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빛]창공에 그리는 꿈과 희망

국제레저항공전 박진연 팀장

오는 5월 1일부터 5일까지 경기도 안산에서 국제레저항공전이 열린다. 경기도와 안산시가 주최하고 경기관광공사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해외 곡예비행단, 초경량 비행기 등 100여 대의 레저항공기가 한자리에 모이는 쌍방향 체험행사로, 국내 레저항공분야 행사로는 최대 규모다. 특히 이번 항공전에서는 관람객들이 단순히 비행기를 땅에서 올려다보는 형식에서 벗어나 첨단 LED 중계시스템으로 생생한 장면을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으며, 행글라이더와 패러글라이더 시뮬레이션, 열기구 탑승, 항공기 분해·조립 등의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또한 이탈리아·일본 비행팀의 곡예비행, 국내 비행팀의 편대비행, 모터패러쇼 등이 펼쳐져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창공에 그리는 꿈과 희망’을 슬로건으로 내건 2009 국제레저항공전 조직위원회 사무국 비행통제팀 박진연(45) 팀장이 이번 행사에 거는 기대는 자못 크다.

그 자신 ‘미래항공’이라는 초경량 비행기 수입 및 교육업체를 경기도 지역에서 10년 넘게 직접 운영하면서 아직 미약하기만 한 우리나라 레저항공 분야 발전을 위해 힘을 쏟아왔다. 현재 세계 레저항공시장 규모는 약 32조 8500억 원, 국내 레저항공시장은 이 중 0.8%에 해당하는 2673억 원 규모에 그치고 있다. 또 국내에는 레저항공 관련 기초훈련장과 전용 활주로 등 기반시설이 거의 없고, 일반 대중의 항공에 대한 인식과 관련 활동도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실정이다. 하지만 인구 대비 등록 조종사 비율은 일본보다 높고, 15만5000여 명의 동호인과 마니아들이 레저항공을 즐기고 있어, 레저항공산업은 여건만 마련되면 언제든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블루오션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만큼 낙후한 국내 레저항공산업에 일대 전환기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이번 항공전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가 언제부터 하늘을 날고자 하는 꿈을 꾸기 시작했는지는 뚜렷하지 않다. 하지만 깊숙이 내재되어 있던 그의 욕망은 1984년인가 우연찮게 TV에서 <날개>라는 행글라이더를 다룬 단편영화를 본 후 구체적으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전주에서 나고 자란 그는 ‘폐쇄적이고 정보에 어두운 지방 분위기’ 탓에 어릴 적부터 키워온 ‘비행에의 꿈’을 실현할 길을 찾지 못한 채 전북대학교 토목공학과에 진학했다. 지방에 있던 그로서는 당시만 해도 공군사관학교 외에도 항공대학교라는 항공전문대학이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던 것이다. 꿈의 첫 실현은 행글라이딩 동아리였다. <날개>에 깊은 감명을 받은 그는 그해 전북대학교 학생들을 모아 ‘블루스카이(창공회)’를 결성했다. 첫 멤버라야 고작 7명. 하지만 전국을 통틀어 행글라이딩 동호회가 12개 남짓이던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생소하기만 한 행글라이딩 동아리를 창설할 수 있었던 데는 서울로 ‘유학’간 선배들의 도움이 컸다.

‘2009 국제레저항공전’ 포스터. 경기도는 이번 항공전을 통해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최첨단 기술산업인 항공산업을 신 성장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블루스카이를 이끌며 공군참모총장배 행글라이딩대회에서 입상까지 한 그는 그 인연으로 공군에 입대, 공군사관학교 행글라이딩 교관으로 복무하기도 했다. 행글라이딩의 세계에 빠져들면서 몇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전신골절을 입고 20주 동안 꼼짝없이 병상에 누워 있어야 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위기조차 그의 비행에 대한 꿈을 꺾지는 못했다. ‘그런 일을 겪고도 공포심이 생기지 않느냐’는 주변의 물음에 ‘오래 병상에 누워 있다 보니 다 잊어버리게 되더라’고 웃으며 답할 정도였다. 졸업 후 한 1년간 회사생활을 하던 그는 비행에 대한 꿈을 끝내 떨치지 못하고 1991년 호주로 날아갔다. 호주 항공단과대학에서 정식 조종사 과정을 이수하기 위해서다. 2년 만에 항공종사자 라이선스를 취득한 그는 호주의 한 항공사에서 10~20인승 전세항공기 조종사로 일했다. 하지만 그것이 그의 꿈의 끝은 아니었다.

