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DTI 규제 완화가 그들을 구할까?

시장 조정기능에 맡겨야… 1가구1주택자 구제 주문 높아

하우스푸어 문제와 부동산경기 침체에 대한 전문가들의 해법은 전반적으로 ‘시장의 조정 기능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규제완화 등 부양책을 들고 개입할 경우 시장 왜곡과 함께 부동산 거품만 더 키울 뿐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아직은 관망의 시기’라는 주장도 보편적이다.

정부가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각종 규제 완화에 대한 우려가 높다.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바라본 강남과 강북의 아파트 전경. |정지윤 기자

그러나 하우스푸어들의 호소는 절박하다. 때문에 최소한 1가구1주택 하우스푸어에 대해선 정부가 ‘살 길’을 모색해 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DTI 규제 완화 등을 통한 ‘거래 활성화’는 결국 정부가 나서서 또 다른 하우스푸어를 만드는 ‘폭탄 돌리기’라는 반론이다.

DTI 상향조정 등 정부 대책 고심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건설업계가 최근의 부동산경기 침체로 인한 어려움을 적극 제기하면서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자 정부와 한나라당이 8월 말이나 9월 초쯤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예상되는 정부의 대책은 주택 실수요자에 대해선 총부채상환비율(DTI)을 5~10%포인트 상향조정하는 방안이다. DTI 규제완화 혜택을 받는 실수요자의 기준은 새 아파트 입주 예정자가 기존 주택이 팔리지 않아 이사를 하지 못하는 경우 기존주택을 구입하는 무주택 또는 1주택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정부는 강남구와 서초구 등 서울 강남권 주택을 구입하는 1주택자에 대해서도 DTI 규제를 완화할지 여부를 놓고 막판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 효과에 대해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긍정적이다. 임기응 신한은행 부동산전략팀 부부장은 “모멘텀의 문제”라며 “주택 거래시장에서 DTI 완화가 주는 심리적인 영향은 지대하다”고 분석했다. “하반기 들어 하락에 대한 인식의 폭이 넓어졌는데 이는 거래 활성화에 치명타였다”는 임 부부장은 “DTI 등 규제완화가 시행되면 거래 활성화에 대한 심리적인 공황상태에서 나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기 수요자들이 대출규제가 완화되는 시점을 주택 매수·매도의 타이밍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인식이 크기 때문에 실제적인 거래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부동산 포털사이트 닥터아파트의 이영진 이사도 타이밍 면에서 다소 늦었지만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DTI 한도를 10%포인트 정도 완화해주면 주택 구매수요를 일정부분 끌어올리는 효과를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완화 폭이 작을 경우 그에 따른 실망 매물도 많이 나올 것”이라고 추가하락세도 전망했다.

부동산 거래가 실종된 잠실의 한 아파트 단지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DTI 규제 완화의 효과가 예상보다 작을 것이라는 주장도 강하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경제금융부동산학부 교수는 “DTI 규제 완화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며 “집값은 심리가 멈추면 꺾이게 되는데, 이는 부동산시장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규제완화는 오히려 위험한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풀어주면 미래 시장에 대한 전망이 호전되고 하니까 수요가 좀 살아나기는 하겠지만, 부동산시장에 대한 억제요소가 거의 없기 때문에 1~2년 뒤에 과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또 “대한민국은 부동산 불로소득의 기회가 너무 많고 이를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사실상 전무한 곳”이라며 “특히 이명박 정부가 무자비하게 규제를 푼 게 다음 정부에서 집값 폭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수현 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교수는 “DTI 규제완화는 전혀 실효가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거래 활성화에 대한 심리적 영향이 있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지만, 부동산시장 활성화의 기제가 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개인책임론 vs 구제론’ 의견 갈려
1가구1주택 하우스푸어에 대한 해결에도 입장이 다르다. 무리한 대출로 리스크를 안고 투자 입장에서 집을 구입했다면 손절은 어쩔 수 없다는 개인책임론과 함께 한편에서는 대출 없이 내집 마련이 불가능한 사회적 구조 하에 실거주 목적으로 집을 산 이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나뉜다.

특히 정부의 규제 완화 등 시장 개입에 반대하는 의견 가운데에서도 이들에 대한 대책은 갈린다. 김수현 교수는 “1가구1주택자에 대해서도 아직 어떤 대책을 내놓을 단계는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이에 비해 전강수 교수는 “‘주식처럼 스스로 판단해 결정한 것이니 정부가 나서면 안 된다’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주택은 자산의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주식시장처럼 손절매가 가능하지 않다”며 “이들이 모두 파산하게 된다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후, 그에 맞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부동산으로 고통 받는 사람을 줄이거나 예방하는 대책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김수현 교수는 “전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우리 정부라고 뾰족한 수를 내놓긴 힘들다”며 “굳이 어떤 비판의 대상을 찾는다면 결국 정부가 되겠지만, 반드시 정부의 책임만으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결국 시장의 큰 흐름에 맡기는 것이 상책”이라며 “극단적인 시장 붕괴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지켜보아야 할 단계”라고 분석했다.

전강수 교수 또한 “시장 자체를 부양해서 해결하려 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현재는 부동산 거품을 덜어내는 조정 단계로, 인위적으로 거품을 유지하려고 하다보면 거품만 커지고 문제 해결은 안 된다”는 전 교수는 “정부는 부동산시장의 경착륙을 막는 관리기능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소수를 위해 시장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전강수 교수는 “건설업체의 미분양만 매입하지 말고, 하우스푸어의 집도 매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는 왜 건설업체의 미분양 주택만 매입해주고,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빚만 출자전환해 빚을 줄여주느냐”는 그는 “집값 하락으로 고통 받고 있는 1가구1주택자인 서민·중산층에 대해서 그런 발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우스푸어의 부채를 일부 탕감해주는 대신 이들이 가진 주택의 지분을 싼값에 매입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후 가격이 회복되면 팔 수 있고, 주거복지대책으로 이 주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득진 기자 chodj21@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