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Place]요리사 손지영의 하토리 키친 HATTORI KITCHEN

수다쟁이 요리사와 낯선 엉덩이들

늘 그 남자는 외롭다.
분명 사랑했던 여자인데 어느새 여자에서 엄마 같은 존재로 변해버린 마누라 때문에 외롭다. 그래도 최선을 다하고 있건만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갈궈대는 직장 때문에 외롭고, 아파트 평수와 주식 시세와 아이들 영어공부 이야기가 끝나면 빨리 집으로 돌아갈 궁리만 하는 친구들 때문에 외롭다. 그렇게 쓸쓸한 그 남자가 가는 곳 요리사 손지영의 ‘하토리 키친’(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02-792-1975)이다.

하지만 그런 남자들이 가는 곳이라 하여 하토리 키친이 쓸쓸한 곳은 아니다. 아니 그곳이야말로 유쾌하기 그지없는 곳이다.

추적추적 ‘꿀꿀한’ 기분으로 들어서더라도 수다쟁이 요리사 손지영의 유쾌한 인사를 받으면 이내 기분이 좋아진다. 둘러볼 것도 없이 ‘하토리 키친’은 그냥 부엌 같다. 주방과 그대로 맞닥뜨리는 바(BAR) 테이블이 전부다. 아무리 끼여앉아도 10명 이상이 앉기는 어렵다. 그렇게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옆 사람의 대화를 듣게 되고 참견하기도 한다. 외로운 그 남자가 이 집을 찾아오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낯선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보다는 상대적으로 나아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상대의 비극에 사심 없는 위로를 보내면 스스로 정화되는 기분을 느끼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낯선 엉덩이의 사내에게, 혼자 홀짝이던 ‘나마죠죠’ 한 잔을 권할 수밖에 없는, 그런 술집이다. 안주도 매일 경상남도 통영에서 가져오는 해산물(손지영의 표현대로라면-너무 크고 싱싱해서 징그러운 재료들)로 최대한 적게 손을 대어 만들어낸 요리들이다. 다소 비싸기는 하지만 값보다는 훨씬 맛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럽다.

바지락 찜.

쓸쓸함에 저녁을 거르고 찾아온 손님들을 위한 ‘사라다우동’은 일 잔 하기 전도 좋고, 막잔 하고 나서도 부담이 없어 좋다. 혼자 마시다 보면 필경 남기곤 하는 몇 잔의 술도 아까울 것이 없다. 요리사 손지영이 술잔을 거절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주면 주는 대로 안 주면 달라 해서 마셔버린다.

그 남자의 Place

오리엔탈 파스타 전문점 알리오 Aglio

어느 외로운 날 그 남자가 가는 하토리 키친에는 언제나 수다쟁이 요리사 손지영과 그녀의 지치지 않는 술발과 낯선 엉덩이들이 모여 있다. 아! 요리사 손지영은 미인이다.

그 남자 탁현민 (tak0518@hanmail.net)
이건 맛집 소개도 아니고 지면 광고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니고 칼럼도 아니다. 이건 그냥 그 남자가 가거나, 듣거나, 가고 싶거나 하는 장소와 그 장소에 대한 이야기다. 한양대학교 문화컨텐츠학과 겸임교수, 캠페인컨설팅회사 (주)P당의 CREATIVE DIRECTOR로 일하고 있다.