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국의 대선이야기]대통령이 되는 길

이재오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전 대표 등 비박 3인방이 탈당해도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대선에서 이길 수 있을까. 경선룰 논란이 경선 규칙을 둘러싼 복잡한 논리 싸움으로 비쳐지지만 핵심은 간단하다. 비박 3인방을 끌어안고 갈 것인가 내치고 갈 것인가. 끌어안고 갈 거라면 이들의 요구를 전부는 아닐지 몰라도 일부라도 수용해야 한다. 그게 현실이다.

비박 후보들은 다양한 형태로 도발할 것이 분명하다. “분단 상황에 여자가 대통령이 될 수 있느냐”는 시대착오적인 주장도 잊을 만하면 터져나올 것이고. 박근혜 전 위원장을 권위주의 불통 리더십으로 규정하는 공격도 계속될 것이다. 화나는 일이다. 분하기도 할 것이다. 그럼에도 박근혜 전 위원장은 이들 비박 3인방을 안고 갈 것인가 말 것인가, 이들을 안고 가려면 어떤 양보를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터무니없는 시비와 몽니를 후발주자들의 특권쯤으로 인정해줄 정도의 여유와 스케일이 있더라도 어려운 결단이다. 허나 어쩌랴 대통령이 되는 길이 원래 그런 것을….

김문수 경기지사(왼쪽)와 이재오 의원.

새누리당과 박근혜 전 위원장은 그래도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민주통합당 후보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일 것이다.

민주통합당과 야권 후보들. 손학규 전 대표, 문재인 상임고문, 김두관 경남지사, 안철수 원장은 박근혜 전 위원장을 이길 수 있을까. 안갯속을 가는 것 같은 야권이지만 상황의 본질은 분명하다. 어떻게 다함께 할 수 있을까. 그리하여 어떻게 반박근혜 연합전선을 폭 넓고도 힘있게 구축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이해찬 대표의 2단계 경선도 김한길 최고위원의 원샷 경선도 다 일리가 있다. 중요한 것은 민주통합당의 결정이 아니다. 이 문제에 관한 한 안철수 원장의 선택이 우선이다.

민주통합당은 안철수 원장을 설득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강제할 수는 없다. 힘 약한 쪽, 지지율 낮은 쪽이 칼날을 잡는 것이 자연스러운 세상의 이치다. 민주통합당은 안철수 원장과의 관계에서 ‘갑’이 아니라 ‘을’이라는 현실 인식을 먼저 할 필요가 있다. ‘을’ 이라고 해서 ‘갑’에게 강하게 주장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통상적인 상황에서 ‘을’은 ‘갑’의 이야기를 먼저 듣는다.

민주통합당은 안철수 원장에게 좀 더 공을 들여야 한다. 이해찬 대표한테만 맡겨둬선 안 된다. 대선주자 마음은 대선주자가 가장 잘 아는 법이다. 손학규 전 대표, 김두관 경남지사, 문재인 고문이 각자 알아서 안철수 원장과 함께 판을 꾸리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여도 야도 결국은 대선주자들의 선택이다. 대선판의 주역은 대선주자들이기 때문이다.

고성국의 대선이야기

이재오 의원, 김문수 지사가 유신체제를 얘기하면서 박근혜 전 위원장을 공격하고, 손학규 전 대표와 문재인 고문이 참여정부의 공과를 둘러싸고 싸우고 김두관 지사, 안철수 원장이 민생을 주제로 논쟁을 벌이는 것은 무조건 좋은 일이다. 정국 운영의 키를 갖고 있는 여·야 대선주자들이 담론의 중심에 서는 일이므로 환영할 일이다. 다만 이들이 구사하는 담론의 수준이 ‘네거티브 캠페인’으로 전락하지 않았으면 한다. ‘네거티브 캠페인’은 당장 눈앞의 이익을 가져다줄 것 같지만 그야말로 자해적인 후폭풍을 가져오기 쉽다. ‘네거티브 캠페인’을 감행하는 후보들의 마음 속에 혹시 국민을 경시하는 엘리트주의가 자리잡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고성국<정치평론가·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