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Place]맛을 멋으로 이야기하는 ‘한국본갈비’

그 남자가 말하길, 멋진 놈들의 특징은 단순함에 있다고 한다. 복잡하거나 자질구레하지 않게, 굵고 단순하게, 분명하게 자기 자신을 표현해내는 놈들이야말로 그 남자가 이야기하는 멋진 놈이라는 말이다. 고수와 하수의 차이도 거기서 나온다. 사무라이 영화나 총잡이 영화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하수들은 불필요한 말발과 칼질로 찌르는 놈도 힘들고 또 찔려죽는 놈들도 힘들게 만드는 데 반해 고수들은 말도 필요 없이 단 한 번의 칼질과 총질로 상대방을 보내주시는 모습을 우리는 익히 보아왔다.

그리하여 오늘 그 남자는 음식점에서 역시 단순하고 분명한 그리고 오로지 단 하나의 메뉴로 상대하는 그런 절대 고수의 식당을 하나 소개해 드리려 한다.

언젠가 어느 외국인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한국 사람들은 정원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고, 동네방네 무슨 가든이 왜 이렇게 많냐고 말이다. 그저 쪽팔린 기분에 그 가든들이 전부 정원이 아닌 고깃집이라는 사실을 차마 말해주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고깃집이 있다지만 마음에 쏙 드는 고깃집을 찾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오늘 소개할 ‘한국본갈비’ 역시 마찬가지, 길 가다 발에 걸려 넘어질 만큼 흔하디흔한 그런 갈빗집이다. 물론 외형상으로는 그렇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일단 들어서면 느낌이 달라지고, 먹어보면 생각도 달라지게 되어 있다. 일단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메뉴판인데, 놀랍게도 고기 메뉴에는 오로지 양념갈비 하나뿐이라는 사실이다.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다. 너나 할 것 없이 다양한 고기 메뉴를 만들어내느라 분주하신데 왜 달랑 양념갈비뿐인가? “일단 양념갈비를 제가 좋아하는데다 양념에 자신이 있고 양념갈비야말로 우리 식문화에 의미 있는 아이템이기 때문이죠.” 본갈비의 주인장 백종원 사장의 말이다. 본갈비의 양념갈비는 양념에 고기를 재우는 방식과 고기에 양념을 묻히는 방식의 중간쯤으로 보인다. 그래서 너무 재워 고기 맛보다 양념 맛으로 먹어야 하는 하수들의 갈비와 일단 색깔부터 다르다. 때깔 좋은 것이 맛도 좋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말씀, 갈비 몇 대 얻어먹었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지금껏 먹어본 양념갈비 중엔 최고의 맛이다. 육질이 어떻고 잘 밴 양념이 어떻고 하는 상투적인 문구로는 표현하기 어렵다. 고기를 먹으면서 생생한 느낌이 들었다면 좀 이해가 가실는지 모르겠다.

새마을 식당, 우삼겹, 해물떡집 등 다양한 음식 프랜차이즈를 만들어내는 백 사장에게 성공 비결을 물었더니 . “한 놈만 잡아야죠, 쓰러질 때까지. 음식도 마찬가지예요. 딱 한 가지, 삼겹살이면 삼겹살, 양념갈비면 양념갈비, 육개장이면 육개장, 맛있는 집은 한 가지만 우직하게 해내는 멋이 있다니까요.” 맛을 멋으로 이야기하다니. 역시 그는 고수임이 분명하다. 고수의 한 방 승부 한국본갈비. 썩 괜찮으니 한 번 가 보시라.

한국본갈비

그 남자의 Place

위치 서울 강남구 논현동 165-7

그 남자 탁현민 (tak0518@hanmail.net)
이건 맛집 소개도 아니고 지면 광고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니고 칼럼도 아니다. 이건 그냥 그 남자가 가거나, 듣거나, 가고 싶거나 하는 장소와 그 장소에 대한 이야기다. 한양대학교 문화컨텐츠학과 겸임교수, 캠페인컨설팅회사 (주)P당의 CREATIVE DIRECTOR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