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4대강 반대’ 10월전 성패 결론난다

PD수첩 우여곡절 방송 이후…시민관심 제자리·G20 변수

“최 부장(최승호 MBC PD수첩 PD)을 개인적으로 잘 안다. 방영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엉뚱한 사람들(김재철 MBC 사장을 언급한 것으로 보임)이 개입하면서 과잉 반응하다가 희한한 사태가 벌어졌는데, 내가 홍보팀장으로 있었으면 그렇게 안한다.”

이포보 농성은 원래 8월 25일까지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9월까지 계속하겠다는 농성 당사자들의 거부로 농성을 푸는 것은 연기됐다. 지난 8월 초, 이포보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격려하는 시민들의 응원에 응답하고 있다. |김정근 기자

「PD수첩-수심 6m의 비밀」편이 방영되기 하루 전, 기자는 국토해양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이하 4대강추진본부)에서 홍보1팀장을 맡았던 제해치 전 팀장에게 연락했다. 「PD수첩」이 4대강 사업을 추진한 비밀팀을 폭로하겠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지만, 그는 자신이 보기에 “4대강추진본부가 설립된 이후 그런 비밀리에 수행된 업무는 없었다”고 말했다. “6m라는 것도 그렇다. 6m 이상 수심은 전체 구간의 26.5%에 불과하다. 게다가 구간별로 다 다르다. 최 부장이 그것을 가지고 대운하라고 우긴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질 것은 없다.”

우여곡절 끝에 「PD수첩」은 방영되었다. 애초 방영계획에서 내레이션이 일부 바뀌었다. 민감한 ‘비밀추진팀’이라는 이름은 ‘태스크포스팀’으로 바뀌었다. 보 설치와 준설에서 물 부족량 10억t의 근거가 된 ‘홍수 빈도 200년 주기’는 대통령의 직접지시라는 방증이 나왔다. 한반도대운하 당시의 노선구간과 4대강정비사업의 사업구간이 거의 일치한다는 것도 공개되었다.

지역 따라 핵심현안 달라 각개전투
국토해양부는 이튿날 곧바로 반박자료를 냈다. 국토부는 반박자료에서 “대통령도 대운하와 관련해서 ‘임기 내에 추진할 시간도 없고 추진하지도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면서 “낙동강 하류에서 상류까지 화물선을 운항하기 위해서는 현재 건설 중인 보의 대부분을 뜯어내고 60여개에 달하는 교량 대부분을 개량, 교체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별도의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사실과 다른 보도자료를 홈페이지에 게재한 「PD수첩」에 대해 필요한 대응을 할 예정이며, 실제 방영된 내용에 대해서도 허위·과장·왜곡 보도 여부를 면밀하게 검토한 후 대응방향을 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PD수첩」 방영 후, 논란의 4대강 사업은 어디로 가는 걸까.

8월 26일, 폭우 속에서 광화문 KT 본사 건물 앞에서는 시민사회·환경단체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진애 민주당 의원은 전날 방영된 「PD수첩」과 관련, “PD수첩의 방영으로 보와 준설에 청와대가 직접 개입된 사실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제 공개된 내용은 현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사업 문제 중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며 “앞으로 2편, 3편이 제작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최근 유엔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생물다양성협약 공로상’을 수여한 것을 거론하며 “유엔까지 찾아가서라도 4대강 사업의 부당성을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4대강 이슈는 이미 글로벌 이슈라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은 “거리 농성의 형태로라도 이포보 농성자들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원래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참석자들은 여주 이포보로 이동할 계획이었다. 농성자 건강문제 등으로 이날을 기점으로 이포보 농성을 접기로 계획했었다. 8월 20일, 법원은 이포보 시공사들이 낸 ‘퇴거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1인당 하루에 300만원씩 시공업체에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명호 4대강사업 저지 범국민대책위(4대강저지범대위) 상황실장은 “본인들이 내려오길 거부했다”고 밝혔다. 누적되는 벌금과 관련해서는 “시민모금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태풍으로 20여일에 걸친 함안보 고공농성을 끝내야 했던 함안보에서 농성이 인근으로 자리를 옮겨 8월 16일부터 재개되었다. 하루 전 법원은 검찰이 고공농성자 2인에 대해 업무방해 및 집시법 위반·공무집행 방해 등으로 낸 영장을 기각했다.

4대강 사업 저지운동은 지역마다 상황이 조금씩 다르다. 임희자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사무국장은 “함안보를 중심으로 한 현장활동과 함께 병행하고 있는 침수피해나 하천부지 강제편입 문제 등에서 예산을 확보하는 데는 성공했다”고 말했다. 대구지역은 4대강 공사로 생계를 잃게 된 골재채취업자들을 중심으로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부산·경남지역은 식수원 오염문제를 중심으로 전선이 그어지고 있다.

