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오바마의 ‘한반도 참모’ 누가 있나

캠프 한반도 팀장 프랭크 자누지는 대화론자…
‘클린턴 사단’ 동아시아 외교 중책 맡을 듯

제프리 베이더, 리처드 부시, 조지프 바이든, 프랭크 자누지, 고든 플레이크. (왼쪽부터)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동아시아 참모들은 주로 중국 쪽에 집중돼 있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에는 일본 쪽과 가까운 지일파 인물이 많으며, 민주당에는 중국 쪽과 가까운 지중파 인물이 많다. 오바마 캠프의 지중파들은 미·중 간의 갈등보다 중국과 협력하여 동아시아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오바마 캠프 중 가장 부각되고 있는 인물은 제프리 베이더(63)다. 그는 오바마 캠프에서 아시아 팀을 진두지휘했다. 민주당의 씽크탱크라고 할 수 있는 브루킹스연구소의 중국 센터장인 그는 오바마의 측근으로 손꼽히는 그레고리 크레이그 변호사의 추천으로 오바마의 정책팀에 참여했다. 1975년 국무부에 들어간 뒤 줄곧 중국에서 근무했다. 예일대를 졸업한 베이더는 컬럼비아대에서 유럽사를 전공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세계와 동북아평화포럼 장성민 대표는 “베이더는 진보적이면서 합리적인 인물”이라면서 “중국과 관계를 중시하지만 한반도 문제에서도 남북한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중국 전문가로 오바마 당선자 곁에 있는 인물은 리처드 부시(61)다. 부시 역시 베이더와 마찬가지로 브루킹스연구소 출신이다. 그는 2002년부터 브루킹스연구소에서 동북아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중국 전문가긴 하지만 부시는 엄밀하게 말하자면 대만 전문가다. 주 대만 미국협회장을 지낸데다 대만에서 딸을 입양할 정도로 대만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5월 20일 대만 마잉주 총통의 취임식에는 오바마 당시 후보의 개인적 서한을 전달했다고 한다. 대만 전문가지만 동북아연구센터 소장답게 한반도 문제에도 정통하다. 부시 역시 베이더와 마찬가지로 진보적이면서 대중·대북한 문제에 힘보다는 대화를, 군사력보다 외교력을 중시한다. 협상과 경제정책을 앞세우는 비둘기파라고 할 수 있다. 부시 역시 제프리 베이더처럼 컬럼비아대를 졸업했다. 컬럼비아대는 오바마가 학부를 마친 곳이다. 부시는 로렌스대를 졸업한 후 컬럼비아대에서 아시아 정치·경제를 전공해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장성민 대표는 “미국에서 컬럼비아 중국문제연구소가 중국에 관한 문제를 다루는 센터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부통령 당선자 대표적 지한파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비록 상원 외교위원회에 속해 있지만 동아시아 문제에 관해서는 문외한에 가깝다. 하지만 그의 곁에는 조지프 바이든(65) 부통령 당선자가 있다. 그는 29세의 나이에 상원의원으로 선출된 후 1972년부터 36년(6선)간 외교위원회에서 주로 활동했다. 더구나 그는 대표적인 지한파(知韓派)로 한국의 현직 정치인들과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1962년 펜실베이니아 주 스크래튼에서 태어난 바이든은 1965년 델라웨어대에서 역사와 정치학을 전공했다. 1968년에는 시러큐스대 로스쿨을 졸업한 후 변호사로 활약하다가 상원 의원이 됐다. 그는 미 의회에서 한반도 문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전문가로 손꼽힌다. 때문에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 외교 문제는 바이든 당선자의 손을 반드시 거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의 수석 보좌관인 프랭크 자누지(44)가 오바마 캠프에서 한반도 팀장을 맡고 있는 것도 바이든의 영향력을 감안하게 한다.
자누지는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민주당 전문위원으로 북한을 수차례 방문했을 정도로 한반도 사정에 정통하다. 북한의 영변 핵시설도 시찰한 경험이 있다. 자누지 역시 대북 포용정책을 옹호하는 대화론자다. 자누지는 이미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와 비슷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자누지는 예일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했으며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했다. 1989년부터 국무부 정보조사국에서 동아태 정치·군사 분석관으로 일하다가 상원 외교위 민주당 전문위원이 됐다.

