후보 캠프 측의 조광희 비서실장은 변호사 출신으로 한명숙 전 총리의 무죄 판결을 이끌어냈다. 부드러운 성격으로 알려져 있지만 후보의 의중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최측근인 만큼 협상에서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됐다. 금태섭 상황실장도 변호사 출신으로 출마 전부터 페이스북 페이지인 ‘진실의 친구들’을 통해 안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에 대응해온 최측근이다. 한나라당 출신의 이태규 미래기획실장은 정치경험이 많고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승리를 이끌어냈던 만큼 협상 실무에 강할 것이라고 전망됐다.

협상팀 구성원 중 안철수 캠프 측 단일화 협상팀의 이태규 미래기획실장은 단일화 협상 중단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이태규 실장은 꼬마 민주당에서 정치생활을 시작했지만 1997년 신한국당과 조순의 민주당이 통합하면서 신한국당으로 넘어왔다. 16대 국회에서 윤여준 전 장관의 보좌관을 지냈고, 이후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에서 일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는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으로 일했다. 안철수 캠프 입장에서는 민주당과의 연결고리가 별로 없어 비교적 강경하게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민주당으로서는 한나라당 출신 이력이 달갑지 않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태규 실장이 단일화 협상팀으로 들어온다는 건 의외였다. 사실 김기식 의원의 파트너로 김윤재 변호사나 하승창 대외협력실장을 예상했었는데 이태규 실장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라며 “솔직히 협상 파트너에 대한 배려가 없었던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실장의 이력을 거론하며 민주당 백원우 전 의원이 트위터에서 ‘모멸감을 느낀다’고 한 것도 민주당 내부의 이러한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태규 실장의 전력문제는 캠프 간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문재인 후보 캠프의 관계자는 “협상 테이블에 누구를 앉히느냐는 각 캠프의 고유 권한이다. 우리가 왈가왈부할 수 없다”면서도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는 없지만 이태규 실장이 협상팀으로 들어온 것에 대해 민주당 안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 캠프 관계자는 “이태규 실장의 한나라당 전력을 문제삼는데 문재인 후보 캠프에는 윤여준 전 장관이 있다. 윤 전 장관의 보좌관을 지낸 이태규 실장이 이쪽에 있는 것이 뭐가 문제가 되나”라며 민주당의 불만을 반박했다. 그는 “이태규 실장이 협상팀에 들어온 것은 협상팀 세 사람 중 정치경험이 제일 많고 2007년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경선할 때 참여했던 사람이기 때문이지 특별한 배경은 없다”고 말했다.

충성도 너무 높아 협상과정 서로 적대시
협상팀이 강경파이다 보니 협상과정도 팽팽한 기싸움의 연속으로 이어졌다. 11월 13일 양측 협상팀의 상견례가 있었다. 문 후보 측 박영선 위원장은 “국민이 공감하는 단일화, 국민이 참여하는 단일화, 국민이 지지하는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안 후보 측 조광희 비서실장은 “두 후보 모두가 이기는 단일화, 박근혜 후보를 이기는 단일화, 국민이 이기는 단일화를 위해 애를 쓰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국민참여경선’을 주장하고 있고, 조 실장은 안 후보의 본선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11월 16일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서울 종로구 공평동 선거캠프에서 '문재인 후보와 국민께 드리는 글'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결국 2차 실무회의 때는 두 사람의 팽팽한 긴장감이 설전으로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조광희 비서실장은 문재인 캠프 측에서 발언했다고 알려진 ‘후보 양보론’과 이태규 미래기획실장의 새누리당 전력 논란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박영선 위원장은 조 실장의 문제제기에 강하게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 캠프 관계자는 “본격 룰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기선을 제압하려던 것이 아닌가 싶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협상팀 중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사람은 김기식 미래캠프 운영지원단장이다. 김기식 단장은 참여연대 사무처장 출신으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시장 측 협상단이기도 했다. 당시 민주당 아래 진보개혁세력이 결집해야 한다는 ‘빅텐트론’을 주장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기식 단장은 강경파라기보다는 협상팀에서 갈등 조율을 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이라고 평했다.

시민사회에서 오래 활동한 만큼 인맥도 다양하다. 안철수 후보 캠프 관계자들과도 인연이 깊다. 조광희 비서실장과는 고등학교, 대학교 동기로 친분이 깊은 사이다. 금태섭 상황실장과도 친분이 있으며 금 실장이 ‘진실의 친구들’ 활동을 하고 있던 7~8월까지는 만남을 가져온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김 단장과 안철수 후보 측근의 친분이 알려지면서 민주당 내에서는 ‘김기식 의원이 안철수 후보 쪽으로 갈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는 같은 시민사회 출신인 안철수 캠프의 하승창 대외협력실장,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 등과도 친분이 두터운 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기식 의원도 ‘강경파’라고 말한다. 문재인 후보 캠프 관계자는 “김기식 의원은 무소속 대통령은 안 된다고 주장했던 사람이다. 저쪽에서 봤을 때 만만치 않을 것이다. 오히려 센 상대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캠프 관계자도 “김기식 의원이 사적으로 조광희 실장 등과 인연이 깊게 엮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협상에서는 맞수일 수밖에 없다. 김기식 의원이 라디오에서 단일화 시점을 못박은 것도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지만 우리 측에서는 문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협상의 파열음이 계속되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각 캠프의 협상팀이 자신의 후보에 대한 충성도가 너무 높다보니 협상과정에서 적대시하는 기류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