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누가 자영업자를 궁지로 내모나

반서민적 정책으로 서민소비자와 동네 치킨집 사이 벌어져

대한민국 경제가 골고루 발전하고, 우리 국민들의 고용과 삶의 질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제주체들이 활기차게 곳곳에서 기업 활동을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나라는 온통 대기업들의 너무 왕성한(?) 활동만 넘쳐나고 중소기업, 중소상인들은 늘 생존의 궁지에 몰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 활동의 99%, 고용의 90% 가까이를 중소기업과 중소자영업이 책임지고 있음에도 중소기업과 중소자영업이 궁지에 몰리다 못해 몰락하고 있는 현실에서 ‘국민 경제’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그 활력의 지속성에 대해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지금의 상황인 것이다.

12월 9일 오후 롯데마트 영등포점 앞에서 사단법인 한국프랜차이즈협회 소속 치킨 자영업자들이 롯데마트의 ‘5000원’ 치킨의 판매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기업의 정상적인 이윤추구인가?
재벌·대기업들이 중소기업 및 중소자영업자들을 궁지로 내몰고 있는 과정에서 발생한 상징적인 사건이 바로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태와 ‘이마트 피자’ 논쟁, 그리고 최근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롯데마트 ‘통큰 치킨’ 논란이라고 할 것이다. 큰 차원에서 보면 재벌·대기업들이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을 앗아간다는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경우다.

SSM 사태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현 정부·여당이 SSM(재벌 슈퍼) 규제를 최대한 지연시키고, 재벌·대기업들을 비호하는 사이에 SSM이 최근 830여개(대형마트는 제외한 수치)를 넘어섰고, 곧 1000개도 넘어설 전망이다. 그와 동시에 그나마 가족들의 생계를 근근이 꾸려가고 있던 전국의 중소자영업자들은 현재 엄청난 생존의 위기를 겪고 있다. 그나마 최소한의 규제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과 상생법이 최근 차례대로 개정하게 됐지만 실효성이 많이 떨어지기에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SSM의 추가적 입점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슈퍼마켓이나 마트를 경영하는 동네의 중소상인들만 생존의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재벌·대기업들은 슈퍼뿐만 아니라 주유소, 정비소, 빵집, 서점, 천원숍, 심지어 공구상 진출까지 선언했고, 이제는 피자집, 치킨집, 떡집까지 자기들이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미 막대한 이윤을 벌어들이고 있는 재벌·대기업들이 동네 상권, 지역 자영업자들의 생존권까지 무참하게 짓밟는 것이 정상적인 이윤추구 행위라고 인정할 수 있을까? 그렇게 우리나라의 재벌·대기업들은 업종과 지역을 불문하고 사업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고, 그러다보니 사실상 거의 모든 자영업자들이 지금 고사위기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말로는 친서민이니, 공정한 사회니, 중소기업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재벌·대기업들을 비호하고, ‘토건족’들을 지원하고, 부자감세 기조를 유지하는 데 여념이 없다. 한마디로 ‘강부자’ 정권의 행태를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그 잘못된 정책의 최대 피해자가 중소자영업자들이 되고 있는 셈이다. 현 정부·여당이 이처럼 중소자영업자들의 생존권을 무시하는 정책을 펼치다 보니, 재벌·대기업들도 ‘막가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경영진은 중소상인들이 죽어가고 있는데도 버젓이 ‘SSM은 친서민 정책’이라고 강변하고 있고, 이마트의 경영진은 ‘이마트 피자가 훌륭하다’며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불공정한 상행위를 노골적으로 옹호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재벌·대기업들은 이토록 집요하게 중소자영업자들의 생존권을 파괴하면서까지 과감하게 골목 상권에 진출하고 있는 것인가. 그 표면적인 이유는 백화점에 이어 전국에 진출시킨 대형마트 시장이 과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하지만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으로 이미 막대한 이윤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봤을 때, 재벌·대기업들의 SSM과 피자집, 치킨집 진출의 배경은 ‘원천적으로 게임(공정한 경쟁)이 되지 않는 동네 상권을 장악하여 더 많은 이윤을 추구하겠다’는 탐욕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수요가 확실히 보장되어 있는 ‘더 많은 이윤’을 확보하기 위한 재벌·대기업들의 부도덕한 이윤추구 전략이 진짜 배경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재벌·대기업들의 부도덕한 전략이 롯데마트 통큰 치킨 출시와 그 후폭풍으로 이어진 것이다. 롯데마트는 통큰 치킨이 큰 논란이 되자 일주일 만에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논란은 그치지 않고 있다. 지난날 “대형마트와 SSM 때문에 다 죽게 생겼다”고 하소연하는 상인들을 찾아가서 이명박 대통령은 “그것 규제하면 위헌이다”라고 중소자영업자들의 속을 뒤집어놓더니, 이번에도 “치킨 값이 너무 비싸다”는 식의 발언으로 결국 또다시 대기업의 편을 들어주고 있다.

현재 많은 서민들과 상당수 소비자들은 지역공동체 중소 치킨집의 생존이 위협받는 것을 걱정하면서도, 생활이 팍팍하다 보니 재벌의 값싼 치킨에 대한 지지를 드러내고 있다. 최근 임금은 더욱 떨어지고, 직장은 불안하고, 보육·교육·의료·주거·통신 분야 등에서 필수적인 가계 부담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처분 소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빚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 처해 있는 가계들이 절박한 심경으로 값싼 치킨을 찾고 있는 것이고, 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이 대통령 “치킨 값이 너무 비싸다”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사실상 재벌 편을 들면서 치킨 값을 가지고 ‘친서민’인 척하기보다는 실제로 서민들이 정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분야에 정책과 예산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민생·복지·교육·일자리 예산을 대폭 삭감한 여당안을 날치기하면서 앞으로도 강부자 정권으로서 반서민적 정책을 계속 펼칠 것이라는 점을 똑똑히 보여주었다.

우리 국민들이 진정 해야 할 일은 치킨 값 차액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가정 경제와 개개인의 호주머니에 엄청난 부담과 고통을 주는 보육·교육·의료·주거·통신 등의 분야에서 획기적인 예산 지원을 촉구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이웃들인 치킨집 주인과 대립각을 세울 것이 아니라 혹시라도 프랜차이즈 본사로 가는 이익배분율을 낮춤으로써 가격 인하 여력이 있는 것은 아닌지를 검토하는 것이 타당하다. 나라의 정책과 예산이 잘 돼서 호주머니가 두둑해지고 복지가 강화되면, 굳이 우리 시민들이 이웃집들의 생존권을 무시해가면서까지 통큰 치킨을 찾는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감히 주장해본다.

하나만 상상해보자. 만약에 이명박 대통령이 반값 등록금 공약을 지키게 되면 당장 내년 1학기 500만원의 등록금 중 250만원을 직접 지원받게 되거나 등록금이 줄어들어 서민 가계에 무려 250만원이 생기게 된다. 이것처럼 서민들을 복되고,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교육복지도 발전하면서 서민 가계도 행복하게 되는 것이고, 그렇다면 서민들도 치킨 값에 ‘목 매는’ 일이 줄어들지 않겠는가. 문제는 부자감세, 토건족 지원, 4대강 죽이기에는 수십, 수백 조원씩 ‘올인’ 하면서 서민들의 진짜 고통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현 정부에 있다. 바로 그 강부자 정권 때문에 서민소비자들과 동네 치킨집들의 사이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