고든 플레이크(41) 맨스필드 재단 사무총장도 오바마를 지지한 지한파 인물이다. 그는 대북 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갖고 있으며 공화당 지지자였다. 하지만 오바마를 지지하면서 오바마 캠프의 자문 역을 맡았다. 브리검 영대에서 한국학을 전공해 한국말을 유창하게 한다. 직설적인 성격으로 한국말로 농담까지 할 정도로 한국 인사들과 가깝다. 특히 한국말을 잘 하는데다, 미국 외교에 밝아 워싱턴 특파원의 기사에 자주 인용되는 인물이다. 몇 차례 북한을 방문했다. 부인이 라오스 출신으로 라오스에 대해서도 전문가 수준이다. 주일 미국 대사 맨스필드 상원의원의 이름 딴 맨스필드 재단이 일본 측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아, 사무총장인 그가 동아시아 문제에 있어서는 일본 쪽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도널드 그로스, 도널드 그레그, 스티븐 보스워스. (왼쪽부터)

비교적 언론에 이름을 나타내지는 않았지만 오바마 캠프내 한반도 통으로 애틀랜틱 카운슬의 도널드 그로스 연구원(55)이 있다. 그로스는 오바마의 선거 활동에 직·간접적으로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0년 한국에서 김&장법률사무소의 국제변호사로 활동했으며 연세대 국제대학원에서 강의를 했다. 한국인과 결혼한 그는 한국에 있는 동안 한국경제신문에 한국에 체류하면서 겪은 일을 고정적으로 싣기도 했다.

그는 코넬대를 졸업했으며 시카고대 로스쿨을 거쳤다. 국무부에서 국제안보차관 선임자문관을 맡았다. 그는 지난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및 안보를 위한 구상’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연세대 국제대학원 모종린 교수는 “보고서 내용을 보면 햇볕정책과 많이 가깝다”면서 “오바마 캠프에서 외교 안보를 총괄하는 앤소니 레이크 교수쪽과 가까워 새 정부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로스는 컨설팅 회사인 스톤브리지 인터내셔널사에서 한국 담당 선임 고문을 맡고 있다.

스톤브리지 인터내셔널사의 일본 담당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이 회사의 이사이기도 한 매튜 굿맨은 주일 대사관 재무관을 지낸 일본통이다. 굿맨은 오바마 캠프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굿맨은 영국 런던정경대를 졸업했으며 존스홉킨스 국제대학원을 다녔다.

오바마 캠프 내에서 일본팀을 맡은 마이클 쉬퍼(43) 스탠리재단 정책분석관도 대표적인 지일파다. 쉬퍼는 북한 문제에도 밝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한 미대사 역임한 인사들 자문역

토마스 허바드, 조너선 폴락, 조엘 위트. (왼쪽부터)

오바마 측 아시아 전문가로는 주한 미국 대사를 역임한 인사들이 눈에 띈다. 코리아 소사이이어티 이사회의 회장인 도널드 그레그(81) 전 대사가 대표적이다. 1989년부터 1993년까지 주한 미국 대사를 지냈다. 그는 오바마의 외교 정책에 조언을 해왔다. 10월 17일 한인유권자센터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뉴욕협의회 주최로 뉴욕 예시바 대학에서 열린 ‘2008 한반도 평화포럼’에 오바마 측 대변자로 참석해 오바마의 한반도 정책을 설명했다. CIA 출신인 그는 주로 아시아에서 활동했다.

1997년부터 2001년까지 주한 미국 대사였던 스티븐 보스워스(69) 역시 오바마의 한반도 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주한 대사 직전 KEDO 사무총장으로 근무해 클린턴 정부 시절의 경수로 협상 등 북핵 문제 해결 과정을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주로 국무부에 근무했으며, 1980년대 은퇴했다가 1995년 KEDO 사무총장으로 복귀했다. 주한 대사를 마치고 터프츠대 플레처 스쿨 학장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 4월 조너선 폴락 미 해군대 교수와 함께 민간방북단의 일원으로 북한을 방문해 외무성과 군부 인사들을 만났다.

