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인물]이외수는 문단의 아웃사이더

독자들 열광하는 베스트셀러 작가지만 문학성 평가 엇갈려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문단에서 외면을 받는 소설가 이외수. 문단의 평가와 상관없이 독자들은 열광한다. 등단 후 40여 년 동안 그렇게 지내왔다. 외롭지 않을까, 자존심 상하지 않을까. 궁금증이 들었다.

“자존심? (가난 때문에) 첫 애를 내 손으로 받았고, 그 날로 책장사를 나갔다. 작가가 책을 팔러 다니는 것만큼 자존심 상하는 일이 있나. 이미 기존의 관계나 관념은 버린 지 오래다. 내가 문단 대신 독자를 택한 것은 문단의 외면을 감당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해냄 출판사에서 출간한 <이외수 장편소설 컬렉션 칠감칠색>. 초기작 <꿈꾸는 식물>부터 후기작 <장외인간>(2005)까지 총 7권의 소설이 담겨있다. |해냄 출판사 제공

화가가 되고 싶었던 이씨는 방세를 갚기 위해 보냈던 원고가 덜컥 1971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자신의 실력이 부끄러웠다. 산에 들어가 3년 동안 필력을 쌓았다. 중편소설 <훈장>을 들고 나왔고, <세대>라는 문예지를 통해 중편소설 분야 신인문학상을 받았다. 3년 동안 당선자가 없었던 상이었다. 비평가들도 그를 주목했다. 이씨의 말을 빌리면 당시 “천재가 나왔다” “이상의 망령이 되살아났다” 등의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3년 동안 원고 청탁 한번 들어오지 않았다. 문단에서 보면 ‘듣보잡’ 작가였을 뿐이다. 독립군이 되기로 했다. 문인들의 모임에 일절 발걸음을 끊었다. 독자에게 사랑받는 글만 쓰기로 했다. 문단의 아웃사이더가 된 이유다.
이 때문에 문단은 그의 작품에 주목하지 않았다. 문학성도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한 편에선 “젊은 세대 감각에는 맞지만, 문학성을 갖췄다고 말하기 어렵다” “일반 성인 독자들이 보기에 가볍고 구태의연하다” 등의 비판을 한다. 한 출판기획자는 “이외수씨는 젊은 세대의 감성을 잘 파악하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작품이 유치하다는 느낌도 든다”고 설명했다.

대중과 소통하는 새로운 길 개척
이 작가의 작품성을 옹호하는 이들도 많다. 문학평론가인 장석주씨는 “대중과 소통하는 측면에서 이외수씨는 자기의 길을 새롭게 개척했다”면서 “하위문학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시간이 지나면 문학적 비평의 대상이 될 것이다”고 평가했다. 소설가 박민규씨도 이씨를 옹호한다. 박씨는 “해외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시드니 샐던이나 스티븐 킹은 노블리스트(소설가)가 아니라 스토리 작가다. 이 선생도 스토리 작가”라며 “에릭 클랩턴이 비엔나 콩쿠르에 초청받지 않았다고 서운해 하지 않는다. 문단에는 대중문학을 비평할 수 있는 전문가가 없다. 이 선생이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이유다. 시간이 지나면 작품성을 인정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단의 평가와 상관없이 그의 책은 잘 팔린다. 신선의 마을 오학동에 들어갔다가 나온 후 다시 선계로 들어간 강은백의 이야기를 그린 <벽오금학도>(1992)는 출간 3개월 만에 100만부 이상이 팔렸다. 소설 <괴물>(2002)과 <장외인간>(2005)도 지금까지 40만부 이상 팔렸다.

산문집도 큰 사랑을 받았다. <하악하악>(2008)은 에세이집으로는 60만부 이상이 팔려 화제가 됐다. 지금까지 20여권의 소설과 산문집을 냈는데, 총 판매부수는 700만부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인터넷서점 YES24가 주최한 네티즌 선정 ‘2010 대한민국의 대표작가’ 1위는 이외수씨였다. 문단의 외면을 독자들이 채워주고 있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