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Place]청담 서민의 소박한 술집, 후람베 (Flambe Dining bar)

이게 참 문제이긴 하지만, 종로 서민과 청담 서민이 다르다는 것은 이제 부정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종로 서민의 소박함과 청담 서민의 소박함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개념이어서, 종로 서민의 소박함이 소주에 고갈비에 있다면 청담 서민의 소박함은 와인에 불갈비 샐러드 정도라는 말이다.

중요한 것은 소박한 것과 궁상맞은 것이 분명히 다른 것처럼, 서민이라 해서 무조건 궁상을 떨 필요는 없다는 사실이다. 청담 서민은 청담 서민들의 스타일대로, 종로 서민은 종로 서민의 스타일대로, 그저 부담 없이 편하게 취할 수 있으면 그만이다. 서민이라는 생각 때문에 굳이 더 궁상을 떨 필요도 없고 또 청담이라는 공간에 자발적으로 ‘종속’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다.

사실 청담 서민인 그 남자가, 공기까지 비싼(듯한) 이 동네에서, 술 배와 밥 배를 양껏 채우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서넛이 어울려 유쾌한 기분으로 술이나 한 잔 하겠다는 생각도 이 동네에선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어서 대충 아무 데나 들어갔다가 어이없는 술값, 밥값에 쓰러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바로 그럴 때 찾는 곳, 청담에 부합하고 서민에 부합하는 곳이 오늘 소개하는 후람베다.

후람베란 조리 시 고온에서 술을 부어서 음식의 냄새를 제거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음식점 이름이야 주인에게나 중요한 것이니 후람베든 무뢰배든 객의 눈길은 청담스러운 인테리어에 먼저 꽂히게 마련이다. 거의 7m나 뻗쳐 있는 높은 천장과 블랙 앤 화이트로 꾸민 테이블과 의자는 말 그대로 시크하다. 여기에 DJ Olga의 디제잉이 힙하며 핫하게, 테크토닉 풍의 하우스 음악으로 우리 청담 서민들을 반가이 맞는다.

타이식 브로큰 새우샐러드.

불갈비 샐러드부터 우럭 튀김, 등심 탕수육, 그리고 각종 빵과 디저트를 보고 있으면 이곳은 분명 청담의 잘 나가는 레스토랑이 분명한데, 실내의 인테리어나 DJ, 풍성한 와인 리스트와 사케바를 연상케 하는 각종 사케에 시선이 닿을 때면 아! 이곳은 술집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게 제대로인 술과 안주, 아니 술과 요리를 먹다 보면 그 남자는 청담 서민의 자긍심을 느끼게 되고 그리하여 소박하지만 절대 궁상맞지 않는 술집 혹은 밥집으로 자리매김한 곳이 바로 후람베다. 무엇보다 후람베의 최대 강점은 여기가 바로 서민들(물론 청담 서민들)을 배려하는 집이라는 것이다. 상대적이긴 하나 분명히 인근의 술집·밥집에 비해 저렴하고 맛있으며 푸짐하다는 사실은 그 남자가 자꾸 이곳을 들를 수밖에 없는 중요한 이유다.

후람베(Flambe Dining bar)

위치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3-16호

그 남자의 Place

문의 02-544-9988

그 남자 탁현민 (tak0518@hanmail.net)
이건 맛집 소개도 아니고 지면 광고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니고 칼럼도 아니다. 이건 그냥 그 남자가 가거나, 듣거나, 가고 싶거나 하는 장소와 그 장소에 대한 이야기다. 한양대학교 문화컨텐츠학과 겸임교수, 캠페인컨설팅회사 (주)P당의 CREATIVE DIRECTOR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