보스워스의 뒤를 이어 미국 대사직을 물려 받은 토마스 허바드(65)도 오바마의 외교정책을 자문하고 있다. 국무부에서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를 역임하고 필리핀과 한국 대사직을 맡았던 허바드는 1994년 제네바 북핵 협상 때 갈루치 북핵 특사 밑에서 실무 교섭 책임을 맡았을 뿐 아니라 2000년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북한 방문 당시 사전 준비를 위해 북한을 방문했다. 게일 인터내셔널사에서 고문을 맡고 있는 그는 이 회사가 인천 송도신도시 개발에 참여하면서 한국과 또 다른 인연을 갖고 있다. 이들 전직 미국 대사는 한국에서 직접 대사직을 수행했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 측에 한국 내 민심을 어느 한반도 전문가보다 더 정확하게 전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바마 캠프의 아시아팀에는 조너선 폴락 미 해군대 아·태학 교수가 있다. 주로 중국 관련 정책을 연구한 지중파다. 미시간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를 딴 후 RAND연구소에서 오랫동안 아시아·태평양 관련 정책과 전략을 연구했다. 올해 4월 보스워스 전 미국대사와 북한을 방문했다.

로버트 갈루치, 수전 라이스, 앤소니 레이크, 그레고리 크레이그. (왼쪽부터)

오바마 캠프에서 한반도 전문가로는 조엘 위트(54) 컬럼비아대 동아시아연구소 객원연구원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프랭크 자누지가 아시아정책에서 한반도정책팀장을 맡고 있다면 위트는 비확산정책에서 북핵팀을 맡고 있다. 1994년 제네바 협상 때 자문관으로 활약해 정통한 북핵 문제 전문가로 불린다. 이후 브루킹스연구소와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컬럼비아대 동아시아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시스프리드 헤커 전 미국 국립핵연구소장, 공화당 리처드 루거 상원의원의 키스 루스 보좌관 등과 함께 북한을 방문해 영변 핵시설 단지를 둘러봤다. 이들은 방문 결과를 미 상원 외교위원회에 방북 보고서로 제출했다.

8년 전 워싱턴 정가를 떠났던 ‘클린턴 사단’의 멤버들은 외교에서 중책을 맡아 한반도 정책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 정부 시절 제네바 북핵 협상 때 북핵 특사로 활약한 로버트 갈루치(62) 조지타운대 국제관계대학원장이 어떤 식으로든 새정부의 한반도 정책 입안에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브랜다이스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갈루치는 국무부에서 20년 동안 근무했다. 어느 전문가보다 북핵 문제에 밝다는 것이 주위의 평이다. 최근에도 한반도 관련 인사들과 접촉하고 끊임없이 한반도 정책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핵 특사 역임한 갈루치 역할 주목
동아시아 전문가들뿐 아니라 전체 외교·안보 분야에도 오바마 측 전문가 그룹 내 ‘클린턴 사단’의 복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수전 라이스(44)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국가안보보좌관 후보로 거명되고 있다.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주로 아프리카 쪽을 담당했다. 1997년부터 2001년까지 국무부에서 아프리카 담당 차관보직을 수행했다. 오바마 당선자와는 2004년 만나 상원 외교위원회 현안에 대해 자문해왔다. 젊은 흑인 여성인데다 스탠퍼드 대학 출신으로 콘돌리자 라이스 국방장관과 자주 비교된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했으며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핸리 키신저 국가안보보좌관의 보좌관이었던 앤소니 레이크(69) 조지타운대 교수도 오바마 당선자의 외교 분야 핵심 측근이다. 2003년부터 오바마 당선자와 만나 후보 시절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했다. 국무부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다가 1993년 국가안보보좌관에 올랐다. 1996년에는 CIA부장에 지명됐다가 상원 인준 과정에 사퇴했다. 클린턴 정부 시절 한반도 정책에도 관여해 한국 인사들과도 가깝다.

