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우체국 통장을 만든 까닭

서울 광화문우체국에 가서 통장을 하나 만들고 체크카드를 발급받았다. 인터넷·폰·모바일·TV 뱅킹이 가능하도록 전자금융거래 신청도 했다. 새해 첫 금융거래를 우체국에서 한 것은 몇 가지 이유와 각오가 있어서다.

발급받은 통장에는 지식경제부 장관의 직인이 찍혀 있다. 우체국이 지식경제부 소속의 국영 금융기관이라는 얘기다. 국가가 운영하는 은행이기 때문에 안전성이 가장 큰 장점이다. 우체국예금은 개인당 5000만원 한도에서 예금이 보호되는 예금자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우체국예금보험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라 금액 제한 없이 원리금 전액을 국가가 지급 보장해준다.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질 리 없을뿐더러 설사 그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12월 22일 중소상인을 지원하고 서민생활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리스크가 줄면 기대 수익이 줄어드는 게 돈의 논리다. 우체국금융도 그렇지 않을까. 다소간 편차는 있지만 편리성, 서비스의 내용과 수준, 이율 등에서 시중은행과 큰 차이가 없다. 우체국금융은 전국 2800개 우체국에서 4만3000명의 직원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도시지역(1300개)보다 읍·면지역(1800개)의 점포가 많은 게 우체국금융의 특징이다. 장점과 단점이 있을 것이다. 우체국은 점포수가 적은 도시 이용자에게는 불편할 수 있는 이런 단점을 전자금융 거래와 금융망 개방, 다른 은행과의 업무 제휴 등을 통해 상쇄하고 있다.

최근 우체국은 하나은행과 제휴를 맺어 두 금융기관 이용자가 수수료 없이 자동화기기(CD/ATM)에서 입·출금, 계좌이체, 조회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했다. IBK기업은행, 한국씨티은행, 한국산업은행 등과는 이미 같은 제휴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으며, 앞으로 이를 더욱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우정사업본부는 창구망 및 자동화기기 공동이용 외에도 제휴카드 발급, 증권계좌 개설 대행 등 18개 업무에서 172개 기관과 업무 제휴를 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서비스의 내용과 수준에서도 우체국은 대출 부분을 제외하면 시중은행이 제공하는 거의 모든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셈이다. 이율도 제1금융권과 엇비슷하다. 최근 우정사업본부는 전통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하면 이용액의 일부를 되돌려주는 ‘스타트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광화문우체국에서 통장을 개설하면서 받은 체크카드가 바로 이 상품이다. 전통시장의 경우 이용액의 10%(월 1만원 한도), 골목슈퍼의 경우 5%(월 3000원 한도)를 약 2~3일 뒤에 우체국통장에 입금해 준다고 한다. 등기나 택배와 같은 우편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우체국쇼핑(www.epost.kr)에서 물건을 살 때도 이 카드를 이용하면 10%(월 1만원 한도)를 할인해준다. 에코머니포인트 적립(1~5%), 예금 금리 우대(0.1~0.2%), 우체국 상해보험 무료 가입, 주유 리터당 40원 할인, 도서·베이커리 등 5% 할인 등의 혜택도 따른다.

우체국금융은 1인2역을 할 수밖에 없다. 금융기관으로 다른 은행과 경쟁해야 하는 입장이면서도 국가기관으로서 공적 기능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이번에 출시한 스타트 체크카드도 차별화된 서비스로 고객을 유인하면서도 중소상인을 지원하고 서민생활에도 보탬을 주는 양수겸장의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민간 은행과의 자동화기기 공동이용 제휴도 우체국 이용자를 위한 편의 제공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민간 은행 이용자에게 도서·벽지까지 갖춰진 국가 금융 인프라를 무료로 개방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

우체국 통장을 만든 가장 큰 이유가 사실 이 부분이다.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시작되어 유럽 재정위기, 반(反) 월가 시위 등으로 이어지면서 증폭되는 지구촌 서민의 고통과 분노의 이면에는 금융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세계 경제학계는 금융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근본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런 논의 가운데 하나가 은행의 공공화다. 우체국금융은 공적 기능을 중시한다.

우정이야기 구독

거기서 얻은 수익까지도 사적 이익이 아니다. 우체국 통장 개설을 통해 국영금융기관으로서 우체국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좀 더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싶었던 것이다.

<신동호 선임기자 hud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