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Place]아름다운 삶을 만드는 수제라면집 ‘Razen’

삶은 라면이다.
구불구불한 면발과 인생의 험로가 닮아 있고 시원한 국물 맛과 어느 한 순간 풀려버리는 삶의 환희가 닮아 있다. 물론 끝끝내 안 풀리는 절망스러운 삶도 있기는 하지만 그도 퉁퉁 불은 면발과 왠지 비슷해 보이지 않는가?

하지만 무엇보다 삶이 라면인 까닭은 그것이 봉지에서 뜯겨져 끓는 물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운명 때문이다. 물이 뜨거울수록 쉽게 풀어져 마침내 누군가의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든든하게 채워주기 때문이다. 삶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단단히 뭉친 마음을 풀어헤치고 마침내 상대의 안으로 들어가 그를 위로해주는 것 말이다.

이런 이야기가 억지스럽다고 비웃지는 말기 바란다. 세상이 선하다고 믿고 사는 이유는 진실로 세상이 선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세상이 악하다고 믿고 싶지는 않은, 그런 마음 때문이다. 그러니 이 한 개의 라면에 이 정도의 의미를 부여할 의미는 충분하다.

수제라면집 ‘RaZen’은 바로 그런 사람이 그런 마음으로 끓여내는 라면이 있는 곳이다.
매일매일 그날 쓴 면을 직접 만들어내는 정성과 일체의 화학적 성분을 넣지 않고 강황과 시금치, 오징어먹물 등으로 맛을 내는 까닭은 단지 라면 몇 개를 더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삶은 계란, 갓 구운 빵을 애피타이저로 제공하고 식사가 끝나면 그날 그날 새로운 디저트를 내어놓는 서비스 정신은 어찌 보면 너무 오버인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해서야 남기는커녕 손해 아니냐”고 묻자, 주인은 “나는 라면을 파는 게 아니라 한 끼 식사를 차려 드리는 것”이라 답한다.

그에게 삶은 라면이다. 라면은 누군가에게 한 끼의 밥이며 동시에 삶이 되기 때문이다. 그에게 한 끼의 식사를 차리는 일은 숭고하다. 해서 그 남자는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 이런 집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이런 음식점들이 많은 사회는 건강하고 행복할 것이라 확신한다.

따뜻하고 행복한 라면집 라젠에 들어서면 고민할 것 없이 ‘왕새우해물Razen’, ‘치킨카레razen라이스’를 선택하기 바란다. 국물은 매운맛과 순한 맛으로 선택할 수 있고, 면의 맛도 각각 선택할 수 있으니 내키는 대로 골라먹으면 후회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라면을 먹는 기분이 들지 않고 제대로 차려진 한 끼의 밥, 하루의 삶을 먹는 기분이 드니, 먹기도 전에 속이 든든해진다.

Razen

위치 서울 목동 파라곤 지하 1층 식당가

그 남자의 Place

문의 02-6264-7080

그 남자 탁현민 (tak0518@hanmail.net)
이건 맛집 소개도 아니고 지면 광고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니고 칼럼도 아니다. 이건 그냥 그 남자가 가거나, 듣거나, 가고 싶거나 하는 장소와 그 장소에 대한 이야기다. 한양대학교 문화컨텐츠학과 겸임교수, 캠페인컨설팅회사 (주)P당의 CREATIVE DIRECTOR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