그레고리 크레이그 전 백악관 법률고문(63) 역시 클린턴 사단에서 오바마 사단으로 옮겨간 인물이다. 예일대 로스쿨 출신인 크레이그 변호사는 오바마 캠프에서 선임 외교정책 자문 역할을 맡았다. 클린턴 전 대통령과 친하지만 오바마 캠프를 일찌감치 선택해 오바마 캠프에서 영향력이 매우 큰 인물로 알려져 있다. 오바마 당선자의 상원의원시절 외교정책 선임보좌관인 마크 리퍼트(35)도 어떤 형식이로든 새 정부의 외교 분야에 목소리를 낼 인물로 점쳐진다. 스탠퍼드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그는 2005년부터 오바마 당선자의 보좌관으로 발을 맞춰왔다. 클린턴 정부 시절 국무부 미주담당 부차관보였던 로버트 겔바드(64)도 오바마 측에 외교안보 분야를 자문하고 있다.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페리 전 국방장관도 자문 그룹에 속한다.

브루킹스연구소와 스톤브리지를 주목하라

오바마 캠프의 동아시아 인맥을 들여다보면 공통되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브루킹스연구소다. 대표적인 인물이 수전 라이스 선임연구원이다. 그녀는 오바마 캠프의 외교정책을 자문했다. 오바마 캠프에는 제프리 베이더 중국센터장이 아시아정책팀장을 맡고 있으며, 리처드 부시 동북아연구센터 소장도 캠프에 참여하고 있다. 이보 달더(48) 선임연구원도 오바마 캠프의 참모로 활약했다. 스트로브 탈보트 연구소장은 새 정부의 국무부 장관 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조엘 위트 컬럼비아대 동아시아연구소 객원연구원도 1999년 이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11월 14일 이 연구소를 방문해 오바마 참모진과 간담회를 할 예정이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세종연구소와 함께 2006년 서울-워싱턴 포럼을 만들었다. 서울-워싱턴 포럼은 매년 워싱턴(2006년)과 서울(2007년)을 오가며 한반도 관련 현안을 논의해오고 있다. 2007년 서울에서 열린 제2차 서울-워싱턴포럼에서 리처드 부시는 탈보트 소장 대리 자격으로 개회사를 했다.

또 하나 눈여겨볼 특징은 오바마 당선자의 아시아 전문가 중 스톤브리지 인터내셔널사와 관련한 인물이 많다는 점이다. 스톤브리지는 특히 아시아에 지사를 많이 둔 국제경영전략자문 회사다. 오바마 캠프 내 지일파인 매튜 굿맨은 이 회사의 이사다. 이 회사의 상무인 모나 서펀(40)은 오바마 캠프 내에서 아시아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무부 출신으로 주로 태국·미얀마 같은 동남아시아에서 근무했다. 한국통인 도널드 그로스는 한국 담당 선임 고문을 맡고 있다. 이 회사의 홈페이지에는 한국팀에 그의 이력이 잘 나타나 있다. 오바마 캠프 내 아시아 팀장이었던 제프리 베이더 브루킹스연구소 중국센터장 역시 2005년까지 이 회사의 선임 부사장이었다. 한국에서 이 회사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1월 18일 ‘금융위기와 미국 차기 정부의 정책’을 주제로 세미나를 연다. 여기에는 스톤브리지의 공동회장인 찰스 프린스와 새뮤얼 버거가 참석할 예정이다. 경제 관련 업계에서 발빠르게 친오바마 인사들과 접촉을 시작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프린스는 씨티그룹의 전 CEO로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새뮤얼 버거는 클린턴 행정부에서 백악관 안보자문보좌관을 지낸 친민주당 인사다. 스톤브리지는 버거가 주도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경련 박대식 상무는 “전경련 워싱턴 사무소에서 접촉해 세미나에 초청했다”면서 “버거 공동회장이 친민주당인 정도는 알지만 이 회사가 오바마 캠프와 관련이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