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출사표 던진 ‘문성근의 사람들’

2010년 8월 창립한 국민의 명령에서는 세 사람이 민주통합당 예비후보에 등록했다. 정책담당 집행위원이었던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 김두수 전 민주통합당 제2사무총장(전 열린우리당 중앙위원), 기획 및 홍보담당 집행위원이었던 여균동 영화감독이 그들이다.

문성근의 사람들이 총선 점령에 나섰다.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이하 국민의 명령) 등을 통해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19대 총선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010년 8월 창립한 국민의 명령에서는 세 사람이 민주통합당 예비후보에 등록했다. 정책담당 집행위원이었던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56), 김두수 전 민주통합당 제2사무총장(49·전 열린우리당 중앙위원), 기획 및 홍보담당 집행위원이었던 여균동 영화감독(54)이 그들이다.

(왼쪽부터)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 여균동 영화감독, 김두수 전 민주통합당 제2사무총장, 임찬규 전 청와대 행정관.

국민의 명령 활동은 하지 않았지만 당대표 경선 당시 문성근 최고위원의 비서실장 겸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임찬규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 행정관(46)도 경기 용인시 기흥구 민주통합당 예비후보로 나섰다.

김창호 전 처장은 고흥길 한나라당 의원이 내리 3선에 성공한 경기 성남시 분당갑 선거구에 도전한다.

고 의원의 서울대 후배이자 중앙일보 후배인 김 전 처장은 “나는 참여정부 시절 조중동과 전투를 벌인 사람이다. 비록 고 의원이 내 선배지만, 종편 날치기에 앞장선 사람을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처장은 중앙일보 학술전문기자 시절부터 문 최고위원과 가끔 술자리를 하며 인연을 쌓았다. 이후 참여정부의 일원이 된 김 전 처장은 시민운동과 정치의 결합을 고민했다고 한다.

정권이 바뀌고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이후 김 전 처장은 문 최고위원과 함께 새로운 시민운동을 고민했다. 2010년 8월 서울 인사동의 한 식당에서 김 전 처장은 문 최고위원, 김두수 사무총장,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과 함께 고민을 나눴고, 이 결과 탄생한 것이 국민의 명령이었다.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 시절 당 정책위의장을 역임하기도 한 고 의원은 2008년 총선에서 64%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하지만 김 전 처장은 “교양수준이 높은 분당 주민들이 교양 없는 한나라당 정권에 짜증이 나 있는 상태”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김 전 처장의 대학 후배이기도 한 여균동 감독은 경기 안양시 동안을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현역 지역구 의원인 3선의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은 여 감독의 대학시절 학생운동 동지였다. 여 감독은 “이제 심 의원은 이명박을 동지라고 부른다. 심 의원이 3선이라 어려울 순 있지만, 수도권에서 한나라당이 오랫동안 수권한 지역을 점령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여균동 영화감독 안양 동안을 도전
여 감독은 “나는 문 최고위원과 동지적 관계”라고 말했다. 1997년 여 감독이 연출한 <죽이는 이야기>에서 문 최고위원은 황신혜와 함께 주연배우로 출연하기도 했다. 2002년 대선에서 두 사람은 노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대표적 영화계 인사들이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는 함께 추모공연에 나란히 서기도 했다.

제주 해군기지 반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한·미 FTA 반대운동에 앞장서온 여 감독은 “주변에서 왜 진보정당이 아닌 민주당이냐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집권 가능한 당에서 구호가 아니라 행동으로 제주 해군기지와 한·미 FTA를 바꾸겠다. 국민의 명령은 아직 유효하다”고 말했다.

2004년 열린우리당 경기 고양시 일산을 경선에서 여 감독과 경쟁했던 김두수 전 사무총장은 19대 총선에서 고양시 일산서구 예비후보로 나섰다. 2004년 당시 김 전 사무총장은 본선에서 김영선 한나라당 의원에게 2% 차이로 패배했다. 고양시 4개 선거구 중 유일한 패배였다. 훗날 김 전 사무총장은 “예비경선이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치러져 너무 촉박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김두수 전 사무총장은 노사모 시절부터 문 최고위원과 활동을 같이해 왔다.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 등이 동석한 국민의 명령 ‘준비모임’에도 참가했으며, 지난해 초에는 문 최고위원, 여 감독 등과 함께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야권 단일정당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벌였다. 문 최고위원은 김 전 사무총장이 최근 펴낸 <쫄지마, 정치>에서 “김두수는 나의 동지다. 나의 든든한 배후이자 나와 한몸, 민주진보진영에 꼭 필요한 인재다”라는 추천사를 썼다.

김두수 전 사무총장 고양 일산서구에
김 전 사무총장이 넘어야 할 또 하나의 벽은 18대 총선에서 고양시 일산서구에 출마한 김현미 전 의원이다. 김 전 의원은 대통합민주신당 대변인 시절 이명박 대통령의 차명재산 의혹을 제기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임찬규 전 행정관은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그는 “그동안 용인에서 선거 결과가 좋지 못했다. 통합의 과정을 국민들에게 검증받으려면 수도권에서 어려웠던 지역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전 행정관과 문 최고위원은 2002년 대선 때부터 서로 안면을 익혔다. 이후 임 전 행정관은 국민참여당으로, 문 최고위원은 국민의 명령으로 길을 달리했다. 지난해 11월 임 전 행정관이 참여당 내에서 진보통합이 아닌 야권대통합을 주장하던 당원들과 함께 혁신과통합에 합류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밀접해졌다. 이후 임 전 행정관은 시민통합당 창당준비위원장을 거쳐 문 최고위원의 비서실장 겸 대변인이 됐다.

이들의 도전이 꼭 ‘무모한 도전’인 것은 아니다. 1월 18일 정치컨설팅업체 P&C가 <주간조선>을 통해 발표한 19대 총선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4명의 후보 중 최소 3명은 승산이 있다.

여균동 감독이 출사표를 던진 안양 동안을에서 야권 단일후보는 한나라당 후보에게 0.1%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두수 전 사무총장이 나선 고양시 일산서구는 야권 단일후보가 한나라당 후보에게 4.9% 뒤지는 ‘박빙지역’으로 분류된다. 임찬규 전 청와대 행정관이 준비중인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경우, 2개의 선거구로 나누어진다고 가정했을 경우의 결과가 나왔다. 갑 선거구에서는 야권 단일후보가, 을 선거구에서는 한나라당 후보가 앞섰다.

다만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이 도전하는 성남 분당을에서는 한나라당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를 13.1% 차이로 크게 이긴다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이들이 ‘야권 단일후보’가 되지 못하면 이러한 시뮬레이션 결과는 별 의미가 없다. 민주당 내부 경선과 4개 지역구에 모두 후보를 낸 통합진보당과의 야권 단일화가 과제로 남아 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