서울서 10만명 참여 4대강 저지대회
시민사회와 환경단체들은 9월 11일 서울에서 10만명이 참여하는 인간띠 잇기 대회를 열 예정이다. 하지만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8월 25일, 참여연대 강당에서 4대강저지범대위 주최로 ‘4대강 공사 저지 비상시국대토론회’가 열렸다. 비공개로 열린 이날 회의에서 박진섭 생태지평 부소장은 “올해 12월이면 보건설공사가 80~90%에 이를 것이며, 2011년이면 수변지역 개발 청사진이 제시되어 개발붐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에 객관적 환경이 불리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공사진척률이 60%가 넘어서면 되돌리자는 여론이 급격하게 줄어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월 25일 서울 광화문 KT빌딩 앞에서 4대강저지범대위 주최로 열린 거리국민행동 선포식. 정계·시민사회·종교계 인사들이 참여해 4대강 사업 중단을 주장하고 있다. |김정근 기자

또다른 변수는 11월에 열리는 G20서울회의다. 국회에서 통과된 ‘G20경호특별법’에 따라 10월부터 11월까지 서울에서 경호책임은 청와대 경호실장이 지게 된다. 사실상 서울시 전역에서 집회·시위가 봉쇄되며, 심지어 군대까지 동원될 수 있다. G20 회의가 열리면서 사실상 10월과 11월 두 달 동안 ‘4대강 저지’ 등 거리 의견 표명의 장이 사라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G20 대응 시민사회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고계현 경실련 정책실장은 “각국 정상이 묵는 주요 숙박장소 주위에서 집회시위 등이 금지된다. 이를테면 서울광장 옆 호텔에 참가국 정상이 묵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서울광장 사용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10월 이전에 4대강저지운동의 가시적 성패를 결론내야 한다는 고민이다.

시민환경단체의 고민은 7·28 재·보궐선거 후 이명박 정부의 ‘4대강 밀어붙이기’가 더 가속화되고 있는 데 비해 시민 관심은 고조되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지금 개발이 예정되어 있는 토건회사에 대한 지원이나 환경파괴 이슈 등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4대강저지운동을 ‘진보주의자나 환경론자의 운동’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라며 “환경시민단체의 운동을 넘어 국민적 운동으로 어떻게 전환하도록 할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종교계 철야단식… G20 돌파구?
현재 ‘4대강 반대’로 결집한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저울질하고 있는 복안은 세 가지다. 4대강 사업에 대한 국민조사단 구성과 국회 검증특위의 구성, 그리고 4대강 사업의 찬반 여부에 대한 국민투표 제안이다. 9월 11일 열리는 10만명 인간띠잇기 대회에서 정리된 대국민 제안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별도로 G20 국면에 4대 종단은 10월 4일부터 3일간 1000여명이 참여하는 철야 단식기도를 통해 4대강 공사 중단을 촉구할 계획이다. 4대 종단은 현재 정치권·시민사회 중심의 4대강저지범대위와 별개로 움직이고 있다. 양재성 기독환경연대 사무총장은 “특히 종교계의 입장에서 정치적 입장과 연계되는 것은 상당히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며 “입장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지만 각각 할 수 있는 영역은 따로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어떻게 되었던 이명박 정부가 이들의 요구를 수용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국민들은 과연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4대강 반대 호소에 호응할 것인가. 정대화 상지대 교수는 “과거 6·10항쟁 등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 운동의 일정한 기간에는 헌신성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사람들이 나서려면 가치에 대한 동의만으로는 안되며 실질적인 가능성이 있을 때만이 나서게 된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이 실질적으로 저지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만 국민이 나선다는 지적이다. 4대강사업저지운동의 운명은 앞으로 남은 두 달이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4대강사업 레임덕은 시작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레임덕은 시작된 걸까. 최근 일부 부처에서는 국토해양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에 파견할 공무원을 찾지 못해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8월 25일 열린 4대강 수질통합관리센터 개소식. 이만의 환경부 장관 등이 수질오염 방제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

기자는 최근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의 ‘실체’에 대한 기사를 기획했다. 당초 기사는 추진본부 인사들의 면면을 소개하고 최근 이슈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듣는 것이 목적이었다.

4대강추진본부는 이명박 정부의 힘이 실리는 기관이다. 차윤정 부본부장의 인터뷰를 요청했다. 홍보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차윤정 부본부장은 최근까지 환경운동 활동가들이 농성하고 있는 이포보를 방문하는 등 ‘4대강 전도사’ 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한 인터넷 보수매체에 따르면 그는 시골의 사랑방에서 열린 좌담회에까지 참석해 4대강 사업의 정당성을 설파했다. 그러나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는 인터뷰를 거절했다. 이상철 사무관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경향은 비판적으로 보도하는 매체가 아니냐. 토론 끝에 인터뷰를 하더라도 별 득이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사회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4월 국무회의 자리에서 “4대강 살리기에 대해 정치적 목적으로 반대하는 사람이라도 생각을 바꾸든 안바꾸든 우리 국민이므로 찾아가서 성실하게 설명하고 진실을 알려야 할 책임이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에게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청와대 측의 대답은 “그쪽 기관에서 판단해서 하는 것에 대해 왈가왈부할 입장은 아니다”였다. 4대강살리기추진본부는 국토해양부 산하에 있지만 12개 관련부처에서 파견한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다. 2009년 3월 발족 이래 파견된 인사들은 여럿 원래의 부서로 복귀했다. 한 전 4대강추진본부 근무자는 “최근 자리를 비운 모 부처에서는 아무도 가려고 하지 않아 후임자 파견에 상당히 애를 먹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밖에서는 힘이 실린 기관으로 볼지 모르지만, 공무원 사회에서 인식은 그리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 근무자는 “보통 30, 40년 공직생활을 하는데 한번 찍히게 되면 그게 10년이 갈지 몇 년이 갈지 모르는 게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밥줄이 걸려 있는 공무원으로서는 가장 먼저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핵심 추진사업인 4대강사업에서부터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은 시작된 걸까.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