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Place]‘까’여도 찾아가는 그 집 - 연남동 ‘철판동태찜’

이따금 잘 아는 집이 아니어도 소개하고 싶은 경우가 있다. 그럴 때면 아주 정중하게 전화를 넣어 “이러저러한 까닭으로 일간 찾아가서 음식 맛도 보고 소개도 하고 싶다”고 말하는데 대부분 아주 반갑게들 맞아준다. 그런데 오늘은 그 남자, ‘까’였다.

“소개요? 됐어요, 지금 바쁘거든요.” 상당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하기에 이런 좋은 제안을 뿌리치는 것인가? 오늘도 그 남자의 PLACE에 간택되고자 적지 않은 음식점과 술집이 애를 쓰고 있는데 ‘필요없다’니 실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잠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감사합니다. 어서오십쇼!” 하는 음식점을 찾아가면 그만인데 굳이 까이면서 그 집에 갈 것인가? 그러나 그 남자, 그 집에 가기로 했다. 가서 형편없으면 제대로 까주겠다고 굳게 다짐하며 말이다.

마포 구석 어디에 있다는 그 집은 찾기 쉽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다. 꼭 별로인 식당이 찾기도 어렵더라.’ 툴툴거리며 연남동 일대를 헤매길 삼십여 분. 결국 찾아낸 그 집의 간판을 보고 에라 그냥 돌아갈까 싶었다. 발길을 돌리기 딱 좋은 허접한 간판 모양새 하며, 울긋불긋 요란한 배너가 달려 있는 그 집의 이름은 ‘철판동태찜’.

이건 뭐 이름도 없고 이름 비스무리한 것도 없이 그냥 ‘철판동태찜’이다. 불친절하고 촌스러운, 딱 전화로 받았던 인상 그대로인 셈이다. ‘뭐 철판통태찜을 어쩌라고’ 느낌 팍, 기분 팍, 이런 집은 본능적으로 안다. 분명 맛없을 확률 100%인 집이다.

그 남자, 전화했다는 말은 숨기고 구석 자리에 앉아 철판동태찜을 하나 시키고 앉으니 얼마 있어 콩나물을 소복이 깔고 그 위에 잘 손질한 동태에 갖은 양념을 한 무쇠철판이 하나 나온다. 이미 안에서 조리했으니 불은 약하게 온기를 유지할 정도로만 올려놓고 바로 먹으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동태 살에 양념과 콩나물을 얹어 한 입 넣는 순간…….

그 후론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 남자는 남은 양념에 밥을 열심히 비비고 있었다. 그게 무슨 양념이었는지, 어떻게 하면 동태 살이 그렇게 탱탱하게 살아있을 수 있는지는 차마 물어보지도 못했다. 다만 왜 이름을 그 따위로 성의 없이 붙였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다. 죽이는 철판동태찜 집의 이름은 그냥 철판동태찜이어야 마땅한 것. 괜히 어수선하게 이런저런 이름을 붙이는 것은 필요 없는 일. 또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손님이 줄을 잇는데 소개는 무슨 소개.

연남동 철판동태찜 집의 ‘철판동태찜’. 불친절과 찾는 수고, 어수선하고 옹색한 식당 안에서 불편한 기분이지만, 눈물 콧물 쏙 빼며, 낮술 한잔 기어코 들게 하는, 철판동태찜 쪄먹고 정신 못 차리며 밥을 비비게 되는 그 집. 앞으로 계속 까여도 찾아가게 될 불안한 예감 팍팍!

철판동태찜

그 남자의 Place

위치 마포구 연남동 225-34 철판동태찜 문의 02-325-1567

그 남자 탁현민 (tak0518@hanmail.net)
이건 맛집 소개도 아니고 지면 광고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니고 칼럼도 아니다. 이건 그냥 그 남자가 가거나, 듣거나, 가고 싶거나 하는 장소와 그 장소에 대한 이야기다. 한양대학교 문화컨텐츠학과 겸임교수, 캠페인컨설팅회사 (주)P당의 CREATIVE DIRECTOR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