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 서거]‘표적 수사’ 곤혹스러운 검찰

‘심리적 압박과 명예 실추’에 대한 회한 유서에 남겨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5월 23일 그에 대한 수사를 종료한다고 선언했다. 그럼에도 국민의 시선은 검찰에 집중되고 있다. 검찰 수사에 대한 압박과 실추된 명예에 대한 회한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표적수사’ 논란의 중심에 있던 검찰이었다. 검찰은 곤혹스러워할 수밖에 없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표적수사·정치수사 논란의 시발은 지난해 ‘촛불시위’란 분석이 나온다. 이명박 정부가 적대시하는 세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때 시작돼서다. 이 대통령은 촛불시위 상황을 점검하면서 청와대 수석비서관에게 “촛불을 누구 돈으로 샀는지 배후를 밝히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를 ‘반 이명박 세력’에 대한 공격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친 노무현’ 성향의 기업과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검찰의 저인망식 수사가 진행됐다. 민주당은 이를 두고 “반 이명박 정부 진영의 돈줄과 조직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며 “최종 목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관측은 현실화했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는 정치권의 친노 386세력은 물론 노무현 패밀리를 초토화시켰다. 검찰 내부에서조차 “지나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검찰이 한 지방 기업에 불과한 태광실업의 탈세 사건 수사를 대검 중수부에 배당한 것부터 의혹을 샀다. 이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명품시계 선물과 증거 인멸 사실을 검찰이 공표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이 대통령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 이상득·정두언 의원 등이 등장하는 세무조사 무마 로비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때문에 ‘검찰이 수사 내용을 중계방송하고 있다’는 야당의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더 이상 자존심 건드리지 말라”
검찰이 수사를 착수한 이후 노 전 대통령에게 적용한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의 근거가 미흡하다는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노 전 대통령 측의 ‘저항’도 거셌다.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더 이상 자존심을 건드리지 말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노무현을 잡는 것은 좋지만 수사는 합법적으로 하라”고 항변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한 뒤 20여 일이 되도록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증거 부족과 범죄 불성립 의혹이 갈수록 커져갔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서거에 즉각 반응했다. 서거 당일인 5월 23일 “형언할 수 없이 슬프고 안타깝게 생각한다. 깊은 애도를 표한다”는 논평을 발표한 것이다. 정치적 의도로 노 전 대통령과 가족을 파렴치범으로 몰고 간 게 자살의 주요 배경이라는 비난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증표다. 검찰은 수사 종료를 선언했지만 ‘입증되지 않은 혐의를 내세워 전직 대통령을 정치적·생물학적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논란은 꺼지지 않을 것 같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