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시사콘서트’ 춘천서 네번째 무대

열정과 흥겨움 가득 예술적 무대

4월 23일, <주간경향>과 함께하는 네 번째 <탁현민의 시사콘서트>가 춘천에서 열렸다. 공연 시작은 오후 6시 30분이었지만, 콘서트가 열린 춘천 어린이회관 야외무대에는 오후 5시부터 관객들이 모여들었다. 여느 시사콘서트와는 달리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단위의 관객이 많았다. 춘천뿐 아니라 서울, 경상도 등 전국 각지에서 관객들이 찾아왔다. 공연 시간이 가까워오자 야외무대는 400여명의 관객들로 가득 찼다.

4월 23일 춘천 어린이회관 야외무대에서 <주간경향>과 함께하는 네 번째 <탁현민의 시사콘서트>가 열렸다.

시사콘서트는 명사의 강연을 중심으로 인디밴드의 음악과 토크가 어우러진 독특한 형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이번 시사콘서트는 야외에서 열린 만큼 밀도 높고 진지한 강연보다는 자유로운 형식으로 관객과 호흡할 수 있는 음악과 토크에 무게중심을 두었다. 강산에, 이한철, 킹스턴루디스카, 일단은준석이들과 같은 막강한 밴드와 가수들이 시사콘서트 무대에 올랐다. 여러 명사들도 함께했다. 소설가 이외수씨를 비롯해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여균동 영화감독,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와 고재열 시사인 기자의 신랄하면서도 유쾌한 토크가 이어졌다.

‘일단은준석이들’의 공연.

투표독려활동 규제 비판
이날 시사콘서트에서는 4·27 재·보선을 앞두고 선거관리위원회의 규제를 꼬집는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투표 독려 활동마저 규제하는 것이 과도하다는 입장에서다. 탁 교수는 공연을 앞두고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공문을 보내왔다며 “지난 6·2 지방선거 때 특정 세대에 투표를 권유했다는 이유로 계도장을 받았다”며 “20~30대가 투표율이 낮아 투표를 권유한 것인데 경고를 준 점은 이해가 안 간다”고 꼬집었다. 소설가 이외수씨도 선관위로부터 계도장을 받은 경험을 말했다. 마찬가지로 투표를 하라고 권유했기 때문이다. 이외수씨는 “투표를 하라고 독려하는 사람한테 경고장을 보내다니 정말 웃기는 나라”라고 비판했다. 이씨는 “역대 대통령들 중에서 문화와 예술에 대한 적극적 지원을 약속한 사람은 없었다”며 “정치에는 기대 안 하지만 문화·예술에는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균동 영화감독과 고재열 시사인 기자가 시사 퀴즈를 맞힌 관객들에게 나눠줄 노란 우산을 들고 있다.

가수 강산에 마지막 무대 장식
선관위의 우려와는 달리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탁현민의 시사콘서트>’는 정치적이기보다는 열정과 흥겨움이 가득한 예술적인 자리였다. 기타와 타악기로 구성된 2인 밴드 일단은준석이들은 ‘27살’,‘기분이 좋아’를 부르며 무대를 달궜다. 9인조 브라스밴드 킹스턴루디스카의 흥겨운 ‘스카’ 음악에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 함께 무대를 즐겼고, 이한철씨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신나게 즐겼으면 좋겠다”며 ‘슈퍼스타’, ‘좋아요’를 부르면서 관객들과 공감의 무대를 만들었다. 강산에씨도 ‘할아버지와 수박’,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넌 할 수 있어’ 등을 부르며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탁현민 교수, 소설가 이외수씨도 이 무대에서 함께 했다.

가수 강산에씨의 무대에 함께 한 탁현민 교수와 소설가 이외수씨. | P당 제공

<탁현민의 시사콘서트>의 음악감독인 김작가씨는 “음악과 함께 선거 기간을 축제처럼 즐기는 것만으로도 ‘시사’로서의 기능은 충족했다고 본다”고 말하며 “예술과 사회가 별개가 아니며, TV와 매스미디어 바깥의 문화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성과 자유로움을 이번 공연에서 보여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단순히 가수들이 나오는 행사가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짧은 이야기들을 이어가고, 또 한편에선 음악이 분위기를 고조시키면서 시사와 콘서트의 장점이 결합된 느낌이었다”고 이번 공연의 소감을 덧붙였다.

오후 6시 30분에 시작한 공연은 밤 10시가 다 되어서야 끝이 났다. 서울에서 공연을 보러 왔다는 정누리씨(21)는 “좋아하는 킹스턴루디스카가 나온대서 왔는데 공연만 있었던 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사회에 대한 이야기도 해서 좋았다”며 “단순히 흥미 위주의 콘서트가 아니라 사회에 대한 관심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공연이었다”고 말했다. 춘천에 사는 이만복씨(39)는 시사콘서트 소식을 듣고 동호회 회원 30명과 함께 왔다며 “맨 앞에 앉아서 가까이서 공연을 즐기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재형씨(36)는 “선거 때문에 민감해서인지 시사 내용은 좀 적었다”면서도 “음악이 매우 좋아서 예상치 않게 많은 돈을 내고 왔다”고 말했다. 후불제인 탁현민의 시사콘서트는 공연 후에 느낀 만큼, 감동한 만큼 공연료를 지불하면 된다.

탁현민의 시사콘서트는 5월에도 계속된다. 탁현민의 시사콘서트에 참여하려면 인터넷 카페(cafe.naver.com/taksisa)에서 예약을 해야 한다.

<글·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