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상아젓가락과 4대강 살리기

상아젓가락이 한 나라를 망칠 수 있을까요? 상아젓가락이 나라를 망치지는 않지만 상아젓가락 하나로 나라의 운명을 알 수 있었던 일이 고대 중국에 있었습니다.

중국 고대 은(殷)왕조 마지막 왕은 주(紂)였습니다. 주왕에 대해서 잘 모르겠지만 달기라는 악녀와 주지육림을 이야기하면 어떤 사람인지 금방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주왕이 상아로 젓가락을 만들었습니다. 현인인 기자는 이 이야기를 듣고 은왕조의 미래를 두려워했습니다.

“상아젓가락이라면 질그릇에 얹어 놓을 수도 없습니다. 옥그릇을 써야 합니다. 상아젓가락과 옥그릇을 갖고 있다면 콩잎으로 국을 끓일 수 없습니다. 코끼리 고기나 어린 표범 고기라야만 될 것입니다. 이 음식을 아무데서나 먹을 수 없습니다. 비단옷을 입고 화려한 궁궐에서 먹어야 합니다. 그 마지막이 두렵습니다. 그래서 시작을 불안해 합니다.”

이 이야기는 한비자 유로편에 실려 있습니다. 한비자에는 노자의 도덕경에 있는 구절도 등장합니다. 견소왈명(見小曰明). 작은 것을 보는 것이 곧 밝음이라는 말입니다. 현인인 기자처럼 견소왈명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세상의 흐름을 꿰뚫어 볼 수 있지만 어느 누구도 그렇지 못하다는 데 아쉬움이 있습니다.

상아젓가락을 생각하면 4대강 살리기를 떠올리게 됩니다. 출발은 대운하였고, 4대강 정비로 대폭 축소됐다가, 4대강 살리기란 이름으로 등장한 22조원짜리 ‘상아젓가락’입니다.

대형 보를 세우고 대규모 준설을 합니다. 수돗물로 사용하지도 않을 물을 대형 보에 가득 채우고 난 뒤에 무엇을 할지 궁금합니다. 굽이굽이 돌아가는 강 자락과 금빛 모래밭을 없애고 난 강에서 무엇을 하겠습니까? 상아젓가락에 옥그릇이 적당하고, 코끼리 고기와 비단옷, 궁궐이 적당하듯이 유람선을 띄우고, 관광지로 개발해야 투자금을 회수할 듯합니다. 거기에다가 물길을 이용해 운하를 한다면? MBC PD수첩이 이 의혹을 추적했지만 정부는 극구 부인합니다. 운하와 다르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선 때인 3년 전만 해도 한나라당은 경부 운하를 외쳤습니다.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내에는 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끝난 후 차기 대통령은 4대강 살리기를 기반으로 운하를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인지 아리송합니다.

경인운하 추진 과정을 보면 이와 같은 과정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물난리를 방지하기 위하여 만든 굴포천 방수로가 경인운하의 물길이 되는 과정입니다.

편집실에서

현인인 기자처럼 세상의 흐름을 꿰뚫어 볼 수 없지만, 기자가 말했던 것처럼 상아젓가락이 두렵습니다. 4대강 살리기의 마지막이 두렵습니다. 그래서 4대강 살리기의 시작을 불안해 할 수밖에 없습니다.

<윤호우 편집장 hou@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