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선진국민연대 ‘보은 인사’ 혜택

정부 및 공공기관 요직 차지… 권력사유화 의혹 불거져 사퇴도

선진국민연대는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를 외곽에서 지원한 조직이다. 박영준 국무조정실 국무차장과 김대식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이 200여 개 조직을 한데 묶었고, 당시 회원만 460만여 명이나 됐다. 선진국민연대는 2007년 3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대외협력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시작됐고, 2007년 10월 대외협력위 소속 170여 개 단체를 묶어 선진국민연대라는 이름으로 공식 출범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청와대와 공공기관에 임명된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_ 선진국민연대를 조직한 박영준 국무차장과 김대식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이영희 전 노동부 장관, 권영건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김성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장, 정인철 전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 엄홍우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

이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선진국민연대 인사들은 대거 청와대와 정부 조직에 입성했다. 선진국민연대 공동상임의장직을 맡은 이영희 전 의장은 노동부 장관, 권영건 전 의장은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에 각각 임명됐다. 김성이 전 중앙위원은 보건복지부 장관, 정인철 전 대변인은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에 각각 임명됐다. 김석원 전 대외협력팀장은 시민사회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입성하는 등 10명 이상의 선진국민연대 인사가 청와대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산하 기관에도 많은 인사가 자리를 꿰찼다. 당시 “선진국민연대가 비공식 권력기구 아니냐”는 의혹과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대선 후 ‘선진국민정책연구원’ 출범
선진국민연대는 이 대통령의 당선 이후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다가 2008년 6월 ‘선진국민정책연구원’ 출범식을 열고 제2의 활동 시작을 알렸다. 연구원 설립 당시에는 김대식 이사장(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유선기·정인철 이사 체제였다. 현재는 유선기 이사장, 조재목 사무처장 체제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식 이사장은 민주평통 사무처장을 거쳐 6월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민주당의 텃밭인 전남지사에 도전했다. 낙선했지만 두 자릿수 득표율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김 이사장은 지방선거 득표율을 밑거름으로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출마했지만 표를 많이 얻지 못했다. 선진국민연대가 권력을 사유화했다는 비판이 대의원들 사이에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높다. 그럼에도 김 이사장의 향후 행보를 많은 이가 주목하고 있다.

경북 칠곡 출신의 박영준 국무차장은 선진국민연대의 핵심 중 핵심이다.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 시절 인사를 좌지우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기획조정비서관에 임명되면서 실세 비서관으로 통했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권력 사유화’의 중심이라고 박 비서관을 지목하면서 청와대를 떠나야만 했다. 이때 김대식 이사장 등과 함께 전국 곳곳을 돌면서 조직 재정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비서관은 청와대를 떠난지 6개월 만에 차관급인 국무차장으로 컴백하는 힘을 보여 줬다.

유선기 선진국민정책연구원 이사장은 요즘 뉴스의 초점이다. 유 이사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국민은행 경영자문역과 대한생명 경제연구소 고문을 맡았다. 지난해 선진국민정책연구원이 개최한 ‘녹색 성장’ 세미나에 국민은행으로부터 수천만원의 지원금을 받도록 압력을 행사했고, 의혹과 12월 강정원 KB금융지주회장 직무대행이 차기 회장으로 내정되는 과정에서 당시 후보로 나선 인사에게 사퇴하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선진국민정책연구원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자 유 이사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만간 선진국민정책연구원 해산 작업을 공식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재목 선진국민정책연구원 사무처장도 KB금융지주 사외이사여서 월권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유 이사장과 조 사무처장 등이 선진국민연대 인사들과 함께 메리어트호텔에 모여 정부와 공기업 등의 인사를 논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업무와 무관한 낙하산 인사 논란
선진국민정책연구원 설립 당시 이사로 있던 정인철 전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도 인사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 비서관은 매일경제신문 전문기자 출신으로, 인수위에서 기획조정분과위 전문위원을 맡은 뒤 청와대에 입성했다. 청와대에 입성한 정 비서관은 정기적으로 은행장과 공기업 사장들과 만나 인사에 관여하고, 선진국민연대 회원의 개인적인 민원을 들어주면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사퇴했다.

이번 영포게이트, 선진국민연대의 권력 사유화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몇몇 인사는 공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대다수의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는 여전히 공공기관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선진국민연대 중앙위원 출신의 김성이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부동산 투기 등 도덕성 논란으로 2008년 7월에 물러났지만 지난해 4월 국무총리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장으로 돌아오면서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의 힘을 보여 줬다. 엄홍우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은 선진국민연대 공동의장 출신으로 18대 총선에서 경북 영천에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지만 탈락했다. 엄 이사장은 이 대통령 후보 상임특보와 이 후보를 지지하는 농업인들의 모임 상임대표 등을 지냈다. 국립공원 업무와 무관한 인사인 탓에 임명 당시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

권영건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이영희 전 노동부 장관은 상임의장 출신이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충남연대 대표 출신이고, 신방웅 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은 충북연대 대표를 지냈다. 권성동 한나라당 의원은 강원연대 대표를 지낸 이력이 있다. 지식경제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조영래 상임감사는 전북연대 대표 출신이다. 김석원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실 행정관은 선진국민연대 대외협력팀장직을 맡았고, 이동헌 청와대 인사비서관실 행정관은 선진국민연대 사무처에서 실무를 맡았다.

이동우 한국농어촌공사 비상임이사는 선진국민연대 경북연대 공동대표를 지냈고, 방판칠 한국토지주택공사 감사는 선진국민연대 상임고문이었다. 권기우 선진국민연대 부산연대 대표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상임이사로 활동 중이고, 김연철 선진국민연대 공동대표는 한국수자원공사 사외이사로 있다.

표호길 한국전기안전공사 상임감사도 선진국민연대 중앙위 정치개혁위원장 출신이고 인수위 취임준비위 자문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민병철 민주평통자문회의 상임위원은 선진국민연대 출신으로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외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임동오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은 선진국민연대 전남 대표를 지낸 인사로 이 대통령 후보 시절 정책자문교수단 단장직을 맡은 뒤 인수위 상임자문위원을 거쳐 한국사학진흥재단에 안착했다. 문형남 최저임금위 위원장도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다.

이명박 정부에서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들이 많은 혜택을 봤음을 알 수 있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