1996년 귀국한 그는 1년 남짓 토목 관련 회사에 근무하면서 또 다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한 준비를 해나갔다. 1997년에 설립한 미래항공이 그 꿈의 전진기지였다. 첫 시작은 직접 제작한 초경량항공기 2대였다. 대당 2000만 원이 넘게 들었다. 항공 관련 교육사업을 내걸었지만 수강생은 기껏해야 2~3명을 넘지 않았고,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형편은 더욱 어려워졌다. 사실 처음부터 수강비를 벌려는 목적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초경량항공의 저변을 넓히면서 궁극적으로는 우수한 초경량항공기를 공급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보겠다는 꿈이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나 열악했다. 벤처사업으로 지정받아 지원을 받으려 해도 해당 부서에서는 항공산업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마저 부족했다. 대기업에서도 하기 힘든 일을 어떻게 일개 개인사업자가 할 수 있겠느냐는 식이었다. 게다가 9·11 뉴욕 테러가 일어나면서 초경량항공기의 행동반경은 더욱 좁아들었다.

남북 대치라는 특수한 현실 때문이기는 하지만 엄격한 규제는 우리나라 레저항공산업 발전의 최대 장애요소다. 다행히 그가 속해 있는 대한민국항공회 산하 한국초경량항공협회의 4년에 걸친 각고의 노력 끝에 고도제한규정만큼은 국회에서의 개정 통과를 눈앞에 두게 되었다. 오는 4월 관련 규정이 개정되면 그동안 지상 150m(500ft)로 묶여 있던 초경량항공기의 고도제한이 풀리면서 일반항공기와 똑같이 고도제한 없이 운행이 가능해진다. 더 높이 날고 싶어 하는 욕구가 충족된다면 레저항공산업의 판도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다른 어떤 레저분야보다 월등히 높은 비용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대당 1억~1억5000만 원에 달하는 항공기 가격, 400만 원 정도가 소요되는 라이선스 취득 비용에다 만만치 않은 운행비용 등이 레저항공 분야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또한 현재 전국 30여 곳에 이르는 경량항공기 이착륙장이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추지 못한 채 안전 문제에 노출되어 있는 것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훈련 중인 2인승 초경량항공기. 초경량항공기는 운항준칙과 안전규정만 잘 지킨다면 생각보다 훨씬 안전한 항공기다.

이는 초경량항공기를 단순히 레저의 한 분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국가기간산업으로서 항공우주산업의 기초가 된다는 관점에서 국가적인 인식의 전환과 지원으로써 풀어나가야 할 문제들이다. 박 팀장은 문득 자신이 자동차 운전면허를 취득할 때의 일을 떠올린다. 그가 처음 운전면허를 따겠다고 했을 때 부모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몰래 시험을 치러야 했다. 연로한 부모로서는 운전면허 따위는 택시나 버스 기사가 되기 위해 취득하는 것쯤으로 여겼으나 세상은 얼마 가지 않아 ‘마이카시대’가 되었다. 지금은 비록 미약하지만 생활수준의 향상과 레저 욕구의 증가에 따라 ‘마이플레인시대’가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아니, 이미 우주시대를 맞고 있는 지금 그는 불과 10~20년 앞의 일일지도 모른다. 그때를 위해 활주로를 닦고 서서히 날개를 펴는 것이 그의 소망이자 몫이다.

자, 잠시의 두려움을 접고 하늘 높이 올라보자. 창공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은 턱없이 작기만 하다. 집은 성냥갑만 하고 길은 실낱 같다. 그 속에서 정신없이 살아온 일들이 한갓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산도 바다도 그저 한눈에 들어 있을 뿐이다. 그 너른 시야 속에서 사람은 한껏 거인이 되고, 부푼 꿈은 하늘 높이 솟아오른다. 그곳에 이카루스,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이트 형제, 린드버그, 갈매기 조나단… 창공을 향한 인류의 그칠 줄 모르는 열망이 아로새겨져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한 건 그 창공에 그려나가는 우리의 꿈과 희망이다.

아아! 땅이다. 나는 영원을 날아서, 지금 돌아온 것이다.
-C.린드버그

사람의 빛

<글·사진 유성문 편집위원 rotack@lycos.co.kr>

※유성문 위원의 ‘사람의 빛’은 이번 호를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