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Place]치즈와 잘 익은 홍합의 만남

특별한 겨울 음식 시리즈 1탄 - 홍합피자 ‘머슬&머글’

이번 주부터 4주간 특별한 겨울 음식 시리즈를 멋대로 시작한다. 겨울에 먹으면 좋을 듯한 음식들로 철저히 주관적이며 이기적인 취향대로 소개할까 한다. 아, 그리고 혹시 그 남자에게 소개하고 싶은 제철 음식이 있다면 아래 이메일로 연락 주셔도 좋다. 괜찮다 싶으면 그 남자와 함께 가서 그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영광을 드리겠다. (인터랙티브 칼럼니스트 그 남자)

어느 사상의학에 정통한 사람의 말을 빌리자면 ‘건강한 상태에서는 몸이 원하는 음식을 먹어주는 것이 가장 좋은 법’이라 했다. 그래서 그 남자는, 느닷없이 한밤중에 피자 한 판이 생각난다거나 혹은 아이스크림 같은 것이 먹고 싶을 때 무조건 참는 것만이 올바른 선택은 아니라 자위하며, 초겨울 한파보다 먼저 밀려오는 식욕에 몸을 맡기는 요즘이다.

하지만 피자 한 판을 시키더라도 무언가 그 남자의 ‘격조’에 맞는 피자를 먹어야 함은 당연지사. 본래 진정한 미식가는 아이템의 특별함보다 내용의 차이를 추구하는 법이다.

시켜 먹는 피자들, 전화하면 득달같이 달려와 가져다주는 피자는 그래서 별로다. 그 위에 온갖 것을 올려놓고 굽고 어쩌고 했다는 홍보 문구나 사진 들은 오히려 심각한 식욕 감퇴를 불러오고 결국 ‘그래 이런 것들은 먹으면 다 독(毒)이야’라고 생각하며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전에 밝힌 적이 있는데, 피자를 처음 먹었을 때 사람 수만큼 피자를 주문했다는, 피자와 관련한 우울한 추억 때문에 썩 즐기는 음식은 아니지만 우연한 기회에 한 번 먹어본 후 이따금 몸에서 땡기곤 하는 특별한 피자 집을 하나 소개한다.

머슬 앤 머글, 프랑스에서 유학한 셰프가 어느 날 벨기에 전통음식에 꽂혀서 한국에서 장사를 시작했다는 다소 복잡한 히스토리를 가지고 있으며, 이미 신촌 바닥에선 꽤 유명한 집이라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홍합피자를 비롯해서 홍합을 주재료로 만든 다양한 메뉴와 감자와 크림 소스를 베이스로 한 스파게티도 특별한 맛이 있다. 오늘 소개할 홍합 피자의 정식 이름은 ‘믈알라 피자’, 홍합이 피자에 들어가 있는 경우는 흔치도 않고 그게 맛있는 경우는 더욱 흔치 않은 까닭에 처음엔 큰 기대가 없었다. 그리고 고백하자면 홍합은 홍합의 맛보다 국물 맛으로 먹는다는 강박이 있었음도 사실이다. 하지만 완벽하게 잘 녹은 치즈와 잘 익은 홍합은 이제껏 피자나 홍합 혹은 치즈에 관한 편견(느끼하거나 심심하거나 국물내기용이라는)을 모두 사라지게 만들었다.

철저하게 개인적인 취향이긴 하지만, 좋은 요리는 가능하면 손을 적게 대는 것이라 믿고 있는 그 남자의 입장에선 치즈와 홍합 그 단순한 조합이 아주 마음에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홍합은 겨울에 먹어야 제 맛. 국물에서 벗어나 치즈와 홍합이 만나도 아주 흡족하다는 말씀. 설명이 필요 없이 단순간결한 홍합+치즈, ‘믈알라 피자’. 이 겨울에 즐기시라 소개하는 첫 번째 겨울 음식이다.
아! ‘믈알라 피자’엔 도우(dough)가 없다.

머슬 앤 머글

위치 신촌역 2번 출구 앞

그 남자의 Place

문의 02-324-5919

그 남자 탁현민 (tak0518@hanmail.net)
이건 맛집 소개도 아니고 지면 광고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니고 칼럼도 아니다. 이건 그냥 그 남자가 가거나, 듣거나, 가고 싶거나 하는 장소와 그 장소에 대한 이야기다. 한양대학교 문화컨텐츠학과 겸임교수, 캠페인컨설팅회사 (주)P당의 CREATIVE DIRECTOR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